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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가치 그리고 ‘안면도 영목항 전망대’

2023.05.04(목) 14:15:24 | 주간태안신문 (이메일주소:east334@hanmail.net
               	east334@hanmail.net)

오는 6월 1일 준공을 앞두고 있는 ‘안면도 영목항 전망대’.

▲ 오는 6월 1일 준공을 앞두고 있는 ‘안면도 영목항 전망대’.


이름의 가치, 요즘 흔히 쓰는 말로 ‘네임밸류(Name Value)’ 라고 한다. 이름이 세상에 알려져 있는 정도로도 표현된다.

기자가 ‘네임밸류’를 끄집어 낸 이유가 있다. 태안군이 이름을 두고 싸운 명칭 전쟁에서 지면서 큰 내상을 입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충남 태안군과 인접한 보령시는 지난 2019년 12월 태안반도의 안면도 끝자락인 고남면 영목과 보령시 원산도가 해상교량으로 이어지면서 진정한 ‘이웃사촌’이 됐다. 그리고 2021년 12월에는 보령시 대천항과 원산도가 해저터널로 연결됨에 따라 태안군과 보령시는 온전한 한몸이 됐다. 태안과 보령을 잇는 국도 77호선의 퍼즐이 비로소 완성된 것이다.

그렇게 태안군과 보령시는 먼 친척보다 낫다는 ‘이웃사촌’이 됐다. 그러나, 두 지자체는 이웃사촌의 시발점이었던 해상교량 명칭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름들을 내세우면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관광산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두 지자체의 셈법에 큰 착오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태안군의 경우에는 명칭이 확정되기 전 입찰제안서에 최초로 언급된 뒤 통용돼 왔고, 주탑이 안면송의 형상을 연출하고 있으며 개통을 앞둔 국도 77호선의 터널 명칭이 ‘보령해저터널’인 만큼 형평성에 따라 연륙교는 태안의 특성이 담긴 ‘솔빛대교’로 명명되어야 한다는 합리적인 주장을 펼쳤다. 태안군과 보령시의 어느 지명도 담기지 않은 중립적인 명칭이라는 태안군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충남도지명위원회는 태안군이 제안한 ‘솔빛대교’도, 보령시가 제안한 ‘원산대교’도, 충남도가 중재안으로 제안한 ‘천수만대교’도 아닌 제4의 명칭 ‘원산안면대교’로 심의, 의결했다. 태안군수와 보령시장의 의견 조차 듣지 않고 말이다. 더 큰 섬인 안면도가 앞이 아닌 뒤로 밀린 채.

이에 안면도주민들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며 명백한 불법을 지적, 충남도지명위원회를 상대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한편 행정심판도 제기했다. 

그러나 결국 결정절차가 적법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가지명위원회에 상정됐고, 국가지명위원회는 심의에 올려 지리적 위치, 교량의 상징성, 역사성, 미래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최종적으로 태안~보령간 해상교량의 명칭을 ‘원산안면대교’로 결정했다.

그동안 머리를 맞대고 논리를 개발했던 태안군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기자 또한 태안군과 발맞춰 지속 보도를 통해 ‘솔빛대교’의 당위성과 합리성을 주장해 온 터라 맥이 풀렸다. 그렇게 해상교량 명칭을 둘러싼 이웃사촌간의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지금도 이 해상교량을 건널 때마다, 교량 입구에 선명히 박혀 있는 ‘원산안면대교’라는 해상교량 이름을 볼 때마다 자존심이 무너지고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

태안과 안면도의 자존심 세워 줄 ‘안면도 영목항 전망대’의 탄생

그런 태안군이 바로 이 해상교량 입구에 높이 51미터의 거대한 전망대를 세웠다. 마치 해상교량 명칭으로 인해 입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듯 안면도의 랜드마크처럼 우뚝 솟아 있다.  

군은 이 전망대를 오는 6월 1일 준공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군은 전망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지난 3월 7일 「태안군 영목항 전망대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기자는 보령에 빼앗긴 이름 ‘원산안면대교’의 PTSD가 되살아 나 해당 조례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했다.

“연륙교 명칭도 보령시 원산도를 우선하는 원산안면대교로 사실상 주도권을 내 준 상황에서 연륙교 초입에 위치한 영목항 전망대의 명칭을 단순 지명을 딴 명칭보다 태안반도의 땅끝이라는 상징성이나 태안과 보령을 연결하는 국도77호선의 상생의 뜻이 담긴 명칭으로 전망대 이름이 정해지길 기대합니다. 필요하면 공모를 통해 명칭을 정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태안군은 지난 4월 4일 “제출하신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원안대로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음을 알려드린다”면서 ‘미반영’ 결정을 내렸다. 군은 그 이유로 “군에서는 사업구상단계부터 현재까지 영목항 전망대라는 명칭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왔고, 지역주민들과 간담회 시에도 동일한 명칭으로 사업설명을 해왔다”면서 “그리고 지방화 시대 지역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지역의 고유지명을 사용함이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타 지역 사례 모니터링 결과 대부분 지역 명칭으로 명명 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입법예고 사항에 대한 의견서 반영결과 통보’ 이후인 지난 4월 13일 담당과장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시해 준 의견에 대해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통보했고, 군은 지난 4월 21일자로 다시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 전망대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의 제목에서도 보듯 당초의 ‘영목항 전망대’가 ‘안면도 영목항 전망대’로 이름이 바뀐 채 말이다.

네임밸류 높은 ‘안면도’라는 지명이 전망대 이름 앞에 붙은 것이다. ‘영목항’이라는 지엽적인 이름 대신 ‘안면도 영목항’이라는 지명도 높은 이름이 다시 붙여진 것이다. 원산안면대교로 내상을 입은 태안군과 상처입은 기자의 자존심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영목항’이라는 고남면의 대표 항구의 이름 가치가 더 높아지기를 바랐던 고남면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엽적 의미의 ‘영목항’보다는 ‘안면도’라는 명칭이 더해지면서 전망대의 가치가, 그리고 전망대의 네임밸류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될 ‘안면도 영목항 전망대’가 명칭전쟁에서의 상처를 이겨내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안면도의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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