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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옥룡동 주민자치회 도시재생분과 위원장과 돌아본 대추골 구석구석

2023.10.16(월) 12:51:40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며칠 전, 마을 기록화 사업을 함께하는 팀원들과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일원을 돌아봤습니다. '대추(大秋)골'은 2018년부터 도시재생사업(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되어 마을의 모습이 많이 달라진 곳입니다.

대추골 탐방에는 공주시 옥룡동 주민자치회 도시재생분과의 김유주 분과장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그는 1970~1990년대까지 대추골에서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으며, 도시재생사업으로 많이 변모한 대추골의 옛 모습을 비교적 세세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910년대 공주시 옥룡동 (사진 공주시문화도시센터)

▲ 1910년대 공주시 옥룡동 (사진 공주시문화도시센터)


사료에 따르면 옥룡동 일원은 백제시대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 땅이며, 일제강점기까지도 민가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대추골 역시 기록물과 구전을 종합해 보면, 경작지를 제외하면 1970년대 이전까지는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곳이었던 듯합니다.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사진 채수명)

▲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일원_ 1(사진 채수명 옥룡동 문화체육분과 위원장)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일원_ 2


2018년 60억 규모의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기 전의 대추골은 노후·불량건축물이 미로 같은 골목에 밀집되어 있었습니다.

2020년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끝난 대추골은 사방으로 길이 나 있고, 도로는 넓어졌으며,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사업이 다양하게 진행돼 있었습니다.

공주시 옥룡동 이동백소리길

▲ 공주시 옥룡동 이동백 소리길은 옥룡 2통에서 옥룡 20통을 연결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기 전의 대추골 2길과 3길의 골목 풍경

▲ 근세 5대 명창의 1명으로 손꼽히는 이동백 판소리 명창이 살던 집터는 아직 대추골에 남아 있다.
 

공주시 옥룡동 이동백소리길

▲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이동백 소리길'에 조성된 마을 주차장


우리 일행과 김유주 분과장은 2021년 준공한 '이동백 소리길' 주차장에서 집합해서 마을 고지대에서 저지대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이동백 소리길'은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중심을 가로지르는 도시계획도로입니다. 공주시는 왕복 2차도로를 건설하면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 '이동백(李東伯, 1867년~1950년)'이 옥룡동 대추골에 거주했던 사실에 따라 신규 도로명을 '이동백 소리길'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동백 소리길 도로변에는 대추골에서 가장 넓은 주차장이 조성돼 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기 전의 대추골 2길과 3길의 골목 풍경

▲ 2018년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기 전의 대추골 2길과 3길의 마을 풍경


말끔하게 정비된 주차장을 보고 있자니, 불과 4~5년 전의 일인데도 (사진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있던 마을의 모습이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대추골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본격화하기 전, 사업 대상지를 돌아본 일이 있습니다. 비탈길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집들을 지나는데, 대낮임에도 불쑥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아 두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뻥 뚫린 도로와 확 트인 전망을 보이는 이동백 소리길 일대를 둘러보며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소류지가 있던 자리

소류지가 있던 자리는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에서 가장 고지대에 속한다.


이동백 소리길 주차장에 집합한 후 일행이 제일 먼저 둘러본 곳은 소류지가 있던 장미연립 인근이었습니다. 소류지는 매립되어 현재는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김유주 위원장의 말을 빌리면, 6·25 때 미군 몇 명이 소류지에서 헤엄을 치는 중에 북한군들이 쏜 총에 사살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공주영명학원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과 관련한 일화는 공주시 곳곳에 남아 있지만, 인적이 드물었다는 대추골 소류지에서 미군이 참담한 사건에 처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에는 여전히 고지대에 자리한 주택이 많다.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고지대에 자리한 주택들


저지대 쪽으로 내려오면서 본 대추골의 다양한 주택 형태를 통해 마을의 형성 시기를 대략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한 주택, 퇴색 정도가 다른 붉은 벽돌집들, 창틀에 1980년대 단종된 타일을 붙인 주택 등으로 보아 1960~1980년대에 인구가 밀집한 듯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시기의 주택 형태가 남아 있기도 했지만, 사람이 거주한 지 오래되었는지 폐가와 진배없었습니다.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 2022년부터 대추골을 지나는 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2022년, 대추골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 앞에는 시내버스정류장이 새로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대추골이 비포장도로였을 때에는 여름이면 흙탕물을 뒤집어써야 하고, 겨울이면 위험천만한 빙판길에서 곡예 운전을 해야 해서 택시 기사분들이 운행을 기피하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하루에 몇 번 운행하지 않는다고는 해도 시내버스가 동네를 지나게 됐다는 것은 대추골의 도로 사정이 많이 나아졌음을 알게 합니다.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 김창룡 판소리 명창의 유허지와 양계장이 있던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일원
 

공주시 옥룡동 주민자치회 도시재생분과 김유주 위원장이 대추골 일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공주시 옥룡동 주민자치회 도시재생분과 김유주 위원장이 대추골 일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유주 위원장이 살던 곳은 시내버스정류장이 생긴 곳 바로 뒤편이라고 합니다. 그는 100평(330.578512㎡) 정도 되는 주택에 살았다는데, 공주영명중·고등학교가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당시 집에서는 하숙을 쳤다고 합니다. 비단 김유주 위원장댁뿐만 아니라 이웃집들도 하숙 치는 집들이 꽤 있었다고 하네요.

2023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 2018년,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정자 맞은편에는 구멍가게가 남아 있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던 때인지라 동네에는 콩나물, 두부 등과 같은 식료품과 술, 담배 등을 팔던 가게들도 하나둘 생겨났다고 합니다. 제일 먼저 생긴 '항구네 가게'를 비롯한 (구멍)가게가 4곳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공주영명학교 뒷골목 가까운 곳에 자리했던 구멍가게 중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던 곳은 2018년까지도 장사를 했다고 하네요. 학교 매점이 없어졌기 때문에 한창 먹성 좋을 시기의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슬리퍼 차림으로 교정을 빠져나와 군것질거리를 사 가곤 했다고 합니다.

김창룡 소리꾼이 살던 집터

▲ 중고제 판소리 명창 김창룡이 살던 집터


그리고 커다란 은행나무 뒤편의 주택은 근세 5명창 중 한 사람인 김창룡(金昌龍, 1871년~1935년)의 유허지라고 합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5명창 시대에 활동하던 사람들 중에 5명창이라고 불리던 이는 박기홍, 김창환, 김채만, 전도성, 송만갑, 이동백, 김창룡, 유성준, 정정렬 등이라고 합니다.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에는 그중 두 분 명창의 유허지가 남아 있는데, 밭이 대부분이고 인가가 적어 소리하기 좋은 환경 때문일 듯합니다.

윤씨 아저씨가 운영하던 양계장이 있던 자리

▲ 윤씨 아저씨가 운영하던 양계장이 있던 자리


그 맞은편 집에는 일식집을 운영하던 분이 38년째 살고 있다는데, 그전에는 큰 양계장이 들어서 있었다고 합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윤씨 아저씨가 운영하던 양계장에서 나오는 일명 '싸롱'이라 불리던 곤달걀은 마을 주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김유주 위원장은 윤씨 아저씨를 고마운 분으로 기억하며, 세종시로 이사하셨다는 소식만 듣고 있노라 전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 공주산성시장에서 팔리던 곤달걀이 화두에 오른 후, 산성시장에서 품삯을 받고 손님들 짐을 옮겨 주던 명물 아저씨가 살았다는 대추골경로당 인근 주택도 둘러보았습니다. 
 

대추골 최고령자 어르신과 환담하는 김유주 위원장과 팀원들

▲ 대추골 최고령자 어르신과 환담하는 김유주 위원장과 팀원들
 

도랑물이 흐르던 골목

▲ 도랑물이 흐르던 골목길


이동백 소리길 주차장 쪽으로 내려와 잠시 평상에 앉아 팀원들이 준비해 온 하미과 멜론과 찐 밤을 먹으며 휴식을 취할 때였습니다. " 방금 전 나한테 전화한 사람한테 전화 좀 걸어줘 봐유." S.O.S를 요청하며 어르신 한 분이 다가오셨는데, 김유주 위원장은 동네에서 제일 연장자라며 팀원들에게 소개한 뒤 어르신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동네 어르신께서는 대전에서 대추골로 이사를 오셨다는데, 남편을 일찍 저세상으로 보내고 홀로 5남매를 식당 일로 키우며 살았노라 말씀하십니다. 너 나 없이 힘들었던 시절을 용케 견뎌내신 어르신은 전화 용건을 끝내시고, 주름 가득한 양손을 지팡이 삼아 굽은 허리를 부여잡아 가며 총총히 자리를 뜨셨습니다. 

잠시 후에는 낯선 이들의 등장을 유심히 살피던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일행을 기다리다 "어떻게들 오셨어요?"라며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여기 오래 사신 분과 동네 구경하러 왔어요." 하니, 자신은
동네를 흐르던 도랑이 복개된 후에 이사해 왔으며, 대추골에 온 지는 30년 정도 됐노라 하셨습니다. 동네 아주머니 말씀에 김유주 위원장은 도랑물이 흐르던 골목을 가리키며, "집집마다 도랑을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들이 놓여 있었어요."라고 추억담을 들려주었습니다. 김유주 위원장의 이야기를 듣다 난데없이 '똘캉(도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새삼 시대가 변하면서 마을의 옛 모습뿐만 아니라 사용하던 말도 같이 잊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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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영명중학교 운동장 옆으로 난 대추골 도로 풍경


도랑물이 흐르던 곳을 지나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김유주 위원장이 공주영명중학교 언덕에서 비료포대를 대고 미끄럼 타고 팽이치던 장소가 나타났습니다. 김 위원장의 진한 추억만 남아 있는 이곳도 현재는 쌈지주차장이 조성돼 있었습니다.

그 맞은편 집들은 도로보다 낮은 위치에 대문이 달린 댁이 많았습니다. 도랑을 복개하면서 그리된 것인지, 터를 몇십 미터씩 높여 다지고 건물을 지었기 때문인지, 알아볼 여지가 있습니다.

대추골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동네 슈퍼

▲ 대추골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동네 슈퍼


여주가 대롱대롱 매달린 집, 다래 열매가 익어가는 댁, 포도 덩굴 관리가 잘 된 주택을 지나 대추골 초입에 있는 (구멍)가게에 다다랐습니다. 1980년대 이후에 대추골에 들어선 곳이라고 합니다. 간판이 없어 상호조차 모르지만,
현재는 대추골에 유일하게 남은 가게입니다.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은 지리적으로 도심에서 가까우면서도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이 끝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빈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살기 좋아졌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행여 시장이나 마트에 나갈 형편이 안 될 때는 콩나물, 두부, 청국장, 소금, 담배, 소소한 생필품 등을 파는 이 가게의 존재가 얼마나 고마울까요? IMF니, 코로나 시국이니 하는 큰 고비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쇼핑몰이 날로 확대되고, 몇 걸음만 떼면 편의점이 보이는 요즘 세상에 용케 잘도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전 뒷산에서 조망한 대추골 일대

▲ 간전 뒷산에서 조망한 공주 원도심 풍경 


대추골 탐방 마지막 코스로 마을 분들이 작은 규모로 밭농사를 짓는다는 간전(공주간호전문대학의 약칭으로 현재의 국립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를 말한다) 뒷산을 올라 봤습니다. 

정상을 오르며 팀원들은 작은 마을 뒷산에 생각보다 넓은 경작지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습니다. 앞장서서 길 안내를 하던 김유주 위원장은 이곳에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김 위원장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간전 뒷산 정상에서 보는 공주 원도심 일대의 조망이 꽤 근사했기 때문입니다.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의 안내를 맡아 준 옥룡동 주민자치회 도시재생분과의 김유주 위원장은 지저분하게 내어놓은 쓰레기 처리 문제며, 마을 자원 활성화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요, 마을 현안을 같이 둘러봤기에 그가 구상 중인 마을 발전안이 성과로 이어지길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은 2018년~2020년까지 진행된 도시재생사업으로 마을 모습이 대대적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라진 마을 모습, 잊힌 인물, 변화된 생활사 등을 알아보기 위해 기록화 작업에 나서 보니, 기록화 작업 안에는 마을이 발전해 가는 과정과 함께 그곳에 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한 일상이 필히 담겼으면 하는 소망이 크게 일었습니다. "우리 애들 다 잘 컸어.", "예전보다 훨씬 살기 좋아졌어요." 대추골 주민들에게서 전해진 희망의 메시지가 다음 탐방지에서도 꼭 들려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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