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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깻잎따기 일손돕기 하고 왔어요

2013.05.28(화) 09:07:05충청도토박이(shwjdtnr3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를 한 그저께 일요일. 아침부터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씨를 보아하니 안개만 걷히면 날씨는 그야말로 뜨끈뜨끈한 폭염일걸로 점쳐집니다.

 “뭣헌다냐. 깻잎이나 따러 가자. 더 뜨거워지믄 아무 일도 못한다야.”

 아버지의 재촉에 식사를 마친 아침, 우리는 깻잎을 따러 서둘러 밭으로 갑니다.
 

비닐 하우스에서 자라는 들깨

▲ 비닐 하우스에서 자라는 들깨


밭에는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깻잎을 따기 위해 재배중인 들깨가 자라는 비닐하우스입니다.

 원래 깨는 들깨와 참깨가 있는데 우리가 삼겹살 먹을때 상추와 더불어 마구마구 먹어주는 이 들깨 역시 깻잎만 먹는건 아닙니다.
참깨처럼 똑같이 기름을 짜서 먹는건데 참깨와 달리 들깨는 이렇게 기름을 짜기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이파리를 따서 먹기 위해 재배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파리를 따지 않고 그냥 재배해서 깨를 털어 기름을 짜는 농민들도 많아 계십니다. 그러고 보면 들깨는 고마운 채소입니다. 이파리도 주고 기름도 주니까요.
 

맨손으로 깻잎을 따는 엄마의 손놀림

▲ 맨손으로 깻잎을 따는 엄마의 손놀림


날이 뜨거워지기 전에 서둘러 깻잎을 따기 시작합니다.
엄마는 이렇게 맨손으로 따냅니다. 워낙 익숙한 손놀림이고 늘 하시는 일이니 속도도 빠르십니다. 똑 똑 똑... 순식간에 바구니를 채웁니다.
 

가위가 필요한 나의 더딘 솜씨

▲ 가위가 필요한 나의 더딘 솜씨


하지만 나는 그런 솜씨가 부족합니다. 이렇게 가위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엄마처럼 손톱으로 따다 보면 손톱이 아프기도 하지만 깨 나무 전체를 망가트릴까봐 염려돼서입니다.

 농사꾼 딸로 태어나서 자랐지만 딸내미는 힘든 일 안시키겠다는 아버지 때문에 농삿일은 별로 안하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친정에 가면 항상 이렇게 더딥니다.

 여름철 농삿일은 새벽에 나가 일찍 시작해야 합니다. 날이 뜨거워지면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게 일을 시작해서 서둘러 마친후 집에 돌아와 쉬다가 해가 뉘엿뉘엿 해질때 다시 나가 일을 합니다. 특히 비닐하우스내에서의 작업은 이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병을 얻기 때문입니다. 매일 신문 방송에서 접하는 하우스병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그런거 잘 안지키며 일만 하시다가 하우스병을 얻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도시에서 먹는 깻잎 한 장, 쌀 한톨 모두 다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늘 느낍니다.
 

시들지 않도록 비닐에 차곡차곡

▲ 시들지 않도록 비닐에 차곡차곡


깻잎은 따는대로 비닐이 깔린 종이 박스에 이렇게 정성스레 쌓습니다.
그렇게 서둘러 박스로 덮어야 햇빛에 노출되는걸 막고, 깻잎이 시드는 것을 방지할수 있으니까요. 간단하지 않죠?

 똑똑똑똑.... 쉴새없이 일을 하다 보니 오전 11시가 다 돼갑니다.

 “그만 허자. 뜨겁다”
 아버지의 말씀에 모두 다 허리를 폅니다. 날씨가 더우니 이젠 그만헤야 합니다. 등에는 벌써 땀이 흥건합니다. 양쪽 날개부분을 걷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닐하우스 내에서는 얼마나 더운지 모릅니다.
 

하우스 한켠에서 자라는 가지는 덤

▲ 하우스 한켠에서 자라는 가지는 덤


하우스 한쪽에는 이렇게 가지가 벌써 큼지막하고 예쁘게 잘 자랐습니다. 서너개 따 냈습니다. 집에 들고오려구요.

 농촌에서 비닐하우스는 요술집입니다. 가지 말고도 열무, 아욱 등 여러 가지가 자라고 있습니다.
 

깻잎 장아찌 담기

▲ 깻잎 장아찌 담기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는 깻잎 장아찌를 만드십니다. 2주 후에 내려온다고 한 언니네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장아찌 음식이 많습니다. 장아찌 음식은 냉장고가 없는 살림에 그나마 짜게 만들어야 덜 상하니까요. 거기서 나온 음식이 깻잎 장아찌, 마늘 쫑 장아찌 이런것들 아닐까요.

잘 익어준 깻잎 장아찌

▲ 잘 익어준 깻잎 장아찌


날더러 가지고 올라가라시며 꺼내 온 엄마가 미리 담궈 둔 깻잎 장아찌입니다. 너무나 맛있어 보이죠?

 깻잎을 따러 간 친정에서의 하루, 알차고 보람됐습니다.

 농촌에서는 모든 일에 때가 있습니다. 씨앗조차도 파종 시기를 놓치면 그 작물은 그해 재배는 영영 포기해야 합니다. 엄마 아버지와 함께 따낸 깻잎 역시 때를 놓치면 이파리가 너무 커지고 억세져서 딸수 없기에 항상 제때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농촌은 늘 일손이 부족합니다. 고향에 부모님이나 친지가 계신 분들, 농촌에 자주 찾아 뵙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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