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짧고 가고 싶은 곳은 넘쳐난다. 인기 있는 곳은 사람들로 붐벼서 가을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부족할 때가 있다. 그래서 조금 호젓하게 단풍여행을 가볼만한 곳으로 아산 맹씨행단과 예산 향천사로 떠나보았다. 이 두 곳은 차로 30여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당일에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아산 맹씨행단은 맹사성의 아버지 맹희도가 이곳에서 학문에 정진하며 후학을 모아 강학하였던 곳으로 행단 내에는 고택과 두 그루의 은행나무인 쌍행수, 세덕사, 구괴정이 있다.
아산 맹씨행단 내에는 맹사성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 600년 이상 된 은행나무가 있어 '행단'이라 하였는데 원래 '행단'은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강학을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행단 내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를 자아내는 은행나무는 거의 노랗게 물들어 딱 보기 좋을 때였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되기에 달리 미사여구를 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듯 싶다.
구괴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맹사성, 황희, 권진 세 정승이 느티나무 세 그루씩 심고 정사를 논했던 정자라 해서 구괴정 또는 삼상당이라고 한다.
행단 내에 은행나무가 장관이었다면 이곳에서는 느티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현재 3그루만 남아 있는데 3그루만으로도 구괴정을 이토록 빛내는데 9그루였을 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예산 향천사는 금오산 자락에 위치한 백제 의장 16년(656)에 의각 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마땅한 절터를 잡지 못한채 밤낮으로 예불을 드리자 금까마귀 한쌍이 날아와 산 아래 향기 가득한 샘물을 알려주고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그 후 산의 이름은 금오산, 절 이름은 향천사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예산 향천사에는 일주문 옆 느티나무로 시작해서 일주문을 오른 후 만나는 은행나무, 경내의 느티나무, 천불전 앞의 단풍나무가 예술인듯 싶다. 모든 곳들이 좋았지만 특히 천불전 앞과 그 주변의 단풍나무가 빨갛게 물들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완전히 빨갛게 물든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그것 조차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색감이라 아름다웠다.
초록에서 노랑, 노랑에서 주황, 주황에서 빨강으로 그라데이션 되어 가는 그 과정이 참 신비롭다.
좋은 데에는 긴 설명이 필요없지 싶다. 직접 다녀오는 수 밖에는.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유명한 단풍명소도 좋지만 호젓한 곳에서 나만의 단풍놀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산맹씨행단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읍 행단길 25 맹씨행단
예산 향천사
충청남도 예산군 예산읍 향천사로 117-20 금오산 향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