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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사는 아이들을 타일러 보니

돈에 혈안이 된 어른들의 잘못과 반성

2013.03.20(수) 12:00:22유병화(dbqudghk3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제 퇴근하던중 차를 타기 위해 걸어 가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사무실였다. 곧 있을 회의 자료에 추가할 내용이 있으니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빨리 이메일로 좀 보내 달라는 전갈이었다.

 급한 마음에 우선 눈을 돌려 보니 근처에 PC방이 있길래 서둘러 들어갔다.

 PC방은 대개 아이들 게임 위주로 운영을 하다 보니 굳이 값 비싼 한글 프로그램을 구입해  놓지 않고 오로지 게임만 깔아 놓고 영업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 예전에도 허탕을 친적이 몇 번 있는데 어제도 PC방에 들어서자마자 카운터에 한글 프로그램이 깔려 있는 PC가 있는지부터 먼저 물었다.

 그러자 딱 한 대 있다며 그곳으로 안내를 해 주었다.
 자리에 앉으려니 흡연석이었는데 바로 옆에는 덩치 큰 고등학생 아이들 3명이 교복을 입은채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게임중이려니 생각하며 USB를 꽂아 넣고는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이메일 계정을 여는데... 옆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말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얌마, 그 담배는 너무 써. 그거, 그걸로 해. 우선 3갑만 사자.”
 ‘담배? 너무 써? 3갑만 사자? 지금 이 아이들이 뭐 하고 있는거지?’

 느낌이 이상해서 일을 하다 말고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며 슬그머니 일어나 힐끔 보니 아이들이 1대의 컴퓨터 앞에 조르륵 몰려들어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건 인터넷 사이트에서 담배를 구매하는 일이었다. 말로만 듣던 불법 담배판매 사이트에서 그러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담배를 팔지 않고, 주민등록증까지 제시 하도록 되어 있으니 아예 인터넷으로 담배를 주문하는 모양이었다. 인터넷으로 담배를 파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집에까지 배달해주니 이거야말로 막을 도리가 없는 노릇이었다.

 청소년들이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담배판매 사이트에 자유자재로 드나들면서 담배를 사 피우고, 주변 친구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하는 세상. 오로지 돈 벌겠다는 욕심 하나만으로 누군가 이런 나쁜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으니 세상이 좀 먹는 것 아닌가 싶다.

 아이들에게 당장 한마디 할까 하다가 일단 참았다. 그래봤자 아이들에게 반감만 심어주고, 자칫하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다녀 온 뒤 PC방 내에 있는 간이 판매대에서 두유 3개와 빵 3개를 각각 사서 그 학생들에게 갖다 주라고 부탁을 했다. 카운터에서는 내가 그 학생들을 아는 사이라고 생각했는지 선뜻 그렇게 했다.

 자리에 돌아와 일을 하던중 빵과 두유를 받은 아이들이 어리둥절 하게 생각하자 카운터 직원이 내가 사 준거라고 알려주었고 아이들은 약간 난감해 했다.

 “얘들아. 그거 먹고 해. 아저씨가 너희들 같은 아들이 있어서 사 주는거야”
 그러자 아이들이 긴장을 풀며 일제히 “감사합니다”라며 빵 봉지를 뜯고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빵과 두유를 다 먹었을 때쯤 나도 회사로 데이터를 보내는 일이 끝났다. 그리고는 아이들 쪽으로 의자를 돌려 말을 걸었다.

 “빵 맛있니? 두유는 입에 맞아?”
 그러자 한 아이가 “네, 잘먹었어요. 아저씨도 이 근처에 사세요?”라며 말을 건넨다.
 찬스는 이때다 싶었다.

 “아냐. 나는 차를 타고 좀 가야돼. 너희들은 이 근처에 살겠구나. 그런데 말이야... 그 담배는 몸에 너무 해로운데 굳이 왜 피우는 거니? 아저씨는 어른인데도 안피우거든. 정말 백해무익한게 담배야.”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아이들에게 진실성 있게 다가가려고 말을 이었다. 순간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굳어진다. 아이들이 오해를 할수도 있었다.

 “응.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구. 너희들이 아저씨 아들 같아서 그래. 이미 담배 맛이 들어서 당장 끊기 어렵겠지만 가능하면 그거 피우지 않는게 좋겠어. 아저씨 말 잘 생각해 봐.”

 내 말에 진정성이 담겨져 있는것 같아서인지, 아니면 아빠 같은 어른이 말을 해서인지 아이들도 미안해 하는 눈치였다.  PC방에서 온라인으로 담배를 주문하다가 들킨걸 부끄럽게 생각한 것이다.

 그래도 “아저씨가 뭔데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예요?”라며 대들지 않고 그걸 미안하게 느끼는 표정이라면 그렇게 나쁜 아이들이라는 생각은 안들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사람으로부터 예상찮은 훈계를 들을줄이야 생각도 안했겠지만 어쨌거나 나도 잔머리를 굴려서 먼저 빵으로 아이들을 잡아 둔 후 점잖게 이른 것이다.

 내 말을 얼마나 깊이있게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은 내가 한두마디 더 “몸에 해로운 그것이 결국 머릿속까지 망가지게 할수도 있다”는 나의 충고를 끝까지 다 들어주는걸 고맙게 생각하고 PC방을 나왔다.

 우리 청소년 아이들이 어줍잖은 어른 흉내를 내며 갈수록 흡연자가 늘어만 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는 요즘, 어른들이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마구잡이로 담배를 파는 일도 자제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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