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사는이야기

추억의 화수분, 공주 옛 극장 이야기

2021.01.07(목) 21:00:09 | 엥선생 깡언니 (이메일주소:jhp1969@naver.com
               	jhp1969@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김홍정 연작소설 '호서극장'
▲김홍정 연작소설 '호서극장'은 충청남도와 충남문화재단의 지원을 일부 받아 발행했다고 한다

2020년 9월, 장편소설 『금강』의 저자 김홍정의 연작소설 『호서극장』이 출간되었다. 연작소설이란 여러 작가가 나누어 쓴 작품을 하나로 만들거나, 한 작가가 같은 주인공의 단편 소설을 여러 편 써서 하나로 엮은 소설을 말한다. 이 책에는 총 7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소설 '호서극장'에 실린 1970~1980년대 초 공주 제민천 주변 지도
▲소설 '호서극장'에 실린 1970~1980년대 초 공주 제민천 주변 지도
 
작가 김홍정은 공주에서 태어나 초·중·고 및 공주사범대학(현 국립공주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게다가 소설 '호서극장'의 공간적 배경은 실제로 있었거나 현재도 남아 있는 장소로 설정되어 있다. 공주 토박이나 1960~1980년대에 공주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에게 소설 '호서극장' 속 허구의 등장인물들이 제민천을 중심으로 호서극장과 인근의 장옥(장터)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오해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어디까지나 있을 법한 사건을 작품화한 것이다.

1.호서극장(1967~1995)

소설 '호서극장'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된 영화관 '호서극장'은 어떤 곳일까? 공주향토문화연구회 제30호에 실린 이복남(수원대학교)의 '공주 원도심 극장의 변천:상설 영화관을 중심으로'를 참고하고, 몇몇 공주분들이 들려주신 말씀을 상기하며, 공주원도심의 '공주극장'과 지금은 없어진 '중앙극장'에 대해서도 정리해 보기로 한다. 
 
옛 '호서극장' 전경 ▲'문광사학생백화점' 간판을 달고 있는 옛 '호서극장' 전경
 
공주면이 읍(邑)으로 승격한 것은 1931년 4월이다. 1959년 5월이 돼서 공주읍민들이 바라던 '공주읍공관'이 준공되었으나, 면적이 협소하여 읍공관으로 사용하지 못하자 1962년까지 위탁 운영을 맡은 공주문화원에서 흥행장으로 용도를 변경하여 문교부당국에 허가를 얻으려 한다. 하지만, 인근에 공주중동초등학교가 있어 흥행장으로는 허가를 얻지 못해 6개월간 개방을 못 하기도 했단다. 이후 몇 년간 무용예술제, 오페라, 대음악제 등 주요 행사장으로 사용된 공주읍공관은 1963년 호서자동차화물주식회사에서 화물 적재 창고 용도로 인수한다. 그러나 경영진인 김인화, 이상철, 명창겸은 계획을 변경하여 상영관으로 용도 변경 후 신축하여 1967년 7월에 설립 허가를 받아 극장으로 재개관하기에 이른다. 1974년 8월에는 가장 오랫동안 '공주극장' 극장주였던 김안순이 아들 양태완 명의로 김인환 지분을 인수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단다. 1995년, 지역의 중심지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해내던 '호서극장'은 TV 보급으로 영화산업이 침체하면서 개관 28년 만에 결국 문을 닫게 된다.
 
김혜식
▲공주문화원에서 발행한 '공주문화' 제282호에 실린 '김혜식' 작가의 글과 사진
 
2021년, 옛 호서극장 뒷골목의 눈내린 풍경
▲2021년, 옛 호서극장 뒷골목에는 공주 곳곳에서 촬영되어 1968년 상영된 '공산성의 혈투' 장면을 그린 벽화가 보인다
 
2010년 공주문화원에서 발행한『공주문화』에서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김혜식은 뉴질랜드에서 만난 한국인 사업가가 호서극장 간판장이(?)한테 뒷돈을 주고 지금의 19금(禁) 영화를 극장 뒷문으로 들어가 본 추억담을 옮겨 놓고 있다.
 
본 리포터가 만난 50~60대의 공주 토박이들에게도 호서극장에 얽힌 추억담 한두어 개쯤은 있었다. 중3 때, 전교에서 4~5등 하던 모범생 친구가 어느 날, 다른 친구 꼬임에 빠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왔단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학교생활 잘하던 범생이(?) 친구는 학교 검열에 걸려 정학 위기에 처했고, 정학만은 면해 보려고 반성문을 엄청나게 써대야 했단다. 빵집에서 남학생들과 만나다 선생님들께 발각돼도 정학 감이었던 시절이니 부풀리거나 지어낸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호서극장 근처에 살았던 50대 후반의 중년 남성은 1995년 호서극장 폐관 전 마지막 상영 시간에 영화를 보러 갔었단다. 가끔 몰래 영화를 훔쳐보기도 했지만, 이날은 매표소 아저씨가 자리를 비워서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가 공짜 영화를 봤노라 말한다. 아마도 폐관하는 날이라 나름 매표소 아저씨가 지역민들에게 선심을 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홍정 작가도 소설 '호서극장'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가수 하춘화를 언급했는데, 자신 역시 하춘화 리사이틀을 기억하고 있다느니 호서극장 간판장이 아저씨들은 극장 입구에서 그림을 그리던 공주극장 간판장이들과 달리 간판실에서 그림을 그리곤 했다며 갖은 기억을 끄집어냈다.
  
2. 공주극장(1943년~?) 

엣 공주극장 전경
▲2018년도에 찍은 엣 '공주극장(빨간색 원 안의 건물)' 전경, 현재 '공주극장'은 공주시 도시재생사업 대상지이다
 
디지털공주문화대전에 의하면 공주 최초의 극장은 공주 갑부 김갑순이 세운 '금강관'으로 1900년에 300석 규모로 건립되었다가 1945년 해방 후 폐관되었다고 한다.1931년 화재로 전소되자 다음해에 극장을 다시 지어 '공주극장'으로 이름을 변경했다는데, 이와 같은 기록이 사실이라면 서울의 원각사보다도 2년 앞서 건립되어 금강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으로 볼 수 있단다.

신축인지 증축인지 확실하지 않은 반죽동(당시 '욱정'이라 불림)에 개관한 공주극장의 건축허가일은 1943년 6월 7일이라고 한다. 반죽동의 공주극장은 주인이 바뀔 때마다 '공주아카데미'에서 '계룡문화회관'으로 상호가 변경되었다가 폐관되었다고 한다. 폐업 날짜를 정확하게 기록한 문헌이나 자료는 찾지 못했다. 
 
추억의화수분공주옛극장이야기 1▲건물의 용도를 알려 주는 '공주극장'의 매표소 안은 폐목으로 가득차 있다

반죽동 공주극장은 폐관 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인지 폐자재로 입구를 막고 있어 내부를 살필 수 없다. 매표소가 보여 이곳이 극장으로 이용됐다는 것을 알게 한다. 가끔 다른 블로그를 통해 매표소 위에 부착된 상영 시간표와 오늘의 프로, 입장료를 볼 수 있다.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공주 토박이 중 몇몇은 '공주극장'은 주간에는 2회 영화를 상영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한 시기까지는 모르나 공주극장 무대에 올려진 고(故) 이주일 리사이틀을 기억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공주극장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은 '눈깔' 혹은 '눈깔쟁이'라 불리던 샌드위치맨이다. 눈이 알사탕처럼 동그랗고 커서 붙은 별명이라는데, 영화 상영이 있는 날은 북을 치면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며 영화 홍보를 했다고 한다. 한때 그는 전국적으로 유명했다는데, 지금의 금학생태공원 저수지에 뛰어들어 물에 빠진 여자를 구해 신문 기사에 크게 난 때문이란다. 
  
3. 중앙극장(1972년~1989년)

지금은 없어진 옛 '중앙극장' 자리는 공주 구도심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지금은 없어진 옛 '중앙극장'은 공주 원도심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있었다
 
옛 '중앙극장'의 입간판이 보이는 풍경(출처 산성동지)
▲옛 '중앙극장'의 입간판이 보이는 풍경(출처 산성동지)
 
공주산성시장 싸전 부근에 장이 서지 않으면 넓은 공터에는 임시 영화관이 차려져 무성영화 등을 틀어주었는데, 별달리 즐길 만한 것이 없던 당시에 공주 사람들이 새까맣게 몰려들 만큼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1972년, 그 맞은편에 호서극장 극장주 김인화와 이상철이 그들의 사업장이었던 풍곡정미소터(산성동 120-1번지)에 당시 공주에서 가장 시설과 규모가 큰 '중앙극장'을 신축했다. 대형 스크린에 의자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시대를 맞은 당시 사람들은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1989년 9월, 고령에 접어든 두 극장주는 삼성생명에 건물을 매각하여 중앙극장은 사라지고 만다. 이후 김인환은 100석 규모의 중앙극장을 지금의 축협 자리에 신축하여 임대했으나, 2005년에는 그마저도 폐관되었다고 한다.
 
2020년, 14년 만에 문을 연 극장 '원주아카데미'의 추억의 의자
▲2020년, 14년 만에 다시 문을 연 극장 '원주아카데미'는 1963년~2006년까지 운영되다 폐관됐었는데, 화재로 내부가 소실돼 원래 있던 의자는 영사기 등과 함께 로비에 전시 중이다. 호서극장, 공주극장에 남아 있는 영화 관련 기기나 물품들도 잘 활용되어지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현재 공주 원도심에 상설영화관은 단 한 곳도 없다. 없어졌거나 제 기능을 상실한 호서극장과 공주극장(공주아카데미), 중앙극장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세 곳은 단순히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장소에 그치지 않는 성싶다. 누구랑 어떤 상황, 어떤 장소에서 함께 했었는지 삶이 투영된 장소로 상기하는 듯하다. 다행히 많은 사람의 추억이 공존하는 건물이 두 곳이나 남아 있고, 조만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기쁜 소식도 들린다. 
 
공주시는 충남도 균형발전사업으로 선정돼 총사업비 70억 원 중 도비 35억 원을 지원받아 '호서극장 시민 플랫폼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기획단을 공개 모집해 약 537.9㎡ 규모의 2층 건물의 공간 활용, 운영 방안, 파일럿 프로그램 기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떤 공간으로 활용될지 짐작되지 않으나, 공주 원도심의 세 곳 영화관을 살펴보고 나니 전지적 작가 시점이나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누구나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 공간을 기억하고 화두에 올릴 수 있기를 누구 못지않게 바라게 된다.
 

엥선생 깡언니님의 다른 기사 보기

[엥선생 깡언니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