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대천역 인근에서 만나는 보령 궁촌천 이야기

2023.12.03(일) 03:50:35 | 경명 (이메일주소:jsh_letter@naver.com
               	jsh_letter@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방에 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닐 때면 배차 시간에 맞춰 움직이느라 부득이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땐 지루하게 긴 시간을 기다리는 대신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 시간을 활용하는 노하우를 찾아냅니다. 근처에 유유히 거닐 곳이 있는지 살펴본 후 좋은 장소가 있으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즐기지요. 그렇게 한 템포 느린 호흡으로 '온 김에 산책까지'라는 콘셉트를 즐기면서 제 나름대로 흥미로운 충남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대천역을 이용해 보령에 올 때도 이 방법은 매우 유효합니다. 바로 대천역 앞에 흐르는 소하천 산책로 덕분입니다. 지금까지 수년동안 이름도 모르고 시간 날 때마다 이곳을 거닐다가 이번에야 이 하천 이름이 '궁촌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름을 부르게 되면 그 순간부터 그 대상을 대하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하지요? 대천역 앞 궁촌천을 거닐면서 그 느낌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느낍니다. 

대천역 앞을 흐르는 궁천천▲ 대천역 앞을 흐르는 궁천천


궁촌천이 어떤 하천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알려주는 정보는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궁촌천 산책로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4km 구간에 대해 생태하천로로 조성했다는 표지석이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생태하천로로 만든 결과물 덕분인지 몰라도 이곳에는 대천역을 이용하는 방문객이 자투리 시간을 내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가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중간중간 쉼터도 많이 있고, 보행자 친화적으로 갖춰진 산책로를 거닐면서 대천역 주변 풍경 이야기를 잘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열차 배차 시간을 기다리거나, 보령시 외곽으로 향하는 버스 시간을 기다릴 때 이곳을 거닐면서 무료함을 달래기 참 좋습니다. 

대천역인근에서만나는보령궁촌천이야기 1


보행자 친화적으로 만들어진 궁천천 산책로▲ 보행자 친화적으로 만들어진 대천역 인근 궁천천 산책로


대천역 인근에는 궁촌천을 건네는 다리가 세 곳이 있습니다. 상류쪽 방향에는 궁촌교가 있고, 대천역 바로 앞에는 역세교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천천과 궁촌천이 서로 만나는 합수머리 지점에는 내향교가 있습니다. 산책로를 걷는 동안 키 높은 갈대숲에 가려 좁은 궁촌천 물길 풍경을 보기 쉽지 않지만, 다리 위에서 만큼은 궁촌천 물길을 바라보면 궁촌천 안쪽에서 은밀하게 펼쳐지는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대로 관찰하고 탐방하기 딱 좋습니다.

대천역인근에서만나는보령궁촌천이야기 2


대천역인근에서만나는보령궁촌천이야기 3


궁천천에서 만나는 세 다리 이야기▲ 궁천천에서 만나는 세 다리 이야기


대천역 부근에서 만나는 궁촌천 특징은 이곳 역시 갯벌을 만날 수 있는 하천이라는 점입니다. 
지척에서 궁촌천 물길 주변을 관찰하기에 용이하지 않지만, 썰물 시간대에 망원경이나 카메라를 이용해 물길 주변을 살펴보면 갯벌 생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때마침 썰물 시간대라 게구멍이 이곳저곳 수없이 많이 뚫려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리며 구멍 주변을 살펴본 후에야 극적으로 여러 구멍 중 하나에서 조심스레 얼굴을 살짝 내민 작은 게 친구 한 마리를 만나는 반가운 순간을 맞이합니다. 

대천역인근에서만나는보령궁촌천이야기 4


갯벌생태를 만날 수 있는 궁촌천
▲ 갯벌생태를 만날 수 있는 궁촌천


궁촌천 물길을 따라 하류방향을 향해 길을 걷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어떤 조류 친구들이 이곳에서 활동하는지 살펴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이따금 궁촌천 상공을 지나가는 조류 친구들 비행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천천을 벗어나 이곳까지 올라와 헤엄치는 쇠오리 친구도 만날 수 있습니다. 갈대숲과 주변 나무는 참새, 박새, 쇠박새, 딱새, 그리고 뱁새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같은 소형 조류가 열심히 활동하는 서식처입니다. 그리고 멋진 자태를 뽐내는 날랜 사냥꾼인 때까치도 만날 수 있고, 쉽게 만나기 힘든 빽빽도요라는 친구도 만날 수 있습니다.  

대천역인근에서만나는보령궁촌천이야기 5

궁촌천에서 만나는 조류 친구들
▲ 궁촌천에서 만나는 조류 친구들


겨울이 시작되었지만 마지막까지 궁촌천에 남아있는 가을 흔적이 드물게 남아있습니다. 다 끝난 줄 알았던 가을 흔적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무채색으로 변해가는  대천역 주변 풍경 속에서 이름 모를 빨간 나무 열매가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궁촌천 주변을 따라 만들어진 갈대밭도 온통 겨울모습으로 바뀌었지만 딱 한 군데 은빛 가을 갈대 풍경이 남아있어 가을 갈대숲과 겨울 갈대숲에 어떤 차이를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대천역인근에서만나는보령궁촌천이야기 6


궁촌천에 남아있는 마지막 가을 흔적▲ 궁촌천에 남아있는 마지막 가을 흔적


그렇게 이것저것 천천히 둘러보면서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궁촌천이 자기 생을 다 마치고 대천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합수머리 지점에 다다릅니다. 서로 다른 두 물길이 서로 만나는 합수머리 지점은 조류 친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합수머리 일대에서 더 많은 조류 친구를 만날 수 있지요. 이곳에서도 크고 작은 여러 조류 친구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먹이 활동을 하는 모습이 멋지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대천역인근에서만나는보령궁촌천이야기 7


대천천과 만나는 궁촌천 합수머리 지점 풍경▲ 대천천과 만나는 궁촌천 합수머리 지점 풍경


버스시간에 맞춰 짧은 궁촌천 산책을 마치고 볼 일을 보러 이동합니다. 그리고 일과를 모두 마친 후 집으로 가기 위해 대천역에서 기차를 기다립니다. 이번에는 아침에 보지 못한 궁촌천 상류 방향을 향해 걸어갑니다. 커다란 갈매기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는 궁촌교 지점까지가 대천역 인근 궁촌천 산책로 구간입니다. 궁촌교 너머로 큰길을 건너가니 그 이후부터는 넓은 논 사이를 흐르는 또 다른 궁촌천 풍경이 펼쳐집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 위에서 펼쳐지는 궁촌천 이야기를 더 경험하면서 걷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대천역으로 되돌아옵니다. 문득 궁금한 게 생각나 
남은 시간 열차를 기다리면서 궁촌에 대해 조사를 더 합니다.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보령에 신라 마지막 왕이었던 경순왕과 관련된 유적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궁촌마을 일대라고 합니다. 신라가 망한 후 경순왕이 이곳을 찾아와 절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경순왕이 왕대사에 머물 때 함께 온 궁인들이 많이 있었고, 이들이 마을에 한데 모여 살면서 궁촌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궁촌천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 순간이지요.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궁촌천 탐방기로 생각하고 가볍게 거닐었는데, 아까 못 봤던 궁촌천 상류 일대에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더 자료조사를 한 이후에 다음번에는 궁촌천 상류 쪽 탐방과 함께 경순왕 이야기가 서려 있는 궁촌마을 이야기를 만나볼까 합니다. 

323▲ 다음번 방문이 기대되는 궁촌천 이야기
 

 

경명님의 다른 기사 보기

제4유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출처표시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경명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