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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백제 왕들의 영혼과 신비한 자연이 함께하는 계룡산 고왕암

꽃·새·나비와 함께하는 고왕암 견진스님

2020.03.27(금) 07:33:38 | 대로 (이메일주소:dried@naver.com
               	dried@naver.com)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공주 계룡산 산골에 백제의 멸망 이야기와 얽힌 조그마한 암자가 있다고 하여 찾아 나섰습니다. 계룡산 신원사의 부속 암자인데요, 계룡산 연천봉으로 오르는 깊은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는 고왕암이 바로 백제 왕들의 이야기가 담긴 역사의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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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왕암에 이르려면 신원사 일주문을 지나야 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이 멀지 않아서인지 형형색색 연등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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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사를 우회하여 계룡산 연천봉으로 향하는 도로가 있고 입구에는 암자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습니다. 소림원, 금룡암, 보광암, 고왕암, 등운암 등 암자가 참 많네요. 그 중에서 고왕암은 신원사에서 약 900m의 거리에 자리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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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다닐 수 있는 길에서 벗어나 구불구불 산길을 걷다 보면 계곡을 건너는 극락교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약 200m쯤 더 올라가야 고왕암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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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왕암이 새단장을 한 듯 무척 깔끔한 모습입니다. 문 위에는 고왕암 삼불존 황금 개금 불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네요. 부처님 새옷을 갈아 입히는 불사가 진행되고 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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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왕암(古王庵)은 660년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의 명으로 동운스님이 창건했다고 합니다. 백제가 김유신이 이끄는 신라군에 패망하고 의자왕이 당나라로 끌려가자 의자왕을 추모하는 뜻에서 고왕암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하고, 의자왕이 웅진성으로 피난하자 왕자 융이 이곳에서 항복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절의 이름으로 보아 왕과 관련된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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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왕암에는 대웅전이라고 불리는 건물이 따로 없으며, 낙락장송 아래 아담한 백왕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백왕전은 백제 온조왕부터 의자왕까지 백제 31왕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혼령을 위로하기 세워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고왕암에서는 백제왕 추모제를 열어 31명의 백제왕과 충신 유민들의 극락왕생을 빌기도 한다 하네요.
 
유서 깊어 보이는 소나무 아래 절벽 바위에는 마애역사여래불 부조가 섬세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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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신라 고승 원효대사의 이름을 딴 원효굴이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불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마음의 근원을 회복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원효의 사상을 본받아 석굴 속에서 수행한 스님들의 뜻을 받들어 원효굴이라고 명명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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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굴 옆 자연 석굴 안에는 기도 도량이 있습니다. 건물 천장에는 연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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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바위 틈 사이에 뿌리를 박은 진달래가 연분홍 꽃을 아름답게 피웠습니다. 그리고 아래에는 물맛 좋은 아담한 약수터가 있어서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경내를 돌아보며 사진을 담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며 스님이 차 대접을 해 주시겠다고 부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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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 일배를 올리고 정좌를 하였더니 차를 권하십니다. 그리고 자연과 벗하며 사는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고왕암의 주지스님이신 견진스님이 이 암자에 들어와 사신 지 어연 14년, 그동안 인적이 드문 호젓한 산사에서 기도정진하는 가운데에도 꽃과 나비, 새와 벗이 되어 교감한 이야기가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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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담아 온 꽃과 나비, 새 사진을 책 두권으로 엮어서 펴냈는데, 그 이야기가 수년전에 경인방송국의 '화첩기행'이란 프로그램으로 소개되었다고 하시는군요. 책에는 손수 자필로 기록한 나비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진귀한 종류도 꽤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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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새들과 벗이 되어 교감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지요. 새가 법당 안으로 날아와 커피를 마시고, 스님의 머리 위에 앉는 등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면서 하찮게 보이는 새들도 사랑을 나누어주면 그 뜻을 헤아리고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지요. 개를 비롯한 동물에게도 불성이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스님이 이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더니 방안으로는 들어 오지 않는다 하네요.
 
그동안 이곳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한 여름철새 팔색조도 사진으로 담아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였으며, 심지어 야생 금계를 담은 사진까지 책에 실려 있었습니다. 그 금계가 사라진 후 안타까움에 금계 두 마리를 기른 후 방생하였다고도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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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진스님께서 법당 밖으로 나와서 기르고 있는 식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셨지요. 여름이면 수국이 만발하고 돌담은 섬초롱꽃과 큰꿩의 비름으로 뒤덮여서 화원을 이룬다하는데 다음에 꼭 다시 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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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왕암 축대에서 자라고 있는 큰꿩의비름입니다. 8·9월이면 불그스름한 꽃들이 만발하여 돌담을 화려하게 장식하겠네요. 수많은 섬초롱꽃들이 줄기를 축대 아래로 내려 피며 큰꿩의비름과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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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왕암 주변에는 현호색이 봄볕을 받아 고운 빛을 발합니다. 고왕암 계곡 주변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계룡산의 정취를 한껏 들이마시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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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표범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고왕암 주변 바위 위에 앉아 있네요. 사람 손이 다가가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봄 햇살을 즐기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진견스님의 말씀대로 이곳의 새와 나비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나 봅니다.

사람과 동식물이 소통하고 함께하는 계룡산 고왕암에는 백제의 시조 온조왕부터 마지막 왕인 의자왕까지 모두 31명의 왕들의 영혼이 자연 만물과 함께 부처님오신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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