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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2024년 정월대보름 풍경

태안군민들 이야기

충남 태안군 태안읍 남문리 315

2024.02.27(화) 22:04:41 | 나드리 (이메일주소:ouujuu@naver.com
               	ouujuu@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음력 정월달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설날부터 정월대보름날까지 한 해를 시작하는 기점이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 자신의 운세를 살펴보기도 하지요. 우리 세시풍속에서 한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날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가 있습니다. 쥐불놀이, 달집 태우기 등은 옛것을 태워서 보내고 새로움을 맞이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정월대보름 행사는 지방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즐기면서 만복(萬福)을 기원합니다.
  
정월대보름날 태안 경이정 근처의 풍경
▲ 정월대보름날 태안 경이정 근처의 한가로운 풍경

우리 민족은 샤머니즘(shamanism)에 기인한 종교적 신념이 강한 민족입니다.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눈 뜨자마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00아~’ 하고 부르면 ‘왜?’하고 대답합니다. 그러면‘내 더위 사가라’고 하지요. 내 더위를 타인에게 팔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밤, 호두, 땅콩으로 부럼을 깨면, 오복 중 하나인 치아가 건강해진다고 믿거나, 15일 날이라서 밥을 열다섯 번 먹어야 잘 산다고 믿는 것도 그렇습니다. 선조들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은 후손들에게 삶의 지혜를 일깨우고, 따뜻한 정을 나누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정월대보름 행사를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이 모여있다
▲ 정월대보름 행사를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이 모여있다

태안은 농업과 어업이 발달된 마을입니다. 농업으로는 쌀, 육쪽마늘, 생강, 고구마 그리고 화훼농업이 발달되었습니다. 어업은 바지락, 우럭, 주꾸미, 김 등이 유명하며 서해안 갯벌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꽃과 바다’로 요약된 태안의 관광명소들은 주말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지요. 천혜의 관광명소와 풍요로운 어족자원 그리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태안의 비결이 궁금한데요. 그 비결을 찾기 위해서 태안군민들의 삶을 엿보기로 했습니다.

경이정에서 범국민중앙대제를 지내는 모습
▲ 경이정에서 범국민중앙대제를 지내는 모습

이장들도 제주와 함께 제사를 지내고 있다
▲ 이장들도 제주와 함께 제사를 지내고 있다

2024년도 벌써 2월의 끝자락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장 바쁜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합니다. 일 년을 시작하는 가장 바쁜 시기인 지금, 슬로시티(slow city) 태안의 풍경은 넉넉하고 여유롭습니다. 매 년 정월대보름을 맞이하면 태안군수가 제주가 되어 ‘경이정’에서 ‘범국민중앙대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태안읍 이장단과 함께 주민들이 태안군의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행사이지요. 중앙대제를 마치면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전통 민속놀이 화합한마당 행사’가 준비되어 하루 종일 축제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중앙대제의 제사상
▲ 중앙대제의 제사상

제주가 식순에 따라 제를 지내고 있다
▲ 제주가 식순에 따라 제를 지내고 있다

경이정은 1986년 11월 19일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23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조선 정종(재위 1398∼1400) 때에 지어졌으며, 태안 지역의 안전과 태평을 위해 경이정에서 재우제(宰牛祭)를 지냈다고 합니다. 재우제(宰牛祭)는 백화산 정상 부근에 있는 ‘태을암’에서 ‘태일제’라는 제향에서 시작되었지요. 조선시대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으로 태일전이 없어지자 ‘태일제’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순종 1년(1907)에 재우제(宰牛祭)가 없어졌다가 1988년에 전면 보수하여 복원하였습니다. 정월 보름날 새벽에 소를 통째로 잡아서 제사를 지내서 ‘재우제(宰牛祭)’라고 하였습니다. 이장들과 군수가 한마음으로 마을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하니 그 마음이 정월대보름달처럼 환하게 느껴집니다.

옛스럽고 아늑한 경이정 모습과 제사 지내는 모습
▲ 옛스럽고 아늑한 경이정 모습과 제사 지내는 모습

목애당에서 바라 본 경이정 모습
 ▲ 조선시대 동헌 목애당에서 바라 본 경이정의 모습
   
‘경이정’에서 범국민중앙대제’를 마치면 마을 주민들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축제가 열리는 ‘태안초등학교’까지는 5분 거리인데요. 중간에 태안읍사무소가 있고, 그 옆에는 조선시대 사또가 업무를 보던 동헌 ‘목애당(牧愛堂)’이 있습니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학농민운동 때 불에 타서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옛 정취가 가득한 ‘목애당’에서 ‘경이정’을 바라보면 지척입니다. 이곳이 조선시대 태안의 중심지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느껴지는 풍경이 아늑하기만 합니다.  

목애당 모습
▲ 목애당 모습

동헌의 전체 모습
▲ 동헌의 전체 모습

태안초등학교는 1911년 9월에 개교를 했으니 올 해로 113년 된 전통 있는 학교입니다. 조선시대 마지막 왕인 순종임금 때 보통학교로 시작되어, 태안군민들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하였습니다. 이곳에서 군민들의‘전통 민속놀이 화합한마당 행사’가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태안초등학교 교정 모습
▲ 태안초등학교 교정 모습

태안초등학교 실내체육관 앞 모습
▲ 태안초등학교 실내체육관 앞 모습

행사는 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진행하는데요. 군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신밟기,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놀이입니다. 오전에는 풍물단원들의 지신밟기와 판소리 및 민속공연으로 흥을 한껏 올리고 점심으로 떡국을 나누어 줍니다.  

점심 떡국을 먹기 위해 주민들이 줄 서고 있다
▲ 점심 떡국을 먹기 위해 주민들이 줄 서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떡국을 끓이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 자원봉사자들이 떡국을 끓이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점심식사를 마치면 제기차기, 투호놀이, 윷놀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1500여 명이 입장할 수 있는 태안초등학교 체육관은 그야말로 왁자지껄합니다. 오전에 함께 즐겼던 사람들이, 오후에는 서로가 경쟁자가 되어 1등을 하기 위해서 조금의 양보도 없습니다.

민속놀이 하는 실내 체육관의 모습
▲ 민속놀이 하는 실내 체육관의 모습

마을과 마을의 단체전, 개인기로 승부를 거는 개인전을 치르면서 민속놀이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니 승부사의 기질이 느껴집니다. 선의의 경쟁으로 한 해를 시작하며 각오를 다지는 듯 결연한 표정을 보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요.   

윷놀이에 집중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 윷놀이에 집중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한 해의 복을 기원하며, 대보름날에 음식과 재미를 골고루 나누는 모습에 주민들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슬로시티(slow city) 태안의 대보름 풍경은 느릿하지만 활력 있고, 멈출 듯 여유롭게 소통하는 모습입니다. 경이정에서 중앙대제를 마치고, 조선시대 관청인 목애당을 지나 태안초등학교까지의 거리는 500미터 정도입니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의 삶이 500미터짜리 파노라마 영상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공연을 구경하는 마을 주민들 모습
▲ 공연을 구경하는 마을 주민들 모습

민속공연 모습
▲ 민속공연 모습

태안초등학교 교정 뒤 백화산의 교장바위 풍경이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시작되고, 백화산 교장바위에서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의 그림자가 아른거려 애절하기까지 합니다. 우리 민족은 외침에 의한 전쟁으로, 내란에 의한 정쟁으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데, 정월대보름달은 언제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까요?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으고, 뜻을 모아서 정진(精進) 해야 할 때입니다.

태안초등학교에서 바라 본 교장바위
▲ 태안초등학교에서 바라 본 교장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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