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열린도서관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의 공간이 펼쳐지는 곳
▲ 소통하는 나무
“와, 기민중학교 학생들은 복이 많네~.”
▲ 기민중학교
도서관을 마주하고 걷다보니 왼쪽 위로 기민중학교가 보입니다. 그뿐이 아니네요. 넓은 잔디가 조성된 논산문화원, 또 그 근처 바로 청소년문화센터가 있습니다. ‘문화는 삶의 꽃’이란 글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공간에 서 보았습니다.
▲ 류훈 작가의 '소통하는 나무'
▲ 사랑한다고 말해보세요. 서로 행복하자고 말해 보세요. 너를 응원한다고 말해 보세요!
잔디광장에 조성된 조형물은 한 눈에 봐도 ‘귀’를 형상화 한 것입니다. 대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경청’이란 단어가 확대되어 제 마음에 다가옵니다. 사람의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것은 그만큼 듣는 것을 제대로 잘 듣고, 말하기는 신중하게 하라는 뜻이라는 걸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아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 게 진짜 아는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조형물의 제목은 ‘소통하는 나무 ll'입니다. ‘소통을 통해 상호간의 참된 소중함을 알아가자는 의미를 담은 작품’설명이 있습니다. ‘사랑한다 말해보세요’ 라는 글을 보기 전에도 ‘실 전화기’가 떠오르긴 했습니다. 아이들 초등학교 시절에 과학실험으로 해봤던 놀이였지요. 두 개의 종이컵 바닥 가운데에 실을 꿰어 묶은 다음, 실의 떨림으로 소리가 잘 전달되는지 한 사람은 귀에 대고 또 한 사람이 말을 하는 실험은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같이 동행한 남편이 말을 하고 나는 귀 모양의 가운데 동그란 구멍에 귀를 가까이 댔습니다. 들을 준비가 다 됐으니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황토님, 좋은 글 많이 쓰시고 건강하게 삽시다!” 다시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내가 말하고 남편이 들을 자세가 되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피차 건강 합시다!” 우리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덕담이 어찌나 선명하게 들리던지 친구나 연인 부부 등, 두 사람이 방문한다면 꼭 한 번 서로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면 오래 기억하며 그 말대로 살아갈 것 같습니다.
▲ 소통하는 나무
또 다른 조형작품 역시 같은 제목으로 ‘소통하는 나무’입니다. 양쪽에서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 파란 의자. 그곳에 앉은 사람은 어떤 말 듣기를 원할까요. 서로 격려하며 위로하고 응원하는 말들이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문화원 방문은 2월 19일(일) 점심 이후 시간이었는데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었지만, 미세먼지 없는 하늘은 푸르고 맑았습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열린 도서관으로 가는 어른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미 도서관은 생활 속에서 일상이 된 것 같습니다. 문을 열자 1층 로비에서 마주치는 둥근 모습의 웅장한 서가가 가슴을 벅차게 합니다.
▲ 논산열린도서관
‘정숙’을 강조한 권위의 도서관 모습은 이제 낡은 것이 되었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스스로 예의를 갖추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행동이 자연스럽습니다. 책상에만 앉아 고개를 숙이고 책을 보는 게 아니라 푹신한 방석에 앉거나 쿠션에 기대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신간잡지 코너에서 사진, 미술, 시사 등 다양한 잡지를 보다가 가슴 뭉클한 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독일 태생의 여성주의 작가 ‘키키스미스’가 한 말인데요, 내 글에 나는 얼마나 몰두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작가의 글을 인용해 봅니다.
“...나는 예술이 좀 더 모든 사람을 그리고 모든 재현의 양식을 포함하는 무언가가 되기를 바란다. 예술은 스스로 선언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내가 작가입니다’라고 밝히는 것이며 또 그렇게 사는 일이다. 누군가 그것을 온전히 감당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잡지를 덮고 도서관을 나올 때까지 이 말이 계속 나를 따라왔습니다.
▲ 도서관 근처에 있는 논산시 청소년문화센터
문화의 풍성함을 때에 따라 느끼고 실험하며 활용할 수 있는 곳. 머잖아 가지만 뻗어있는 나무에 봄꽃이 이파리보다 먼저 피면서 이곳은 안팎으로 풍성한 문화의 현장이 될 것 같습니다. 근처에 있는 기민중학교 학생들이 정말 복이 많은 것 같아 그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