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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역사

지난 날을 회상하며 내일을 꿈꾸는 류동현의 '다시오다'展

2021.06.05(토) 13:03:45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옛 공제의원 (출처 공주 원도심 역사문화 이야기 교실)

▲ 옛 공제의원 뒤뜰 전경 (출처 공주 원도심 역사문화 이야기 교실)

공주기독교박물관 옆 공제의원이 있던 곳에는 안내석만 남아 있다.

▲ 공주기독교박물관 옆 공제의원이 있던 곳에는 안내석만 남아 있다.


공주기독교박물관 옆에는 '공제의원(公濟醫院 1927~1988)'이 있던 자리를 알리는 안내석이 세워져 있다. '공제의원'은 독립운동가이자 
공주시 양의사 1호 '양재순(梁載淳 1901~1998)' 원장이 세운 공주지역 최초의 서양식 진료 의원이다. 공제의원은 2006년 철거돼 그곳을 아는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갔다.

2019년, 작은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공제의원에서 10여 년 살았던 한 인물과 만났다. 그가 화가 '류동현'이다. 당시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그의 그림을 통해서 사라진 공제의원을 다시금 추억하게 됐다.

다시오다

▲ 다시오다展(2021.05.21~06.06)은 공주시와 공주시의회의 후원으로 개최되었다.


그리고 2021년 5월, (재)공주문화재단에서 주최하고 '이미정갤러리'에서 주관하는 류동현의 '다시오다' 展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휴대전화로 감상했던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전시장으로 달려갔다.

이미정 갤러리 제2 전시실에서 만난 '류동현' 작가

▲ 이미정 갤러리 제2전시실에서 만난 '류동현' 작가


이미정갤러리 제2전시실에는 화가 류동현이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재학 중에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의 초창기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여 작가 노트의 일부를 소개해 본다.

"나의 작업은 아주 오래된 화석에 대한 고찰과 날것으로부터 시작됐으며 자유로운 드로잉 기법을 통해 어떤 대상의 불안정한 상태를 좇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진화로부터 생기는 흔적들과 생명의 꿈틀거림으로부터 발산되는 동적인 에너지이며 마치 강렬한 태양 햇살 아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 생의 발견인 것이다."(중략)

류동현 작가의 대표적 표현 기법으로 그려낸 '눈오는 날 나는 걸었다' 作品

지난 날

류동현 작가의 특징적 표현 기법을 표현해 낸 作品 '눈오는 날 나는 걸었다'와 '지난날'


제1 전시실에서 관람한 작품명 '눈오는 날 나는 걸었다'나 '지난날'은 거친 붓 터치의 특징이 잘 드러난 그림이다. 작가의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는 작품으로 꼽고 싶다.

이미정갤러리 제1전시실 전경

▲ 이미정갤러리 제1전시실 전경


그리고 마침내 류동현 작가가 10여 년 간 공제의원을 작업실 삼아 기거하면서 보낸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과 마주했다. 그의 그림들이 다시 세상과 마주하는 데는 20년이 소요됐다. 때문에 격하게 반가웠다.

작품명 '봄-소리없이 다가서다'

▲ '봄-소리없이 다가서다'

여름-바라보다

▲ '여름-바라보다'

'가을-또 한 번 가다'

▲ '가을-또 한 번 가다'

10.'겨울-꿈이 내리다'

▲ '겨울-꿈이 내리다'


공제의원의 사계를 담은 4점의 그림은 2년에 걸쳐 완성됐다고 한다.

공제의원에 대한 내 기억 속 네거티브(negative) 이미지와는 상반된 비밀의 시· 공간이 화폭에 옮겨져 있었다. 작가의 축적된 경험들을 사실적 묘사 대신 통념적인 계절의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가공한 듯 보였다. 어쩌면 2019년 모임에서 그가 휴대전화로 보여준 그림에 홀린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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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하고 달려온 전시회다 보니 그림 한 점 한 점 유심히 살피게 되었다. 사계를 담은 그림 속마다 달과 별 그리고 빨간 의자와 친구 같던 백구도 함께 머물러 있었다. 작가는 빨간 의자를 '그리움'의 회화적 표현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던 이들을 언제든 초대하고팠던 작은 공간인지? 간절함을 이입한 색채의 선택인지? 궁금했지만, 자세히 묻지는 못한 채 막연히 류동현 작가는 공제의원에서 평온한 시간 속을 유영한 게 아닌가 짐작했다.

여름-정원에서

▲ '여름-정원에서'


강아지풀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 '여름-정원에서'는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았더라면 힐링 포인트를 잘 잡은 풍경화 정도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늘 류동현 작가의 곁에 있어 줬던 백구는 누군가가 놓은 제초제를 먹고 이곳에서 죽어갔다고 한다. 백구가 죽고 3일 후에 집을 비워달라는 통첩을 받았다니, 백구의 죽음은 그가 공제의원을 떠날 시간이 임박했음을 암시했던 건 아닐까.

달갑지 않은 더위처럼 '여름' 작품을 끝내고 그는 공제의원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야 했단다. 딱 이맘 때즘이려나... 새 보금자리는 
1936년 지어진 정사각형 구조의 건물이었다. 그는 이소한 그곳에 '예술가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10여 년간 정을 붙이고 새 생명을 불어넣게 된다.

작가 류동현은 낯을 가리는 듯 보였으나, 사람이 그리워 눈 오는 날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이었다.
달변가는 아닌 듯 보였으나, 작가 노트는 잘 짜여진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 빠져들게 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어느 누군가가 나의 그림을 봤을 때, 뭔가 공감할 수 있는 여지와 한 개인의 흔적들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싶다." -작가 노트 中-

화석처럼 굳어진 그가
 살아온 20년 세월은 이 전시를 기다려온 한 관람객에게 크고 작은 파문을 교차시키며 잔잔하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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