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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사양들 마시고 지나 오가시라

12월 부여의 시인 신동엽 생가에서

2023.12.15(금) 22:41:45 | 황토 (이메일주소:enikesa@hanmail.net
               	enikesa@hanmail.net)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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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 생가로 알려진 아담한 초가집을 찾았다. 동네는 나직한 건물들과 집들 사이로 시인의 생가를 품고 어우러져있다. 12월 초순 어느 포근한 날, 남천나무가 붉게 단풍든 울타리를 지나 들어가니 곳곳의 정갈한 초가가 손님을 반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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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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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깃발이라 부르는 조형물은 시인의 시 문구를 바람에 나부끼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빛을 받으면 은빛으로 반사되고 눈이 온다면 시의 글자마다 하얀 눈이 쌓인다는데 내 눈에는 그저 은빛글자만 바람을 맞고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뒤엔 아직도 초록의 기운이 생생한 대나무가 시인의 굳센 정서를 그대로 느끼게 했다. 시의 깃발 위로 노란 바탕의 청록색 글자인 ‘사양들 마시고 지나 오가시라’라는 글은 시인의 시 <나의 나>에서 나오는 한 소절이다.

사양들 마시고 /지나 오가시라 /없는 듯 비워둔 나의 자리. 
와, 춤 노래 니겨 /싶으신 대로 디뎌 사시라. /한물 웃음떼 돌아가면 /나 죽은 채로 눈망울
열어 /갈겨진 이마 가슴과 허리 /황량한 겨울 벌판 돌아보련다.(중략)
나의 나 /없는 듯 누워.
고이 천만년 내어주련만 /사랑과 미움 어울려 물 익도록, /바람에 바람이 섞여 살도록,
[신사조 : 196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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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생가는 현재 초가집이지만 한때 기와지붕이었던 적이 있었다. 시인은 생전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창작활동을 했는데 1930년대 생으로 일제치하와 전쟁 등 시대적인 아픔을 겪어야 했다. 건강악화로 39년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사회 참여시로서 강한 저항정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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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육필 원고
▲ 시인의 육필 원고

겨울날씨지만 햇빛이 따사로웠다. 신동엽문학관으로 걸음을 옮기자 시인의 육필원고와 아내 인병선씨와 주고받았던 손 편지, 책과 사진 등이 보인다. 시간을 거슬러 암울한 그 시대를 두 부부가 어떻게 어떤 힘으로 건너왔는지 보는 이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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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전시실
▲ 제 2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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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의 제 2전시실에서는 신동엽문학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회로 ‘백병동 악보전 - 멀고 먼 바람소리’가 새해 1월 14일까지 전시된다. 전시실을 나오기 전 1층의 북카페는 잠시 피곤한 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한다. 따뜻한 차 한 잔을 하면서 신동엽 시인의 책을 보거나 신동엽문학상 수상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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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생가를 나오면서 걷는 길은 온통 시인의 생각으로 걷게 된다. 시인이 생전에 걸었던 길을 따라 가다보면 다시 신동엽 시를 만나는 특별한 느낌으로 새롭다. 부여성당이 나오기 전의 조붓한 담을 따라 그의 시를 천천히 읽고 음미하는 마음도 특별하다.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마흔도 안 된 짧은 생을 살다간 시인을 안타까워하며 읽는 시에 아련한 슬픔이 스민다. 
    

신동엽 생가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신동엽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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