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향나무가 있습니다. 이 향나무는 안성천에서 동쪽으로 약 50m 떨어진 양령리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얼마 전 천안의 자랑인 양령리 향나무를 만나보기 위해 성환읍으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성환읍 양령리는 대부분이 쌀 재배 지역으로 평지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때 중령리와 하령리를 합쳐 양령리가 되었는데요, 이정표를 따라 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고즈넉한 시골마을의 정취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마을 안에 차를 세우고 한 민가의 지붕 너머로 보이는 천연기념물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해 보았습니다.
▲양령리 향나무 (천연기념물 제427호)
주택 안쪽으로 들어서니, 굳건하게 서 있는 한 그루의 거목이 낯선 이의 방문을 반겨줍니다. 향나무 주변은 평지이고, 향나무의 서편과 북편의 2m 이내에 민가의 담장이 있는 모습인데요, 오랜 세월 갖은 풍파를 견디어온 향나무를 마주하니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비스러워 보였습니다.
양령리 향나무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을까요?
아주 오래 전, 작은 나무 한 그루가 폭우에 휩쓸려 양령리 마을로 떠내려왔습니다. 이 작은 나무는 묘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나무였는데요, 양령리 향나무는 약 1200년 전 대홍수가 났을 때 어디선가 이곳으로 휩쓸려와 뿌리를 내렸다고 하며, 자식을 못 낳는 아낙네가 이 나무에 치성을 드리면 자식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양령리에서는 정월대보름이면 마을 수호목인 향나무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고 있는데요, 강인한 생명력으로 마을을 지켜온 향나무는 지금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양령리 향나무의 실제 수령은 약 800여 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향나무는 측백나무과에 속하는 침엽 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상나무, 또는 노송나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목재를 향으로 써왔기 때문에 향나무라고 하고, 목재는 연필을 만드는데 많이 쓰이며 예로부터 묘지 주변에 심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향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과 특히 울릉도에 많이 자랐으나 대부분 없어지고 관상용으로 정원수나 공원의 나무로 많이 식재하고 있습니다.
오랜 노거수라 그런지 신령스럽고 영험한 기운이 가득 풍겨져 왔는데요, 양령리 향나무는 1940년 인근 민가의 화재로 서쪽 가지가 고사되어 잔가지가 남았지만 현재 생육 상태가 비교적 양호해 보였습니다. 크기는 높이 8.5m, 근원부 줄기는 4.2m로 반 타원형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양령리 향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목으로 학술 및 관상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12월 8일, 천연기념물 제427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양령리 향나무-소재: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상령길 122-15(양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