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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산장이 되었던 어제 하룻밤 우리집

충남도민 탄소배츨 줄이기 전등끄기 행사에 참여 하면서

2013.03.24(일) 07:47:41점생이(uiweyoi3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흐흐흐~~흥. 휘이이이~~~잉. 나는... 귀신이당... 흐흐흐”
  갑자기 ‘귀곡산장’이 된 어젯밤 우리집.
 “이 녀석, 장난 치지마. 무섭단 말야”

 모자의 대화 소리에 남편이 배를 잡고 자지러지듯 웃는다. 잠시후 이번엔 후레쉬 불빛을 든 남편이 휴대폰을 찾는다며 왔다 갔다. 이어서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가던 딸 아이가 거실 바닥에 늘어져 있던 다리미 선을 밟아 꽈당 넘어질뻔 했다. 다행히 사고 무.

 어젯밤 한시간동안 우리집에서 일어난 작은 일들이다. 전국적으로 실시하기도 했고 충청남도 역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한 범도민적 운동을 펼친 하루였기에 밤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전등 끄기 캠페인을 전개한 날이다.

 우리집도 이 시간에 맞춰 ‘귀곡산장’이 되었다. 불을 끄고 텔레비전도 끈 뒤 잠시동안 생활해 보니 오래전 TV의 전설의 고향에서 나온 월하의 일기라는 드라마도 떠올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만들어졌다.

 한등 끄기가 아닌 온 집안 전등을 모두 끄기 전, 냉장고와 보온 밥통만 제외하고 모든 전원을 함께 뽑았다. 전원에 코드를 항상 꼽아 놓고 사는 우리이기에 거기서 전국적으로 사라져 가는 전기량도 무척 크다고 들었기에 이번 기회에 한번 죄다 뽑아보자고 생각한 것이다.

 TV도 숨 죽이고, 컴컴해서 어떤 행동도 할수 없는 적막한 시간. 우리는 잘 뵈지 않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손도 잡아 보고, 까르르 웃기도 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이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정글의 법칙이라는 생존 프로그램을 이야기 하며 컴컴한 밤의 풍경을 상상했고, 나는 낮에 걷어 놓은 빨래를 정리했다. 남편이 빨래 정리를 하는 나를 보더니 떡 써는 것만 달랐지 한석봉 어머니 같다며 웃었다.

 어두운 탓에 대화 외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으니 그동안 가족간에 하고 싶었던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오갔다.

 남편은 이번 한식때 고향에 내려가 선대 어르신들을 모실 납골묘 계획을 말하면서 일이 일찍 끝나면 그 길로 처갓집도 좀 다녀오자고 했다. 지구촌 살리자고 하는 전등끄기 행사 덕분에 친정에 한번 더 갈 일이 생긴건 덤으로 얻은 부수입이었다. ㅎㅎ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학교 이야야기와 친구 이야기를 했고 나 역시 사업해서 돈 번 친구,  이웃 주부들과 시장 갔다 오며 본 노숙자 이야기, 지난번에 경로당에 생필품 사다 드린 이야기를 하며 참으로 오랜만에 4가족이 모두 무릎을 맞대고 빙 둘러 앉아 푸근한 시간을 가졌다. 젖기절약이 가족사랑의 끈을 더 굵게 해준 것이다.

  “이렇게 살면 우리집 덕분에 한전 직원들 명예퇴직 해야겠어.”
 이야기 끝에 나온 남편의 말이었다.
 “무슨 소리예요? 웬 한전 직원들의 명예퇴직?”

  남편은 가끔 내가 손빨래를 하는걸 말하며 “세탁기는 뭐하려고? 그거 나중에 박물관 기증하려고 하지?”란다.

맞다. 나는 빨래가 몇개 안되면 굳이 세탁기를 돌리지 않는다. 특히 남편의 와이셔츠는 비누로 목 부분을 중심으로 손빨래를 하곤했다. 그때마다 남편이 다가와 세탁기를 두고 왜 손빨래를 허냐고 물었는데 “빨래도 몇 개 안되는데 세탁기는 굳이 뭐하러요? 전기 아깝잖아요”라고 했었다.

 그러나 남편은 나의 노력을 ‘어여삐’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시대에 약간 뒤떨어지고 슬그머니 궁상스럽다는 그런 떨떠름한 표정.

 그러거나 말거나 그동안 자주 손빨래를 해온 터였고 이번에는 아예 전기를 죄다 끄고 암흑속에 사는 연습까지 하고 있으니 전기가 남아돌아 한전 직원들 명예퇴직 걱정까지 하는 농담을 건넨 것이다.

 그 농담 속에는 그동안 손빨래까지 하면서 전기를 아껴 온 나에 대한 은근한 칭찬이 들어 있었음을 알수 있었기에 기분이 좋았다.

 내가 남들처럼 비범한 살림 재주가 있는것도 아니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주부 9단들처럼 억세게 훌륭한 살림꾼도 아니니 그런거라도 제대로 해보자며 하는 일이 몇가지 더 있다.

 주말 집안 청소할 때 진공청소기 돌리지 않고 운동삼아 빗질하고 물걸레질 하는것, 화장실 변기에는 벽돌을 꼭 한 개씩 넣어 물 아끼는 일,  다림질도 모든 옷을 한꺼번에 모아 놨다가 하고, 특히 안 쓰면서 괜히 켜져 있는 컴퓨터와 TV도 반드시 코드를 빼 놓는 일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전기 소모량이 많아졌는데 그 이유가 공부나 기타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괜히 쓰지도 않으면서 제녀석들 방의 전등을 상시로 켜 놓는게 습관이 되어서 그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들이 방에 있다가 밥을 먹으러 거실로 나올때 같은 경우 불을 끄고 나와야 하는데 그냥 오는 것 등이 그런 예이다.

 안되겠다 싶어 계속 그러면 용돈을 깎는다는 엄포를 놓으면서부터 습관이 제대로 바뀌었고 그런 실천을 성실하게 해 보니 전기가 정말 눈에 띄게 절약이 되었다.

 불필요한 전등을 끄며 살다 보니 집안이 약간 어둡기는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남편으로부터 “집이 무척 삭막해 보인다” 혹은 “집이 어두컴컴 하면 마음이 슬쩍 우울해 진다”는 식의 항의(?)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솔직히 가끔은 나도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며 내가 궁상스러운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이게 옳다고 믿는다.

 언젠가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북극곰이 익사를 했다는 내용을 접한적이 있다. 바다에서 수영하며 사는 북극곰이 어떻게 익사를 할수 있을까.

 북극곰은 바다위 얼음을 밟고 다니며 바닷속에서 사냥을 하며 먹고 산다. 하지만 가까이 얼음이 있으려니 믿고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옆에 지나가는 흐르는 유빙(떠다니는 얼음)이 없어 하염없이 수영을 해서 가다가 결국 지쳐서 익사를 했다는 것이다.

 얼음은 누가 녹였을까. 지구 온난화를 부른 인간들 탓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본 뒤 내가 지금 잘하고 잇는가 보다 싶었다.

 지구촌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이번에 실시한 전등끄기 행사 같은건 충청남도 자체적으로 자주 좀 했으면 싶다. 그날 하루 그 시간동안 전기절약도 되지만 자주 하다 보면 우리 도민들의 전기절약 마인드도 더 고취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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