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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기다림이 빚은 황금빛 방울 널 마시면 입안에 사과꽃이 핀다

충남의 술 TOP 10 ①소서노의 꿈

2018.08.07(화) 00:45:4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기다림이빚은황금빛방울널마시면입안에사과꽃이핀다 1
예산사과와인 증류한 ‘브랜디’
유럽에서 공수한 참나무통에서
4년간 숙성…진한 풍미 일품
강하지만 부드러운 목넘김 특징


지역술에는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에는 주류 다양화의 바람에 힘입어 다양한 지역술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충남도는 최근 맛좋은 지역술 10개를 선정해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와 일반 도민들이 엄선한 충남 술 10선을 차례차례 만나보자.      <편집자 주>
(주)예산사과와인의‘소서노의 꿈’
▲ (주)예산사과와인의‘소서노의 꿈’

 
술을 입에 머금는 순간 강렬한 알코올의 향이 입안을 지배한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것은 은은하고 향긋한 사과향이다. 40도짜리 브랜디답게 역시 강하다. 찌르르한 목 넘김 뒤에 이윽고 느껴지는 훈연된 참나무의 향기. 마치 비가 내린 후 상쾌하게 가라앉은 숲속을 거니는 느낌이랄까. ㈜예산사과와인의 대표 술인 ‘소서노의 꿈’에 대한 첫 인상이다.
 
‘소서노의 꿈’은 예산의 대표 특산물인 사과로 만든 브랜디다. 브랜디는 과일을 증류해 만든 술을 일컫는데, 와인을 증류한 후 오크통에 숙성하면 꼬냑이 되고 맥주를 증류하면 위스키가 된다. 같은 방식으로 막걸리와 청주를 증류한 것이 소주다. ‘소서노의 꿈’은 사과주를 증류한 브랜디이다. 외국에서 깔바도스(Calvados) 혹은 시드르(Cidre)라고 불린다.
 
은성농장(예산 덕산면)에서 수확한 부사 품종의 사과를 분쇄해 이스트와 함께 발효시키면 사과와인이 된다. 이를 증류해서 얻어낸 것을 오크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하면 마침내 완성이다. 발효를 위한 효모와 증류를 위한 불, 이 두 가지로 예산사과가 와인을 거쳐 브랜디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브랜디의 전 단계인 사과와인은 ㈜예산사과와인의 대표 상품이기도 하다. ‘추사(秋史)’란 이름의 사과와인은 특유의 달콤하면서 새콤한 사과향이 일품이다. 가을 사과로 만들었다 해서, 추사 김정희의 고향인 예산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추사다. 중의적이면서도 고혹적인 이름은 ㈜예산사과와인 정제민 부대표가 고심 끝에 붙였다.
 
사과와인은 달콤하면서 은은한 황금빛을 띈다. 이를 중탕해서 증류하면 50도를 웃도는 투명한 색의 술이 얻어진다. 하지만 브랜디로써 상품가치를 갖으려면 이제부터 시작이다.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을 거쳐야 만 진정한 브랜디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물로 희석을 시켜 목 넘김이 가장 좋은 40도로 맞춘 브랜디가 ‘추사40’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처음 출시됐다. 오크통에 들어간 지 4년 만이다. ‘소서노의 꿈’은 ‘추사40’의 또 다른 이름으로, 한 공모전에서 백제 대표 술로 선정되며 탄생했다.
 
국산 사과브랜디는 아직까지 생소한 게 사실이다. ‘소서노의 꿈’도 이제야 서서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판매량이 급격히 늘지는 않지만 브랜디 애호가들 사이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개인과 기업에서 들어오는 주문량이 서서히 늘고 있다.
 
‘소서노의 꿈’이 여러 사과브랜디 중에서도 뛰어난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것은 최상의 원료와 제작노하우가 결합된 산물이기 때문이다. 직접 구리로 된 증류기계를 제작하고 유럽에서 공수한 최상품의 오크통을 들여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예산사과와인 정제민 부대표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질 좋은 참나무를 한 판 한 판 불로 그을려 둥그렇게 휘게 한다. 이를 철제로 고정해 조립한 것이 오크통이다. 오크통에 담긴 순도 높은 증류액은 숙성되는 동안 불로 그을린 참나무의 향을 흠뻑 머금는다. 이렇게 투명한 액체는 시간이 흐르면서 옅은 갈색으로 변하고 술 맛 또한 그윽해진다. 오크통은 우리내 옹기처럼 숨을 쉬기 때문에 수년이 흐르는 동안 공기 중으로 2~3%의 술이 증발하게 된다. 이를 유럽 사람들은 ‘천사의 몫’으로 돌렸다. 그런 면에서 오래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좋은 술을 얻는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 셈이다.
 
㈜예산사과와인은 ‘소서노의 꿈’으로 국내 주류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만들어, 지역의 문화를 담고 있는 술 ‘소서노의 꿈’은 ㈜예산사과와인 대표 홈페이지(http://www .chusawine.com)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김혜동 khd1226@korea.kr
 


“술도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민이 사랑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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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제민 ㈜예산사과와인 부대표

“농촌은 단순히 식재료를 생산하는 곳이 아닌 문화상품을 만들어내는 곳이 돼야 해요. 외국의 와이너리들은 적어도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그 세월 속에서 명품을 만들고 있거든요. 지역의 문화를 담고, 문화를 파는 상품으로써 술을 만드는 동시에 대를 이어 지속해나가는 일이 지금 우리 농촌에 절실합니다.”
 
정제민 부대표의 말처럼 ㈜예산사과와인은 6차산업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는 곳이다. 지역의 명물인 사과로 가공품인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는 동시에, 생산지인 사과농장과 와이너리를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기리에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농촌이 식재료의 생산지가 아닌 문화를 창출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정 부대표가 ㈜예산사과와인을 설립하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예산에 터를 잡으면서부터다.
 
정 부대표의 장인어른인 서정학 씨가 40년째 운영해오던 은성농장과 정 부대표의 아이디어가 결합하면서부터 새로운 실험들이 연이어 펼쳐졌다.
 
사과 생산지인 이점을 살려 사과로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사과를 따고 와인과 파이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이색 체험거리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이 같은 정 대표의 도전은 방문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국내 농업 6차산업의 선진모델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일주일에 최소 3일 이상은 국내 기관·단체의 농장 견학이 있을 정도로 은성농장은 늘 문전성시다.
 
사과와인이나 브랜디도 시장에서 서서히 입소문을 타며 매출도 꾸준한 편이다. 국산 명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아지는 관심과 지역특산주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가 큰 도움이 됐다.
 
정 대표는 다만, 여러 가지 지역술이 출시되고 있는 요즘 진정한 지역 술의 정의를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일본의 사케, 중국의 백주, 유럽의 와인처럼 우리나라의 지역술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깐깐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정 부대표의 지론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술이라면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례로 우리가 즐겨 마시는 소주나 막걸리가 우리 쌀이 아닌 수입쌀을 원재료로 한다는 건 창피한 일이죠. 그 지역에서 나는 쌀, 보리, 사과, 포도로 술을 만들고, 주민들이 또 그 술을 사 마시고, 와이너리를 구경하러 관광객들이 오고...일본이나 유럽처럼 우리도 그런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해요.”
 
정 부대표는 국산 지역술이 선물용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소주나 맥주처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술을 출시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전통주나 지역술은 가격이 높다는 대중적인 인식을 깨고, 저렴하면서도 맛 좋은 술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소주나 맥주 대신 주민들이 지역술을 마시는 광경을 상상해요.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또 다른 길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주민들께서 지역술을 응원하고 소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우리술이 걸음마 단계라서 부족함이 느껴지더라도 조금만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신다면 세계적인 술이 우리 지역에서 나올 수 있어요. 그게 농업·농촌·농민이 살고 지역도 살고 문화도 살리는 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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