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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논의 '뜬모'를 보면서 모내기의 추억에 빠져...

2013.06.02(일) 07:07:19내사랑 충청도(dbghksrnjs6874@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네가 20대 후반일때까지만 해도(불과 20여년전) 모내기는 온 마을의 잔치였다. 그때는 이앙기가 많지 않아서 마을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오늘은 창수네, 내일은 현주네, 모레는 민식이네 이런식으로 돌아가며 줄모를 심었다.

 줄모, 이게 뭔지 모르는 분들 적잖을듯 하다.

 지금이야 모두 다 이앙기가 모를 심지만 당시에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심었다. 모심기는 그냥 돌아다니면서 논에 모를 푹푹 꽂는게 아니라 줄을 맞춰 똑바르게 심어야 하는 것이었으므로 모를 심는 양쪽에서 각각 1명씩 굵은 나이롱으로 된 줄을 당겨 띄워 주고 거기에 맞춰 모를 심었다.

 물론 이 줄에는 모를 심을 위치가 정해진 빨간 리본같은 표시의 나비넥타이 같은게 20~25cm정도의 간격으로 붙어 있었기에 거기에 맞춰 심으면 됐다.

 이것을 일컬어 줄모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줄을 띄워 모를 심지 않고 이앙기가 심어주기 때문에 편리하기는 한데 이앙기라는 녀석이 슬그머니 단점이 한가지 있다.

 사람이 모를 심을 때는 거의 다 빠트림 없이 심지만 이앙기는 기계가 푹푹 꽂으며 지나다 보니 모가 제대로 심어지지 않고 그대로 물 위에 둥둥 뜨는 경우가 적잖다.
 이것을 ‘뜬모’라고 한다.

다 심고 난 모논이지만 이앙기가 제대로 심지 못해 빈 공간이 된 뜬모 자리

▲ 다 심고 난 모논이지만 이앙기가 제대로 심지 못해 빈 공간이 된 뜬모 자리

 

뜬모 공간이 많을수록 농민들의 일손이 더 간다

▲ 뜬모 공간이 많을수록 농민들의 일손이 더 간다


 이 뜬모가 발생하는 이유는 사람이나 기계가 무논을 오가다 보니 그곳에 깊은 구멍이 뚫리게 되고, 이앙기가 모를 꽂을 위치에 재수 없게 구멍이 있을 경우 그곳은 여지없이 뜬모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계니까 어쩔수 없다.

 모내기가 한창이면서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농촌애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바로 뜬모 심기이다. 즉 뜬모가 발생한 자리를 찾아 다니며 농민들이 일일이 모를 추가로 심는 일이다. 이게 적잖은 일손이 간다.

 “에이, 웬게 이렇게 많은겨? 이앙기 이거 손좀 봐야 쓰겄네”

창수 아저씨네 뜬모 작업

▲ 창수 아저씨네 뜬모 작업


 그저께는 창수네 아저씨가 왼종일 뜬모심기를 했다. 생각보다 뜬모 구멍이 많아서였는지 허리를 한번 들어 올릴때마다 푸념이 한가득이시다.

 “그러니까요. 줄모 심을때가 그리우시죠? 요즘은 줄모 심는데가 아예 없어요”
 길을 지나다가 외쳐니 반갑게 “그려. 그려 맞다닝께”하신다.

샘골 수철이 할아버지네 뜬모 작업.

▲ 샘골 수철이 할아버지네 뜬모 작업.


  그리고 어제도 수철이 할아버지가 뜬모를 하셨다. 그 댁은 논이 워낙 커서 하루 종일 뙤약볕을 무릅쓰고 일을 하시는것 같았다.

 뜬모 역시 제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면 원래 제때 심어진 녀석들과 품종이나 심은 시기가 큰 차이가 날 경우 벼가 익는 타이밍이 안맞아 자칫 수확기에 한쪽은 누렇게 익어 있고, 한쪽은 여전히 파란 상태일수 있기 때문이다.

 농삿일이라는게 무엇 하나 간단한 일이 없다.

논둑의 야생화가 정겹다

▲ 논둑의 야생화가 정겹다


야생화는 농민들의 땀방울을 기억할까

▲ 야생화는 농민들의 땀방울을 기억할까


벌써 찾아온 뜨거운 여름날이지만 쌀 한톨이라도 더 얻기 위해 뜬모를 하시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마을 어르신들을 응원이라도 하듯 논둑에는 이렇게 예쁜 야생화가 피어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길다란 나이롱 줄을 물에 탁탁 튀기며 "자~아, 줄 넘어가유~~" 라고 소리치면 미처 자기 구간을 다 심지 못한 사람은 똥줄 타게 심어야 했고, 손이 빠른 사람은 이미 허리를 펴고 한숨 돌리며 여유있게 모내기 하던 정겨운 추억이 뜬모를 위해 왼종일 논에서 땀 흘리시는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과 교차하면서 그때의 아득한 추억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한다.

일부 남아서 버리게 되는 이앙기용 모판

▲ 일부 남아서 버리게 되는 이앙기용 모판


 다 심고 난 후 남아서 논둑에 버려진 이앙기용 모판을 보니 줄모를 심던 추억이 더 아른거린다.

 제 몫을 다 못 꼽은 사람을 위해 옆에 있던 사람이 잽싸게 꽂아 주던 정겨운 맛도, 그 덕에 하얀 이를 내어 넣고 소박하게 너털웃음 짓던 이웃간의 정도 이제는 기계에 밀려 더 이상 볼수 없다.

 모내기 판에서 즐겨 나눠 마시던 막걸리와 농주는 구경조차 할수 없는 지금... 그런 이쉬움은 나만의 것일까. 

 혹시 언젠가 로봇이 모를 심는 날이 오면 그때는 어쩌지? 그나마 이앙기라도 그리워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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