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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선 지금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어요

2013.05.27(월) 03:31:50이선화(skhfdsj22@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계절이 각자 다릅니다. 눈 내린 겨울이 좋은 사람이 있고, 낙엽지는 가을, 새싹 돋는 봄, 아니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장마철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내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 언덕에 올라보면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소리”

 저는 이런 노랫소리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봄이 좋습니다. 파릇한 새싹이 돋고, 이내 봄꽃이 피고, 뻐꾸기 우짖는 논에는 모내기 준비를 하고, 밭에서는 보리가 슬슬 익어가는 봄.  이런 봄이면 으레 어릴적에 심고 밟아 주었던 보리가 생각납니다.

 

막 익기시작하는 보리밭

▲ 막 익기 시작하는 보리밭


보리 이삭에 노오란 윤기가...

▲ 보리 이삭에 노오란 윤기가...


 친정에 갔더니 보리가 익고 있었습니다.  너른 보리밭 전부가 누렇게 익은건 아니었습니다. 저만치 밭 중간쯤부터 약간 노란 빛을 띄우고 있더군요.

제법 노란색을 띄고 있는 부분

▲ 제법 노란색을 띄고 있는 부분


 그래도 누런 빛깔을 띄고 있는 부분에 다가서 봅니다. 제법 노랗습니다. 그렇게 2-3주일이면 금세 누렇게 익어버릴 것입니다. 

 


 슬슬 익어가는 보리를 만져 보니 촉감은 옛적 그대로입니다. 까슬까슬한 보리수염에 노란 빛깔을 조금씩 내는 이삭부분. 살이 통통하게 올랐습니다.

 보리는 날씨가 쌀쌀해 지는 가을에 파종합니다. 싹이 자라면 곧바로 하얀 무서리가 내립니다. 그리고 나서 온 가족이 하는 일. 서리가 땅 지표면을 들어올릴 때 보리 뿌리가 함께 뽑혀 올라와 얼지 말라고 온 식구가 나가 보리밟기를 했습니다.

 그런 보리가 봄이 되어 다시 파릇파릇 잔디처럼 자라 바다와 같은 평원을 이루고, 점점 뜨거워 지는 태양빛을 받아 누렇게 변해갑니다.

 

 보리가 심어진 밭 두렁에는 야생화가 피어 보리밭을 지켜줍니다. 헌때는 잡초라 하여 제초제를 뿌려 죄다 죽였지만, 요즘은 농촌에서도 제초제 그다지 쓰지 않습니다. 토양을 망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들꽃도 스스로 피고 지도록 놔둡니다.

 쌀이 귀해 보리 혼식을 장려하고, 학교에 싸간 도시락에서 보리와 쌀의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선생님이 도시락 검사를 하던 시절을 기억하실겁니다.

 요즘 어린아이들에게 쌀과 함께 주곡이었던게 그 까칠까칠한 보리였다며 먹어 보라 하면 아마도 뒤로 발라당 넘어질 것입니다.

 보리가 익어가는 밭 옆에는 다른 곡식이 뜨거운 태양과 가뭄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고 있습니다.

싹을 키우기 위해 심어진 고구마

▲ 싹을 키우기 위해 심어진 고구마


 6월에 심어질 고구마가 싹을 틔우기 위해 밭에 심어져 있습니다. 이건 나중에 이파리가 달린 줄기를 잘라 밭에 심는것입니다.

가뭄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옥수수

▲ 가뭄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옥수수


 옥수수도 이제 막 뿌리를 내리고 커 갈 채비를 하고 있네요. 다 먹고 나면 하모니카까지 불어 제끼는 옥수수입니다.

완두콩

▲ 완두콩


 완두콩입니다. 밥에 넣어서 먹으면 너무나 맛있는 파란색 완두콩. 모두 다 잘 자라 나중에 우리 가족에게 맛나고 영양가 많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 줄 녀석들입니다. 봄에는 그렇게 다같이 밭 주변에서 잘 자라줍니다.

바람 소리를 내는 보리밭 '스사삭' '스사삭'

▲ 바람 소리를 내는 보리밭  '스사삭' '스사삭'


 아직은 덜 익은 보리밭에 한줄기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 보리밭은 ‘스사삭’ ‘스사삭’ 소리를 냅니다. 가슴이 설레입니다.

노랗게 변색돼 가는 보리들이 서로 얼굴을 부딪치며 물결처럼 나부끼는 풍경은 이 시기에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 아닌가 합니다.

 어릴 때는 그게 바람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바람이 우리 눈에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도 들녘의 보리밭에 누런 ?깔이 찾아올 무렵이었습니다. 보리밭으로 그 바람의 마중을 떠나던 추억, 이젠 너무나 멀리 있고 자꾸만 멀어져 가는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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