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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갤러리가 따로 없네!', 나태주 테마골목길

2021.02.04(목) 02:38:58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2017년 초판 발행한 나태주 대표 선집'
▲2017년 초판을 발행한 '나태주 대표시 선집'

지난 화요일에 만난 지인이 시인 나태주가 가장 애송하는 시(詩)라며 2009년에 발표한 그의 시 한 편을 들려준다.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공주풀꽃문학관 전경
▲공주풀꽃문학관 전경

가 본 지도 꽤 됐고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터라, 볼일을 마치고 공주풀꽃문학관에 잠시 들렀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 고요한 시공간 속에서, 앙칼진 된바람을 맞으며 대숲의 댓잎들만 서로의 몸을 비벼대고 있었다. 촤아락 촤아락.

39갤러리가따로없네39나태주테마골목길 1
 
공주풀꽃문학관을 내려오니, 인근에 근무처가 있는 직장인들이 맛집 즐비한 공주 제민천변으로 점심을 먹으러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이 무리 지어 갤러리 '쉬갈다방' 옆 골목으로 들어서길래 목적지가 같은 듯하여 그들을 뒤따랐다. 자주 다니던 골목이 아니어서 그동안 못 보고 지나쳤던 것일까? 생소한 벽화가 '훅'하고 눈에 들어온다. 

'나태주 꽃길' 전경
'나태주 꽃길'
▲'나태주 꽃길' 풍경
 
2014년 발표한 나태주 시인의 시 '개양개비'
▲2014년 발표한 나태주 시인의 시 '개양귀비'
 
예상보다 많은 벽화에 '잠시 살피고 가자.' 한 것이 가던 길을 한참 지체하게 됐다. 아니다! 노루페인트로 그렸다는 원문영, 안예리, 김경숙, 최진서 4인 그림작가의 벽화에 빠졌다고 말하는 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나태주 시인의 잘 알려진 시들 중에서 '개양귀비'가 적힌 담장에 마주 섰다.

  개양귀비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여

  흔들리는 마음 자주
  너에게 들키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39갤러리가따로없네39나태주테마골목길 2
 
'나태주 선물길' 풍경
▲테마골목길 '나태주 선물길' 풍경
 
테마골목길 안내도
▲테마골목길 종합안내도
 
한참 만에 골목을 나오니 장독 여러 개를 문 앞에 가지런히 쌓은 집이 보인다. '유석근' 목공예 명장의 지산공방 쪽으로 들어섰다. 제민천을 확인하고 좀 더 걸어가다 '테마골목길 종합안내도'를 발견했다. 그제야 좀 전에 지나온 골목이 나태주 시인의 '테마골목길' 중 '나태주 꽃길'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시와 시화를 적재적소에 적고 그리도록 담장과 집 벽을 기꺼이 허락하신 주민들께도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덕분에 갤러리 '쉬갈다방'의 '유토피아' 展을 지나쳐 온 아쉬움을 달래고, 이리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테마골목길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길' 전경
▲테마골목길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길' 전경
 
카페 '루치아의 뜰' 골목이 새단장을 한 것도, 옛 마곡사 포교당(현 동불사)이 위치했던 골목이 변모한 것도, 공주시 중학동도시재생사업의 한 축인 나태주 시인의 '테마골목길' 조성을 목적한 것이었던가 보다. 

아직 주변 경관 조성에 손이 더 가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잠시 지나 온 골목길을 떠올리니 넓은 야외 갤러리를 둘러보고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39갤러리가따로없네39나태주테마골목길 3
▲지인이 국내 최초로'시경' 전편을 완필한 한학자이자 서예가인 노정(魯亭) '윤두식(尹斗植 )' 선생의 입춘첩을 단톡방에 올렸다

2월 3일(수)은 입춘이었다. 단톡방 게시물에 '입춘대길 건양다경'이 적힌 춘첩이 여럿 올라왔다. 봄의 시작을 알리며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세시풍속이 어느 해보다 감사하게 전해진다. 배고픔에 장사 없어 선물처럼 찾아온 '하루'를 설렁설렁 스쳐 보냈는데, 따뜻해지면 좋은 이들과 차 한 잔 들고 나태주 테마골목길에 다시 들어서 봐야겠다.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으며 좋은 시, 의미 있는 글을 나눠준 가까운 이들에게 나태주 시인의 시를 빌려 마음으로 화답해 본다.

'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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