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의 소원줄을 들고 달집을 돌고 있다 |
5일, 외암리 마을에서 정월대보름행사가 펼쳐졌다. 가족과 함께 보름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논밭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허옇게 쌓여 있다. 바람도 손이 시려울 만큼 차갑다.
마을입구에는 행사준비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이 길게 서 있다. 소원 문을 달은 긴 줄을 들고 행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종이에 적어 긴 새끼줄에 매달아 놓았다. 이렇게 적은 소원문은 논 한가운데 설치되어 있는 달집에 걸어 놓고 태울 것이다.
풍물패를 앞세워 사람들은 소원 문을 달은 긴 줄을 들고 그들을 따라 간다. 둥그런 보름달은 일찌감치 떠올라 이 행렬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풍물패의 농악장단에 맞추어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사뭇 가볍다. 꼬마 아이들도 긴 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다소곳이 따라가는 모양이 귀엽다. 그들도 마음속에 비는 간절한 소원이 있는 모양이다.
▲ 달집태우기 행사에 흥을 돋우는 풍물패가 행사장으로 가고 있다 |
▲ 사람들이 풍물패를 따라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람들은 소원 줄을 들고 달집을 돌기 시작한다. 새해의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간절함이 몸짓에 그대로 묻어있다. 달집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서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 주고 있다. 달집은 이미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보름달을 쳐다보고 있다. 오늘 만큼은 해가 불청객이라 생각되는지 서둘러 몸을 숨기고 만다. 땅거미가 풍물패의 장단에 맞추어 성큼성큼 달집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사람들은 손에 쥔 소원 줄을 조심스레 달집에 걸어놓고 마음을 빌어본다.
▲ 달집에 불을 지르고 있다 |
▲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달집이 훨훨타고 있다 |
▲ 달집이 밤하늘을 밝히며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 |
누군가 횃불로 달집에 불을 놓는다. 달집은 기다렸다는 듯 훨훨 타오르기 시작한다. 대나무 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달집은 모든 액 귀를 쫓아낼 모양으로 사납게 타오른다. 액 귀들과 한판 전쟁이라도 하 듯 불꽃이 맹렬하다. 달집이 잘 타오를수록 마을의 안녕 물론 풍년이 온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달집이 마음속까지 훤히 비출 수 있도록 사람들은 간절히 소원을 빈다.
▲ 아이들이 논에서 쥐불놀이를 하는 모습 |
▲ 사람들이 달집이 타는 것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