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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혜경'이라는 법명을 받고

2013.05.13(월) 19:33:07조연용(whdydtnr71@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창문에 비친 햇살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꼼짝없이 책상에 늘러붙어 사회복지사 과정 중간고사를 치러야 하는 이 불쌍한 중생을 봤나. 책상에 붙잡혀있는 것도 억울한데 도무지 알 수 없는 해답이라니. 모든 상식을 다 동원하여 답을 찾다보니 어제 다녀온 향국암 생각이 절실하다.

詩공부를 처음 시작할즈음에 우연히 법정 스님의 책을 읽다가 차츰 영역을 넓혀 불교서적들에 심취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불교 경전을 읽은건 아니고 불교관련 서적을 통해서 불교 얹저리를 쬐끔 배회했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이다.

처음에는 법정 스님 책을 읽다가 정찬주씨가 쓴 책을 통해서 선문답을 처음 접하면서 '화두 이야기'와 , 현각 스님이 쓴 '만행' 그리고  '조오현스님이 쓴 선문답을 읽었다. 나중에는 권택영씨가 쓴 라캉의 '욕망이론'을 읽으면서 조금씩 독서의 폭을 넓혀갔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부분이 선문답이다. 그렇게 독서를 통해 불교 언저리를 맴돌다가 어느 순간 책을 손에서 내려놓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향국암 주지 정안스님과 인연이 닿았다.

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사진

계룡시 엄사면 도곡리 250번지에 위치한 향국암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는 도곡리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오르막 산길을 30분정도 걸어가야 향국암에 닿는다. 차를 놓고 향국암 가는 길 앞에 서니 이런 저런생각이 스쳐간다.




                 -김영석-

길은 없다
그래서
꽃은 길 위에서 피지 않고
참된 나그네는
저물녘
길을 묻지 않는다.

길은 없다/그래서/ 꽃은 길 위에서 피지 않고/참된 나그네는/저물녘/길을 묻지 않는다. 선문답처럼 다가오는 시 한편.

우리는 늘 길을 찾아 헤메는데 시인은 길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꽃은 길 위에 피지 않는다는 것. 길은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맨 처음부터 길은 아니었을 터.

길이 되기 전에는 꽃과 나무들이 자라던 땅이었을테지만 사람들의 발자국이 하나씩 둘씩 쌓여 길이 된 이후로,  길 위에 꽃이 피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길은 관념화된 지식일 수도 있고, 객관화된 현상일 수도 있다.
 

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사진

 


향국암을 향해 걷고 있는 처사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한발 한발 내딛을때마다 조금씩 가벼워져 가고 있을 세속의 무게들. 버려야 할것과 버리지 못할 것의 경계에서 방황한 시간들. 그는 과연 향국암에서 마음의 무게를 다 내려놓고 이 길을 다시 가볍게 걸어내려올 수 있을까?

이처럼 우리를 어디론가 끝없이 이끌어주는 화두가 길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새로운 길을 찾아 집을 나선다. 누군가 먼저 걸어간 길이면서 또다시 내 앞에 펼쳐진 길 앞에서 무엇을 찾아 여기까지 왔을까 싶은 것이  수행자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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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사진

 

길 잃지 말고 잘 찾아오라는 이정표가 세속에서 온 나그네를 마중한다. 향국암과
무상사. 무상사는 외국 선승들이 수행하던 사찰로 유명하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해외선교의 선구자 숭산스님의 제자 현각스님이 수행하던 암자라는 말에 더 애착이 간다.
 

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사진


향국암 오르는 길에 작은 돌탑들이 여럿 세워져 있다. 누군가 작은 소망을 담아 쌓아올렸을 돌탑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소망 하나를 꺼내 돌탑위에 얹어놓으면 모두의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사진

 

땀이 한소큼 나고 나서 겨우 도착한 암자. 꽃등을 매단  초롱꽃을 마주하니 없던 불심이 절로 일어난다. '내 마음이 부처다'라는 말처럼 내 마음에 법당 하나 차려초롱꽃 꽃등을 내어걸고 싶다.


 

 

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사진

 

향국암에도 예쁜 연등들이 걸려 있다. 향국암은 작은 암자라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지 않다. 그래서 석가탄신일은 고즈넉한 산사가 사람들의 발소리에 깨어나는 날이다. 찾는이가 없어서 지혜의 도량이라는 정안스님 말씀을 들으며 이번 석가탄신일에는 많은 신도들의 발소리로 넘쳐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사진

 

 

우리를 어디론가 이끄는 것은 길 뿐만이 아니다. 신발도 우리를 어디론가 끊임없이 데리고 가서 멈추게 한다. 요즘 즉문 즉설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냈다.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뒤부터는 책을 손에 잡지 않았는데 정안 스님을 뵙고 이런 저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최근 회자 되고 있는 혜민 스님이 숭산 스님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에  마음이 간다.
 

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사진



“아무리 엄청난 갑부나 권력자라고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탐내지 않으면 그 사람은 나에게 별거 아니예요,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이 부러울 때 그가 대단하거나 무섭거나 아부하거나 하는 거예요”

“용서는 나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헤꼬지한 사람이 이뻐서 용서를 하는 것이 아니고......용서가 없으면 그를 내안에다 장기투숙 시키게 됩니다”

“깨달은 자의 최고의 표현은 유머이다”

“그 사람의 일생을 살도록 놓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말씀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스스로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 가짐에 대한 말씀이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냐가 중요하다.
 

고즈넉한 향국암에서 정안스님을 만나 사진

 


정안스님은 어느새 내 마음에서 지워져가던 지혜의 샘물에 마중물을 부어주셨다. 내 마음에 쌓여있는 헛된 관념들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시고,  앞으로 지혜의 거울을 닦으며 살라는 의미에서 “혜경‘이라는 법명을 지어주셨다.

참 마음에 와 닿는 법명이다. 불자는 아니지만 늘 '혜경'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품고 지혜로운 삶을 가꿔가기 위해 노력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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