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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겨울 먹거리 준비로 분주한 8월 마지막 오일장터

2021.08.28(토) 14:19:40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고추

▲ 텃밭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

식당가 고무통에서 키우는 고추

▲ 식당가 고무통에서 키우는 고추


전업농이 아니어도 텃밭이나 화분, 양동이 등에 고추 모종을 심어 잘 키운 댁에서는 여름내 반찬 걱정 덜며 지냈을 게다. 야무지게 익은 홍고추는 요즘 먹기 좋은 열무김치를 담글 때나 양념장 만들 때 갈아 쓰면 맛있는 여름 밥상을 책임진다.


평상 위에서 홍고추 말리는 풍경이 보인다.

▲ 평상 위에서 홍고추 말리는 풍경


8월이 되자, 볕 잘 드는 곳 평상 위나 채반 위에 붉은 고추를 널어 말리는 풍경이 자주 목격된다. 본격적으로 긴긴 겨울에 먹을 김치와 고추장 담글 채비를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는 신호다.

공주산성시장 5길의 고추전 골목 풍경

▲ 공주산성시장 5길의 평일 고추전 풍경


8월 26일(목), 8월 마지막 오일장이 열린 공주산성시장에 나가 봤다. 딱히 살 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인근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오일장 풍경이 궁금해서 들러 봤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늘고 있고, 비수기 여파는 그대로라 물건 팔러 온 장꾼들도 장 보러 온 손님들도  평소의 3분의 1도 안 돼 보였다. 추석 대목이 목전인데, 그때나 돼야 장시다운 정취가 묻어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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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전 골목에 들어서니 건고추 흥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난 여름내 가물어서 '고추금이 꽤 올랐으려나....' 걱정했는데, 작년만치 가격이 뛰지 않아 '후유' 가슴을 쓸어내렸다.

겨울에도 먹을 게 많아졌다느니, 예전처럼 겨울이 춥지도 길지도 않으니 먹거리 걱정이 줄었다느니 해도 역시 겨울엔 김장을 해놔야 든든하다. 그것도 당분이 높아 발효가 잘되고, 비타민A와 비타민C 함량까지 높은 국산 고춧가루로 담근 것이 단연 으뜸이다. 마른 고추는 희나리가 없고 껍질이 두꺼우며, 씨가 적고 꼭지가 단단하게 붙은 걸 골라야 상품이란다.

8월 마지막 오일장터에는 건고추와 홍고추가 쫙 깔렸다.

▲ 8월 마지막 오일장터에는 건고추와 홍고추가 쫙 깔렸다.


마늘을 다듬어 파느라 정신없는 할머님네 좌판의 홍고추는 작은 플라스틱통 하나 가득해서 5000원이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햇고추라 때깔까지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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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의 공정을 거쳐 고춧가루가 만들어진다.

▲ 여러번의 공정을 거쳐 고춧가루가 만들어진다.

마른 고추가 시중에 풀리면서 바빠지는 건 방앗간이다. 조금씩 먹는 건 집에서 성능 좋은 믹서기에 갈아 가며 쓸 수 있지만, 두고두고 먹을 고춧가루를 한꺼번에 내려면 공임을 주고 방앗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떡 빼느라 여름까지 바빴던 방앗간을 찾았더니, 역시나 고추 빻으러 온 손님이 대부분이다. 


꼭지를 따고 깨끗하게 손질한 건고추를 분쇄기에 넣으면 빛깔 고운 고춧가루가 만들어진다. 김장용은 다소 입자가 굵게, 고추장용은 여러 번 분쇄 과정을 거쳐 고운 가루로 낸다.

고추씨를 베주머니에 넣고 김치를 담그면 감칠맛이 더해진다는 비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예전에는 버려지던 고추씨도 요즘은 다들 챙겨 간다.

고추 농사를 지어서 첫물 고추를 건조해 들고 온 손님은 내다 팔려고 빻는 중이였다. 고추 빻는 비용으로만 3만 원을 지불한단다. 병충해로부터 어렵게 지켜낸 고추로 목돈 벌어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걸로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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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앗간을 들여다보니, '쇠가루 제거 자석 장착'이라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때 뉴스에서 중금속이 발견된 시판 고춧가루를 보도해 세상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분쇄기 안에서 고추를 빻으면 종종 쇳가루가 섞여 나와 문제였는데, 요즘은 분쇄기 하단에 자석을 달아 위험을 방지하고 있단다.
 

▲ 기계에서 건고추가 분쇄되면서 열이 발생한다.

▲ 기계에서 건고추가 분쇄되면서 열이 발생한다.

곱게 빻아진 고춧가루를 식히는 건 바쁜 주인장 대신 손님들 몫이었다. 식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막대기로 휘휘 저어 고춧가루에 묻은 열기를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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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식힌 고춧가루를 소분해서 포장하여 무게를 달면 방앗간의 소임은 끝난다. 두물 세물 고추보다 첫물 따 말린 고추가 맛과 영양에서 월등하다니, 부지런히 발품 팔아 좋은 고추를 사든가 용도에 맞는 고춧가루를 잘 골라 봐야겠다.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게 400여 년이라는데, 우리네 식탁에서 빠질 수 없게 됐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 돌아오니, 위나 간 기능에 위해를 주지 않을 만큼 고춧가루 좀 넣고 입맛 돋울 만한 매콤한 먹거리 리스트 좀 뽑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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