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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강소농(强小農)의 꿈을 다지는 청년 농부의 하루

2021.02.07(일) 05:25:54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시 이인면 초당리 녹색농촌마을
▲공주시 이인면 초봉리 마을 입구 전경

밤새 눈이 내렸다. 아침에는 그친 데다 쌓인 양은 많지 않았지만, 내딛는 걸음마다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만큼 길이 미끄러웠다.

2월 4일(목), 평소보다 서둘러 집을 나서 도착한 곳은 '푸새가 무성하다' 하여 마을 이름이 '초봉리'가 된 공주시 이인면 초봉리. 공주시 향토문화유적 제6호인 '공주 초봉리 고인돌'로 유명한 마을이다. 목적지 입구에는 녹색농촌체험마을과 농어촌체험휴양마을, '장익는마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딸기 하우스▲공주시 이인면 초봉리 376번지에 위치한 '큰딸기팜' 전경

마을 어귀에서 차로 1분여 들어가자 목적지가 보인다. 이날 방문지는 청년창업농업인 '서재선' 대표가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농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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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이 먹어 보라며 딸기 한 팩을 건네주었다. 씻으려고 뚜껑을 열었을 때는 '알이 실하니 맛있겠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위를 걷어내고 바닥에 깔린 딸기를 꺼내려다 움칫 놀라고 말았다. 보통 마트나 시장에서 크고 싱싱해 보여 딸기를 구매했다가, 밑에 자잘한 딸기가 깔렸거나 심하면 상한 것을 발견하고 얄팍한 상술에 속상해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딸기를 건넨 지인에게 출처를 물어 농장 방문을 감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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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기를 수확하는 '서재선' 대표
▲딸기 출하를 위해 수확이 한창인 큰딸기팜의 서재선 대표

취재 요청차 서재선 대표에게 전화를 넣으니, 
"300평 남짓의 하우스 2동 농사밖에 안 돼서 보여드릴 게 없는데요."라며 주저했다. 그러나, "딸기를 사서 밑에 깔린 딸기가 더 실한 경우는 처음이라 꼭 뵈었으면 한다."라고 간청하니 겸연쩍어 하며 방문을 허락했다.
 
한창 출하 시기인데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있어 새벽 5시부터 딸기를 따고 있다고 한다. 요즘 7시나 넘겨야 날이 밝는데, 그 이른 시간에 그것도 혼자서 작업을 한단다. 초면에 짧은 인사를 끝내자마자 서재선 대표가 90m는 족히 되는 하우스 끝으로 내달려 작업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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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향 딸기▲딸기 소비가 많은 구미 등지의 대도시로 보내지는 큰딸기팜의 설향 딸기
 
작년 여름, 서재선 대표의 어머님께서 지하수를 끌어다 여러 해 딸기 농사를 짓던 땅에 3중 비닐을 치고, 어른 무릎 높이의 두둑을 올리고, 검정 비닐을 덮어 토경 딸기 재배 시설을 다시 갖췄다고 한다. 워낙 작년 여름에 비가 잦아서 공사 기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일반 농가보다 20일 정도 늦게 모종을 정식했단다. 11월이면 햇딸기가 나오는데, 큰딸기팜의 딸기 출하는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서재선 대표를 따라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닦아내도 닦아내도 카메라 렌즈에 김이 서렸다. 촬영을 접어야 하나 갈등이 생길 정도였다. 딸기는 저온에서도 잘 견디는 작물이지만, 겨울철 이른 아침에는 냉해를 막기 위해 난방은 필수라 벌어진 사달이다. 
 
▲ 잠시 허리를 펴는 '서재선' 대표
▲잠시 허리를 편 서재선 대표
 
게다가 사진이 잘 나올만한 포즈를 부탁하고 싶어도 너무 바삐 일하는 모습에 도저히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는 상황이었다. 연출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소개하자 결심을 하고, 서재선 대표가 잠시 허리를 펴고 한숨을 돌리는 틈을 타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토경보다 수경재배하면 더 좋지 않나요?" 
"깨끗하고 편하고 좋지요. 2배 이상의 시설비가 들어 토경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지자체 지원은 받으셨어요?"
"아니요. 100% 지원을 받는 게 아니면, 제 힘으로 자립하는 게 낫겠다 싶어요."
"혼자서 힘드시지 않으세요?" 질문을 이어가니,
"일당이 한 사람당 8~9만 원이에요. 감당 못 하죠."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 '강소농(强小農)'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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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서재선 대표에게 지원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직장인인 아버님이 출근 전 딸기 따는 일에 손을 보태러 하우스에 나오셨다. 서재선 대표만큼이나 손놀림이 빨라 2구 운반기에 금방 빨갛고 큼지막한 딸기가 한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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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농군이자 딸기 재배 대선배인 어머님도 계셨다. 이번 취재를 결심하게 한 장본인으로 '이인딸기' 출하의 마지막 작업인 포장책임자다. 500g 포장팩에 딸기를 채우는 작업은 보기에는 쉬워 보였으나,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포장용기에 맞는 딸기를 골라 방향까지 맞춰 쟁여 넣는 작업은 연륜이 필요하다고 한다.
 
고맛나루 딸기
▲고맛나루 딸기
 
특등품 딸기 500g 네 팩을 넣은 박스는 공판장으로 나간다고 한다. 서재선 대표는 인터넷 판매도 병행하고 있다는데, 명절을 끼고 있어서 방문 당일은 개인적으로 주문을 받은 물량이 특히나 많았지 싶다.
 
고맛나루 딸기라는 지역 이름을 달고 전국에 나가는 박스 뒷면에는 생산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역과 개인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상품이니 '적당히'나 '대충'이 있을 수 없겠구나, 여겨졌다.
 
금양섬유
▲경매에 나와 있는 '금양섬유' 공장 전경
 
오전 10시를 넘겨서 귀갓길에 올랐다. 마을로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귀가하며 살피니 도로변에 커튼제조업을 하던 '금양섬유' 공장 건물이 보였다. 공장 규모로 보아 현재 약 132세대가 산다는 공주시 이인면 초봉리 주민은 물론이고, 인근 동리 대부분 주민의 일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경매물로 나와 있는 이 공장의 신세는 이 마을의 부침을 읽게 했다.
 
그렇기에 큰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계속해도 됐으련만, 30대 나이에 고향에 돌아와 준 큰딸기팜의 서재선 대표가 고맙게 생각됐다. 큰 결심과 각오로 시작한 딸기농사에서 보란 듯 큰 성공을 거둬서 지금보다는 마음 편하게 더 많이 허리를 펼 수 있기를 바란다. 작지만 강한, 젊은 농촌을 이끌어 가 줄 청년창업농업인 서재선 대표의 일과를 함께할 수 있어서 우리 농촌의 미래에 대해 작은 희망을 갖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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