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청양을 여행하다 보니 유난히 독립투사와 충신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덕사에서 대쪽 같은 선비의 정신으로 항일투쟁을 하였던 의병장 최익현 선생의 높은 뜻을 알게 되었는데, 그뿐만이 아니었지요. 곳곳에 충신들의 정려가 있고 독립운동가들의 정신과 혼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애국애족의 고장이 청양군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몇몇 곳을 다니면서 그분들의 자취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1. 충신 이제길 정려각 
청양 출신 이제길 정려는 청양군 목면 본의리 마을 앞 커다란 나무 몇 그루와 함께 들판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정려(旌閭)란 국가에서 미풍양속을 장려하기 위하여 효자, 충신, 열녀 등이 살던 동네에 붉은 칠을 한 정문을 세워 표창하던 것을 말합니다. 이제길 정려는 출생지인 본의마을 앞에 세워져 사람들이 그분의 높은 뜻을 본받게 한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충신 이제길 정려는 최근에 단청을 했는지 무척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려각 안을 들여다 보니 이제길 명정 현판이 걸려 있군요.
충신 이제길은 덕흥대원군 이초의 증손으로 1604년 이복령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이제길은 1636년 병조호란 때 의병을 일으켜 남한산성으로 가는 길에 적군과 싸우다 순절하였다고 합니다. 사후인 1717년 숙종 때 그 공을 인정받아 광성군으로 증직받았으며, 1729넌에 정려가 건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려 주변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어 마을 사람들의 쉼터가 되기도 합니다.
이들 느티나무는 수령이 약 470년 된 것으로 정려각을 세울 때 함께 심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수고가 20m에 이르며 나무 둘레는 4.9m나 되는데 아직도 싱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청양군에서는 이 느티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2. 충신 임정식 정려 
충청남도 청양군 정산면 백곡리에 있는 충신 임정식을 기리는 정려는 마을 앞 작은 공원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 정려각은 1688년 숙종 때 백실마을 입구에 건립되었으며, 1868년에 후손 임헌회를 중심으로 중건되었다가 그후 계속 개축이 이루어졌습니다. 임정식 정려각은 정면, 측면 1칸의 규모로 안에는 정려기, 명정 현액이 걸려 있습니다.
현판에 '충신창신교위행봉사임정식지각(忠臣彰信敎尉行奉事任廷式之閣)'이라고 써져 있군요. 임정식은 임진왜란 때 조헌이 병사를 일으키자 이를 따라 100명의 병사를 모아 청주성에서 왜적을 물리치고, 이어 금산에서 왜적과 싸우다가 순절하였다고 합니다. 즉 임정식은 조헌을 따라 순절한 7백명의 의병 중 한 분으로 금산 칠백의총에 함께 묻혀 있습니다.
충신 임정식의 정려기가 빼곡이 한자로 기록되어 있어서 그의 행적이 상세히 전해 내려 옵니다.
1979년 이고장의 유림들이 두촌임충신사우건립추진회를 발족하여 사당을 세우고 청양군에서는 1980년도에 사당앞에 삼문을 건립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8월 18일을 기하여 제향을 올리고 그분의 투철한 충의정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3. 청양 출신 독립운동가들
청양에 가면 흔히 독립유공자 묘소를 안내하는 팻말을 볼 수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돌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무작위로 한 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곳에는 애국지사 임봉안 묘소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작은 묘소에 덩그마니 애국지사 임봉안의 묘소임을 알리는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을 뿐이었지요. 후손들이 사당을 세워 기리는 한태석·한훈 형제 사적지도 있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청양에는 구한말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의병을 일으킨 최익현 선생의 사당이 있으며, 그분을 따르던 많은 독립투사들이 있었습니다. 충청남도 청양은 임진왜란 때 칠백의사가 되어 순절한 임정식 의병, 병자호란 때 목숨 바쳐 싸운 이제길 충신 외에도 박신용, 유대기, 이변, 윤익 등을 배출한 충신의 고장입니다.
청양군에서는 이들 충신들의 뜻을 기리기 위하여 '향토유적지정사업'을 펼치고 충남 청양 지역의 항일독립 운동에 대한 역사와 인물을 집대성한 '청양의 독립운동사'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하니 기회가 되면 청양의 유적과 인물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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