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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우리집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은?

2012.07.21(토) 18:11:08남준희(skawnsgml29@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여름철 우리집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은? 사진


 

날씨가 더워 선풍기를 2대 틀어놓고 주말을 책과 함께 ‘방콕’하며 지내다 보니 밖으로 나가 돌아 다니는 것 보다 훨씬 낫다.

에어컨은 없지만 굳이 그게 필요치 않을 만큼 집이 유난히 시원한 편이라 전기료도 절약하고 일석이조다.

그래도 더울 때는 비법이 있다. 목욕탕에 들어가 온 몸을 물로 적시면 일단 체온이 뚝 떨어지는데 그 상태에서 물기를 다 닦아내고 나오는 게 아니라 물이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만 대충 손질한 다음 팬티와 반바지 정도만 입고 그냥 나온다.

그 상태에서 한참을 버틸 수 있고, 물기가 완전히 마르기 직전에 선풍기를 쏘여 주면 이 또한 시원한 상태로 한참 지낼 수 있으니 더위에는 딱이다.

오늘도 그러기를 두 번 정도 하면서 선풍기를 쓰다가 이 선풍기에 깃든 사연이 떠올라 살짝 웃음이 났다.

그러니까 젊을 때 연애시절엔 올리비아 핫세를 동경하고, 그 긴 생머리에 치렁치렁한 머릿결에 홀딱 반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를 반하게 했던 지금의 아내는 당시에 내 눈을 홀라당 뒤집기에 충분했다.

그때 내 눈에 아내는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았고, 화장실은 다른 사람 시켜서 대신 일을 볼 것 같았고, 잘 때는 백설공주 꿈만 꿀 것 같았다.

그런 여인과 결혼에 골인하여 애를 낳고 살다 보니 삼시 세끼 이슬만 먹을 것 같았던 그녀가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면서 그야말로 다부진 이 땅의 아줌마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그 모양이 과거와는 너무도 다르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던 몇 년 전 초여름 어느 날 아내는 우연히 할인마트에 갔다가 이벤트가 열리는 걸 알고 돌아왔다. 벌써 얼굴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여보 여보, 오늘 마트에서는 우유 1리터를 빨리 마시는 대회가 있는데 그 이벤트에서 우승하면 우리가 사려던 선풍기를 준대.”

헉, 아내가 결국 미쳐(?) 가는구나. 선풍기를 한 대 얻으려고 그동안 소화가 안 된다며 생판 입에도 안 대던 우유를 마시겠다고? 완전히 딱 걸린 셈이었다.

어쨌거나 아내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지만 아내는 내 손을 끌고 마트에 갔다. 기필코 선풍기를 받아야겠다며.

마트에 가보니 무슨 선풍기 하나에 목숨 거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30여 명이 도전을 하는데 우리 아내는 중간쯤에 나섰다.

평소 쳐다도 안 보던 우유를 기를 쓰고 마시며 남성들과 대결을 벌이는 아내의 모습은 내가 과연 누구와 결혼한 건가, 그때 본 올리비아 핫세가 맞는 건가 하는 의심의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내는 30여명의 남녀 아줌마 아저씨들과 목숨 건 경쟁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루기 시작했다.

“자기야 나 믿지? 애 둘 잘 보고 있어. 이거 꼭 받아내서 선풍기로 시원하게 해줄게.” 라며 위로의 말까지 잊지 않고 너스레까지 떨던 아내는 결국 배가 터지는 것도 참고 아줌마의 괴력으로 버텨냈다. 아내는 아마도 일 년 동안 마실 우유를 그날 다 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진정 선풍기기를 타냈다. 아내는 거의 대한독립 만세 수준의 기분이었고 그로부터 1주일 내내 자기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노라며 득의양양 했다.

사람들은 무슨 자신과의 싸움을 그렇게 자주하는 건지. 예전에 줄넘기 3천 번하고 일등을 했을 때도 그랬고, 훌라후프 3개를 한꺼번에 오래 돌리기 해서 일등을 했을 때도 자신과의 싸움이니 말리지 말라고 하더니...

일등상품 선풍기에다 휴지 2개, 게다가 애호박 5개까지 품에 안고 돌아와선 좋아서 폴짝폴짝 뛰는 아내.

그 선풍기 덕분에 우리는 해마다 여름을 시원하게 난다. 여름철만 되면 우리집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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