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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신진도의 밤… 캠핑카 점령한 신진대교 공영주차장, 주민과 갈등 ‘설상가상’

공영주차장서 캠핑카 주차한 캠핑족들, 쓰레기 무단 투기에 물 절도까지… 새총에 쇠구슬 쏴 인근 가정집 유리창 박살, ‘무질서’ 공간된 공영주차장

2023.05.04(목) 14:08:46 | 주간태안신문 (이메일주소:east334@hanmail.net
               	east334@hanmail.net)

법의 사각지대로 처벌규정 없어 마을주민들과 잦은 마찰 일어… 태안군, “캠핑카는 공영주차장에 주차 가능해 캠핑행위 시 계도하는 수준” 하소연

국회에서도 입법 움직임…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 발의, 골자는 주차장에서 야영행위, 취사행위 등 금지규정 신설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에서 장기차박하는 캠핑카들.

▲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에서 장기차박하는 캠핑카들.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에서 장기차박하는 캠핑카들.

▲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에서 장기차박하는 캠핑카들.


“타닥타닥~”

태안군 근흥면에서 안흥과 신진도를 잇는 신진대교 밑에서 홀로 민박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 점례 씨는 지붕 위에서 들리는 이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이 소리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부터 두려워졌다.
 

민가로 날아든 쇠구슬과 쇠구슬에 맞아 파손된 유리.

▲ 민가로 날아든 쇠구슬.


며칠 전 그는 마당에 떨어진 의문의 물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체는 쇠구슬. 어디서 날아온 걸까 확인하던 중 그는 더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어지간하면 깨지지 않는 통유리창에 큰 흠집이 난 것. 자세히 보니 쇠구슬에 패인 자국이었다. 

민가로 날아든 쇠구슬에 맞아 파손된 유리.

▲ 민가로 날아든 쇠구슬에 맞아 파손된 유리.


민가에 쇠구슬이 날아들은 것. 얼마 전 인천에서 아파트 유리창에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유리창을 파손시킨 60대가 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바 있지만 일반 바닷가 민가에 쇠구슬 테러로 유리창이 파손되는 경우는 처음 접했다.

다행히 쇠구슬 테러 당시 집안밖에는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약에 사람이라도 주변에 있었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쇠구슬은 어디에서 날아온 걸까. 피해자는 이 쇠구슬이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캠핑 중이던 캠핑카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쇠구슬을 날려 보낸 방식도 역시 새총으로 보고 있다.

가정집 유리창이 박살나는 쇠구슬 테러를 당한 주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쇠구슬의 향방을 추적했고, 경찰에도 신고했다. 결국 쇠구슬 테러를 한 범인을 추적 끝에 붙잡았다. 그리고, 범행을 인정받았고, 파손된 유리창에 대한 보상도 해 주기로 약속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범인은 누구였을까. 피해자의 추측처럼 범인은 가정집 바로 인근의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에서 캠핑카를 주차해놓고 캠핑을 하던 캠핑족이었다.

주차장을 무단으로 점령해 캠핑행위, 취사행위를 하는 것도 모자라 심심풀이로 새총에 쇠구슬을 끼어 인근 민가에 피해를 주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쇠구슬 테러를 당한 점례 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혼자 사는 게 무섭다. 두렵다”는 말로 그날을 회상했다.

그는 “그동안 밤에 지붕 위로 타닥거리는 소리가 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이번 사건을 겪다보니 쇠구슬 소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외에도 잠자는 시간에 바닷가에서 폭죽을 쏘지 않나 가정집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물을 떠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가정집에 들어와서 물을 떠가다 들키면 오히려 얼마면 되겠냐며 되레 큰소리를 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번에 쇠구슬이 유리창이 파손되는 사건을 겪고 난 뒤부터는 혼자 사는 게 무서워졌고, 언제 또 무단으로 집안에 들어와서 부딪칠 지도 몰라 두렵다”면서 “캠핑카 통제가 어렵다면 주민들에게 공영주차장 관리권을 줘서 주민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쇠구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태안경찰서 관계자는 “외지사람들이 캠핑카 타고 와서 쇠구슬로 가정집 유리를 손괴한 것으로, 서로 40만원에 합의를 했다고 하는데 (이와 별개로) 재물손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따로 처벌을 해야 한다”면서 “현재 형사팀으로 넘어가 수사 중”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마을주민들과 마찰 빚는 캠핑족들… ‘공용 개수대’까지 막은 주민들의 고육지책

폐쇄한 공용개수대.

▲ 폐쇄한 공용개수대.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나타난 쇠구슬 사건에 앞서 신진도 주민들과 캠핑카를 끄는 캠핑족과의 갈등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았다. 이제는 지역주민들보다 바다 물때를 더 잘 알 정도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영주차장의 공중화장실도 캠핑족들의 전유물인 양 이미 장악 당했다. 공중화장실에 쓰레기를 투기하는가 하면 무질서하게 화장실을 사용해 마을주민들과의 마찰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또한, 조업을 나가는 어민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공영주차장의 개수대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놨더니 수도세가 월 최소 100만원이 넘게 청구됐다. 주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금액이다. 지난해 가장 무더웠던 여름에는 한달 수도세가 800만원에 나왔다. 이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만리포에 버금가는 물세였다는 게 이 마을 근흥면 신진2리 김최학 전 이장의 하소연이다. 

캠핑족들과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결국 마을주민들은 화장실을 폐쇄하고 개수대도 막았다. 캠핑족들과의 갈등을 줄이고 줄줄 새는 물세와 무질서해진 공중화장실 청소 등 주민들의 부담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폐쇄한 공중화장실.

▲ 사용을 제한한 공중화장실.


근흥면 신진2리의 안상기 현 이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캠핑족들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신진도 공영주차장에 있는 상수도가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면사무소에다는 지원해달라고 할 수도 없어 태안군 차원에서 지원을 해 달라고 군수에게 수차례 건의했다. 월 300~400만원씩 나와 낼 수가 없다”면서 “그런데 군 부서에서 서로 미룬다. 결국 군에서는 면으로 미룬다. 올해도 공용 수도를 틀어 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 이장의 하소연은 계속 됐다. 그는 “물세를 감당하지 못해 개수대를 막아놨더니 일반 가정집에 들어가서 물을 몰래 떠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면서 “바비큐를 주차장에서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우선적으로 바비큐나 취사행위만 중단시켜도 주차장 질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캠핑카는 수도권 사람들이 전부다. 주말에 한번씩 내려온다”면서 “물때도 우리보다 더 잘 안다. 이래저래 주민들은 위압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진대교에서 만난 김최학 전 신진2리 이장은 “공영주차장에 캠핑카를 주차해놓고 반년을 사는 사람도 있다. 마을에 도움은커녕 인근 양식장에서 어촌계원들이 철수하면 야간에 바지락도 캐 가고, 심지어 민가 근처 텃밭의 호박도 따간다. 주민들에게 피해 많이 준다. 무법천지”라면서 “어떤 때는 폭죽을 쏘다가 간판에 불이 붙은 적도 있었다. 우리는 어민이어서 새벽 2시에 조업을 나가는데 폭죽 때문에 잠도 못잔다. 관광지라면 보조금도 받고 관리라도 되겠지만 관광지도 아니어서 이나저나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캠핑족들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신진도에 거주하는 주민 김아무개 씨는 “신진대교 다리 밑은 공영주차장이지 캠핑장이 아닌데 캠핑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문제는 블로거들이 신진대교 공영주차장을 ‘돈 안들이고 캠핑하기 쉬운 곳’으로 소개하고 있고, 화장실도 폐쇄하다보니 아무 곳에나 볼일을 보고 있다. 그동안 어구적치가 골칫거리였는데 어구를 치웠더니 이제는 캠핑족들이 점령했다. 더 무질서해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영주차장이 무료캠핑장으로 변질돼 입소문… 국회서도 처벌규정 담긴 입법 움직임

잠못드는신진도의밤캠핑카점령한신진대교공영주차장주민과갈등설상가상 1


한편, 쇠구슬 테러가 발생한 근흥면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은 여름 피서철이면 다리 밑 그늘에는 피서를 온 피서객들이 친 수십 채의 텐트가 점령한다. 최근에는 캠핑카를 구비한 캠핑족들이 늘어나면서 공영주차장은 물론 인근 바닷가의 공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캠핑카가 점령하고 있다.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 일대가 이처럼 캠핑족들로부터 입소문이 난 데는 캠핑의 필수조건인 공중화장실이 설치돼 있고, 공용 개수대 또한 캠핑족들에게는 입맛이 당기는 요소다. 더군다나 공영주차장과 인접해서는 근흥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도 입점해 있어 캠핑족들의 무료 캠핑의 최적의 장소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이곳 신진대교 아래 공영주차장이 각광을 받는 무료캠핑장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기도 하다.

신진대교에 캠핑 차 찾은 것으로 보이는 한 블로거는 “신진대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신진대교 아래 넓은 주차장을 만난다. 주차장 주변에 있는 편의시설 때문에 항상 쉬어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캠핑문화가 발달하면서 요즘은 무료캠핑장으로 각광을 받는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어 “신진대교 아래 긴 그늘을 따라 설치된 텐트의 수가 요즘은 유료캠핑장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무엇보다 풍부한 먹거리가 있어서 좋은 곳”이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신진대교를 “바다낚시와 해루질이 가능한 노지캠핑 차박장소”라고 소개하고 있다.

블로거들의 입소문으로 캠핑족들이 공영주차장을 점령하자 주차장을 담당하고 있는 태안군청 도시교통과는 주민들과의 마찰을 줄이고, 주차장 본연의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수시로 계도에 나서고 있다.

군 관계자는 “공영주차장에서의 캠핑 행위에 대해 현재로서는 처벌규정이 없어 수시로 계도에 나서고 있다”면서 “특히 오랫동안 캠핑카를 주차해놓고 캠핑행위를 해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젊은 캠핑족들은 주말에 왔다가지만 50~60대 캠핑족들은 장박을 한다. 문제는 마을과 분란이 생기는 건데, 캠핑을 위해 주차장에 천막을 쳐서 주차를 방해해도 계도하는 정도라서 시급히 주차장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차장 내 캠핑행위가 마을주민들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국회도 나섰다. 주차장법 개정으로 주차장을 설치 목적대로 이용하도록 하기 위한 규정을 신설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 특히 주차장에서의 야영행위, 취사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근거 규정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같은 당 9명의 국회의원이 함께 지난 4월 14일 발의한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주차장 설치 목적대로 이용하기 위한 금지규정 신설과 처벌규정이 담겼다.
 
맹 의원 등은 “자동차를 이용한 야영, 캠핑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데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야영행위 등은 주차장을 이용하는 일반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쓰레기.폐수 및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 등을 유발하는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면서 “현행법에서는 주차장 관리자에게 주차장 이용자의 안전과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그 자동차를 이동시키거나 그 자동차에 이동을 제한하는 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주차장에서의 강제조치는 그 대상이 장기 방치차량에 한정되어 있고, 뿐만 아니라 무료 공영주차장의 경우에는 현행법 규정만으로는 주차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야영행위, 취사행위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이에 따라 주차장을 설치 목적대로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주차장에서 야영행위, 취사행위 및 불을 피우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주차장에서의 금지행위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근거 규정을 신설하려는 것”이라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4월 17일 회부된 개정안은 주차장에서 야영행위, 취사행위 및 불을 피우는 행위를 한 자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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