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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이레 동안 굶어도 명이 끊어지지 않고 독약을 세번이나 먹어도 명이 끊어지지 않아.....

부여군에 산재한 조선의 열녀들의 사연을 찾아서

충남 부여군 규암면 진변리 38-1

2024.01.25(목) 13:15:30 | 충화댁 (이메일주소:och0290@hanmail.net
               	och0290@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최근 조선시대 열녀를 소재로 한 TV 사극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열녀란 남편이 죽은 후 수절하거나 죽음으로 정절을 지킨 여자, 또는 죽은 남편을 따라 죽거나 남편을 위해 대신 죽은 여자를 통칭한다. 열녀(烈女)는 열부(烈婦)라고도 한다. 유교사회에서 부부간의 관계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순종과 수절(守節)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다. 조선 왕조는 유교적 여성관의 확립을 위해 여자는 아버지, 남편,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삼종지도(三從之道)’, 불경이부(不更二夫)’, ‘일부종사(一夫從事)’를 강요했다.

요즘의 시대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기에 수절 과부의 타임 슬립과 밤마다 구중심처 담을 넘에 세상으로 뛰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게 된 것 같다.

열녀는 남편이 죽었을 때 따라 죽는 순절(순절)과 남편이 죽었을 때 정절을 지키는 수절로 크게 나뉜다. 조선후기로 가면서 정려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 사대부가에서는 미망인들의 순절을 당연시하고 내용을 부풀려 가짜 뉴스를 퍼트렸다. 

부여에도 도처에 한 많은 사연을 치마 폭에 감싸 안고 강물에 뛰어들고 목을 맨 열녀들에게 국가의 포상 제도인 정려를 내려주고 기리게 한 정려각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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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규암면 진변리 백강마을에 있는 가림 조씨(이사명의 처)와 연일 정씨(이희지의 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정려. 한 가문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동시에 정려를 받은 사례는 드물다. 부여군 향토유적 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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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 자헌대부병조판서이사명의 처 정부인가림조씨 려.병조판서였던 이사명의 부인인 가림 조씨가 신임사화로 (숙종 15 1689년) 남편이 참화를 입자 따라서 자결한 것을 높이 칭송해 영조 2년에 세운 것이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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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이레 동안 굶어도 죽지 않고 독약을 세 번이나 먹었어도 명이 끊어지지 않아 하룻밤에 목을 세 번이나 매었다. 그래도 못다 죽어 피를 쏟았다.어찌나 명이 질긴지 그 피로 시를 쓰고 시어머니와 서로 껴안은 채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 
정려의 내용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동시에 자결한 것으로 과장되어 있으나 사실은 이사명은 숙종 15년(1689년)에 죽었고 이희지는 옥 중에서 죽었다. 이사명의 아내 가림 조씨는 부군이 죽고 가문으로부터 자결을 종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백마강에서 투신한다. 며느리 연일 정씨도 시어머니와 함께 투신하려 했지만 시어머니와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한 달 후에 자작시를 남기고 백마강에 투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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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세도면 동사리에는 안동 권씨와 목천 상씨로 풍양 조씨 가문의 며느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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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좌의 처 안동 권씨는 젊은 남편이 세상을 떠날 때 임신 6개월의 임산부였다. 그녀는 뱃속의 태아를 위해 7개월을 기다려 출산하고 아이가 백일이 되었을 때 조용히 목숨을 끊는다. 그나마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아이를 낳고 극단적 선택을 결행한다. 
목천 상씨는 안동 권씨가 낳은 아들이 자라서 손자를 얻고 그 손자의 처이다. 간단히 말해서 안동 권씨의 손자부로 집안의 종부였다. 목천 상씨는 이 고장에 홍수가 나서 집이 침수되면서 종가의 족보가 떠내려가자 물에 뛰어들어 족보를 건져내고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한 경우이다.

21세기의 정서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열녀들의 행태이지만 명분을 목숨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던 조선 후기의 사대부들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갓 백 일이 된 아이를 두고 생 목숨을 끊기 위해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다가 스러져간 가련한 여인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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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양화면 입포삼거리에는 덤불 속에 아무렇게나 서 있는 비석 한 기가 있다.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외롭고 쓸쓸하게 있지만 경주 이씨 열녀비이다. 이 열녀비는 조선 사대부가가 아니라 양인 집안 여인의 순절한 사연을 안고 있다. 
경주 이씨는 1874년생으로 동갑인 조동임에게 시집을 와서 살던 중 19살에 여름 남편이 입포천에서 익사하자 슬픈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시어머니를 위로하고 염습을 마친 뒤 치마 끈으로 목을 매고 혀를 깨물어 피를 흘리며 남편의 시신 옆에 누워 숨을 거둔다. 비석 뒷면의 그녀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묘사가 리얼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중요한 것은 그 후로 40년 후인 1931년, 마을 사람들이 능력 껏 성의를 모아서 경주 최씨의 행실을 기억하기 위해 이 비석을 세운 것이다. 겨우 19살 꽃 다운 나이에 사고를 당한 남편도 안타깝지만 저세상까지 남편을 따라갈 결심을 했던 경주 최씨의 사연은 더 애달프다. 신문에 한 줄 기사 거리로 끝날 사연을 서로 살기도 어려웠을 일제강점기에 마을 사람들이 비석에 남길 마음을 모았다는 것이 지금까지 향기롭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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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임천면 옥곡리 열녀 온양 정씨는 부여 명문가 전주 이씨 밀성군파 가문의 이기지의 며느리이며 그의 아들 이봉상의 처이다.
온양 정씨는 시조부인 이이명과 시부인이기지가 신임사화로 사사되자 집안이 풍비박산하고 남편 이봉상도 죽었다고 잘못 전해져 순절했다. 후에 이봉상 대신 노비가 죽고 남편은 무주로 피신했다가 영조가 즉위하자 신분이 복원되면서 살아서 나타났던 비사를 안고 있는 열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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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임천면 옥곡리 입구의 온양 정씨 열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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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양화면 초왕리에는 김녕 김씨 효열정려각이 있다.
김녕 김씨는 양천 허씨 허인의 아내로 남편이 홍산 만덕교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하자 남편을 따라 자결을 결심했다. 그녀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하자 시부모는 그녀를 말렸다. 아들도 없는데 시부모는 누구를 의지하며 살며 부모 없이 살아가야 하는 어린 아들이 불쌍하지 않느냐며 그녀를 달랬다. 김녕 김씨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고 아들을 양육하고 겨울 눈 속에서 씀바귀를 캐어 시부모를 부양하고 심지어 뱀탕까지 먹이며 병구완을 하는 효를 행한다. 

사대부 가문과 달리 평범한 양인들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 아들이 죽고 며느리마저 없으면 그 자손은 어떻게 키우고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 노동력이 필요한 농사일까지 고려해서 오히려 며느리가 극단적 선택을 할까 노심초사했다. 
김녕김씨는 남편을 따라서 순절한 열녀가 아니라 자식과 시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살아남아 효성까지 인정받아 효열비로 칭송하고 있다. 

선인들이 살다 간 흔적은 무심코 지나가던 길가의 초라한 비석과 낡은 정려각 속에 남아 있다. 예전에는 인권과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관이었던 것들도 세월이 지나면 변한다.
짧은 생을 정려각 속에 저당 잡힌 조선시대 열녀들의 행적을 따라 부여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상념에 젖는다. 

타향에 계신 부모 형제
이제 다시 못 보니 
이 몸 옥같이 귀여워 하셨다고 
이 마당에 누구라 말해줄까?
젖먹이 아기 의지할 곳 없으니 
눈 감고 황천까지 안고 가랴
유월 초사흘 첫 닭 울 때 
피 내어 이 글을 쓰고 강을 향해 가리다.
 
         
연일 정씨(신임사화로 사사된 이희지의 아내로 진변리 백강마을 정려 )의 피눈물처럼 석양이 번지는 백마강가에 서니 내 눈가도 촉촉해진다. 


연일정씨 정려
충남 부여군 규암면 진변로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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