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지역신문뉴스

“알록달록한 색을 칠할 때, 별 보는 것 같아유”

2024.04.05(금) 18:38:50 | 당진신문 (이메일주소:djnews@hanmail.net
               	djnews@hanmail.net)

최재영 어르신은 컬러링북을 통해 세상에 색을 입히며, 남은 인생에 활력을 얻고 있다.

▲ 최재영 어르신은 컬러링북을 통해 세상에 색을 입히며, 남은 인생에 활력을 얻고 있다.


송산종합사회복지관 맞춤돌봄서비스
최재영 어르신 “새로운 활력소 생겨”

혼자 거주하는 어르신에게 하루는 참 길다. 몸이 아프면 마음대로 돌아다니기도 어렵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 만큼 어르신들에게 24시간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

송산면에 거주하는 최재영 어르신(86) 역시 몸이 편찮아 어딜 다니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그에게는 새로운 낙이 생겼다. 바로 컬러링북 색칠하기다.

지난해부터 송산종합사회복지관은 국비 지원을 받아 맞춤돌봄서비스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의 일환으로 매주 1회씩 생활지원사를 통해 지역 어르신에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최재영 어르신은 프로그램 가운데 컬러링북을 지원받아 시작했고, 이는 노년의 적적함을 달래는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

사실, 자식은 타지에 나가고, 아내와는 오래전에 사별한 최재영 어르신은 텔레비전을 마주보며, 때로는 신문에 나온 글들을 따라 적으며 시간을 보냈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한 한을 그렇게 풀어내야 했던 최재영 어르신.

최재영 어르신이 그동안 작업한 컬러링북.

▲ 최재영 어르신이 그동안 작업한 컬러링북.


“혼자 사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데? 나한테 치매 오면 영영 바보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렇게 생각하니 참 무섭더라고유. 그래서 그때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지. 성경 속 구절을, 때로는 내 생각을, 부족할 때에는 신문 사설도 옮겨 썼쥬. 그렇게 혼자 시간을 보냈지.. 그런데 복지관에서 컬러링북을 추천하며 갖다줘서 해봤는디, 참 재밌더라고”

한 권, 한 권, 색을 칠할 때마다 어르신은 뿌듯함을 가졌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흑색의 노트에 글을 적을 때와는 다르게 컬러링북은 마음을 알록달록하게 만들었다.

컬러링북은 색을 칠하는 동안 집중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해소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준다. 무엇보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르신을 위한 복지 사업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고령의 어르신들은 손을 떨기도 하고, 잘 보이지 않아 색을 칠할 때 어려운 부분에서는 색을 제대로 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평소 운동하며, 체력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최재영 어르신에게 컬러링북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컬러링북으로 색칠하기를 통해 그림에도 관심을 갖게 된 최재영 어르신은 요즘 글과 그림을 함께 그려내며, 깊은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 컬러링북으로 색칠하기를 통해 그림에도 관심을 갖게 된 최재영 어르신은 요즘 글과 그림을 함께 그려내며, 깊은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아유, 말도 말아유. 어려운 건 몇 시간을 붙들고 해야 완성하니께. 그런데 워낙 재미있으니까,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있겠어? 그리고 색을 칠하다 보니 참 재미있는디, 그림이랑 글을 같이 써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 그랴서 내가 생각하고 집 밖에서 본 것들을 그림이랑 글로 해봤쥬. 이거라도 하니까 하루가 참 보람져유”

요즘 최재영 어르신은 직접 그림도 그리고 있다.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바쁘게 살아야 했던 그의 삶에 글과 그림은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나 컬러링북을 시작한 이후 그림에 관심이 생겼고, 그림과 글을 적으며 그의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노후를 건강하게 보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글과 그림을 통해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최재영 어르신.

“컬러링북 시작한 이후로 술이랑 담배 안 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슈. 색을 칠하면 별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디, 이런 마음 갖게 해준 송산종합복지관이랑 우리 생활지도사 선생님께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유. 쑥스럽지만, 글이랑 그림 계속 하고 싶네유. 제 소망 계속 꿔도 되겠쥬?”
 

당진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당진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