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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느리게 빚은 마성의 맛 “쌀 100% 막걸리 잡서봤슈?”

충남의 술 top10 ② 덕산생쌀막걸리

2018.08.15(수) 23:38:53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덕산생쌀막걸리와 더덕막걸리

▲ 덕산생쌀막걸리와 더덕막걸리


지역술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에는 주류 다양화의 바람에 힘입어 다양한 지역술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충남도는 최근 맛좋은 지역술 10개를 선정해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와 일반 도민들이 엄선한 충남 술 10선을 차례차례 만나보자.      <편집자 주>
 
100년 역사 자랑하는 터줏대감
오랜기간 숙성해 부드러운 풍미
사과농축액 등 천연재료로 감미
딸·아들과  함께 가족 경영

 
[예산]덕산주조장의 두꺼운 철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훅 끼쳐오는 것은 강렬한 누룩냄새. 군데군데 나무기둥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오래된 공장 건물은, 양조장의 역사를 대변하듯 누룩내음이 켜켜이 배어 있다. 양조장 깊은 구석의 또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러 대의 막걸리 발효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의 한낮에도 양조장 내부는 소름이 돋을 만치 서늘하다. 세상과 분리된 듯 고요히 분리된 공간을 매우는 것은 누룩냄새와 뽀글뽀글 쉼 없이 올라오는 기포소리. 막걸리가 잘 익고 있다는 소리다.
 
예산군 덕산읍에 자리한 덕산주조장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00년대 초반 고 윤석희 씨가 운영하기 시작해 현재 사장인 임채욱(65) 씨까지 4번 주인이 바뀌었다.
 

덕산주조장 임채욱 대표

▲ 덕산주조장 임채욱 대표


양조장은 방앗간과 더불어 여느 마을마다 흔하게 있었던 동네사랑방이었다. 하지만 소주, 맥주 등의 위세에 밀려 막걸리 소비가 급격히 감소한 것처럼, 막걸리를 빚던 동네 양조장도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지역의 몇 안 되는 양조장들은 이런 수난을 거치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덕산주조장 역시 지역 양조장들이 겪어야 했던 부침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임 사장이 위태로운 경영으로 폐업위기에 처한 주조장을 인수한 것은 약 25년 전. 지역의 양조장이 다 문을 닫아서야 되겠느냐는 일종의 소명의식과 양조에 대한 자신감이 이끈 결과였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양조장이 가장 잘 사는 집이었어요. 소주, 맥주에 밀리면서 그 많던 양조장이 다 문을 닫았지. 경영이 아슬아슬했던 동네에 하나 남은 양조장을 인수한 건 그래도 지역술을 찾는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한번 잘 만들어보고 싶더라구요.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청결하게 만들어야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겠다 싶었죠.”
 
충남술 TOP10 중 하나로 선정된 ‘덕산생쌀막걸리’는 덕산주조장의 주력 상품이다. 1년에 8만여ℓ를 생산한다고 하니, 양조장의 규모에 비해 생산량이 상당하다. 덕산생쌀막걸리는 오로지 쌀과 누룩으로만 만들어진다. 쌀막걸리라고 해도 밀가루가 4~50% 이상 들어가는 대다수 쌀막걸리와는 이런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쌀막걸리는 밀가루막걸리보다 숙성 기간이 길다. 밀가루 막걸리가 3일 만에 숙성이 된다면 쌀막걸리는 적게는 9일, 길게는 13일이 걸려야 상품성을 갖는다. 단기간에 많은 양을 생산,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해서라면 밀가루막걸리가 적합하다. 하지만 100% 쌀막걸리의 참맛을 안 이상 당장의 이윤을 쫓을 순 없다고 임 사장은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쌀 막걸리를 찾아요. 마셔보면 밀가루막걸리와는 차원이 다르거든. 밀가루는 연질이라 숙성이 빨리되는데, 술을 빨리 빼면 머리가 아파요. 쌀은 저온으로 오랫동안 숙성하다보니 술맛에 변화가 없고 숙취가 덜하죠. 와인이나 브랜디가 오래 숙성될수록 맛이 좋고 가격이 비싼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일까. 덕산생쌀막걸리는 유난히 부드럽고 진하다. 빛깔은 진한 우윳빛으로 느른하고 걸죽하게 떨어지지만 의외로 청량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과하게 달지 않고 부드러운 뒷맛은 임 대표가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비법이다.
 
“쌀막걸리가 하더라도 양조장마다 다 특징이 있는데, 저희 집은 감미를 조금 독특하게 해요. 아직도 많은 양조장에서 막걸리에 사카린을 넣는데 우리는 그 대신 사과, 감초 농축액을 넣어서 단맛을 조절해요. 막걸리가 달면 처음에는 맛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물리거든요. 그런데 사과는 평생 먹어도 질리지가 않잖아요. 자연의 재료로, 너무 달지도 싱겁지도 않게끔 조절하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인 것이죠.”
 
덕산주조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물량에 구애받지 않고 제조 주기에 맞춰 정해진 양만큼만 막걸리를 생산한다. 주문에 따라 양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주문량에 상관없이 일정한 주기로 막걸리를 만들어야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장 맛이 좋은 상태에서 제품을 출하할 수 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경영철학은 가족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아들, 딸, 사위가 임 사장의 일을 돕고 있다. 가족이라는 신뢰로 더 정직하게 막걸리를 빚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임 사장은 덕산생쌀막걸리와 같은 지역술이 곳곳에서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선 개인적인 노력에 더해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수도권의 대기업으로 돈이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아닌 지역 내에서 돈이 돌고 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역술에 대한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
 
“지역의 술에는 그 지역의 문화가, 지역 주민들의 애환이 배어 있는 것 같아요. 지역의 문화라는 게 별거인가요.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모든 것들이 모여 그 지역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지역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좀 더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8월 초의 뜨거운 열기가 골목 구석구석을 달구는 와중에도 막걸리를 사러 오는 주민들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곳을 왜 찾는냐는 질문에 ‘그냥 오랫동안 마셔왔다’, ‘이곳에 있으니’, ‘맛있어서’, ‘오래 되서’ 등 대답은 다양하다. 그 모든 대답들에 애정이 담겨 있다고 느끼는 건 이방인의 다소 감상적인 평가일까. 무엇이 됐든 덕산주조장은 여전히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술이 지역의 문화라는 말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혜동 khd1226@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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