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으로 올해 벚꽃놀이 기간은 유난히 짧았던 것 같다. 벚꽃엔딩이라고 체념할 즈음 천안 태조산 자락에 위치한 각원사의 벚꽃은 드디어 활기를 띈다. 물론 각원사에도 우리가 알던 그 일반적인 벚꽃이 있고 그 벚꽃이 반쯤 질 때쯤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겹벚꽃이 피어나 제 2의 벚꽃놀이가 시작될 차례이기 때문이다.



사진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 각원사의 겹벚꽃이 필 때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하는데이름도 독특하다. 사천앵, 팔중홍지수, 홍풍, 관산 이라는 분홍 또는 하양의 풍성한 겹벚꽃이 피어 각원사를 꽃대궐로 물들인다. 흔히 겹벚꽃이라 하면 서산 개심사와 문수사가 가장 유명하지만 피는 시기로 보아서도 꽃잎의 모양을 보아서도 같은 겹벚꽃으로 불리지만 조금 다르다.



열매를 맺지 않는다 하여 개벚꽃, 꽃잎이 겹이라 겹벚꽃 또는 만첩벚꽃이라고도 한단다. 우리가 아는 꽃잎 5장이 일반 벚꽃이라면 겹벚꽃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꽃잎이 그 2배쯤 된다고 봐야겠다. 



꽃잎이 겹으로 쌓여있으니 피는 시기가 10일 ~14일 정도 늦는 것도 당연하다.  또 그 후로 10일 ~14일 정도 후면 서산 개심사의 겹벚꽃이 핀다. 그러니까 그 중간 즈음 피는 것이 천안 각원사인 셈인데 어느 곳이 더 좋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두 곳 모두 너무나 아름다워 겹벚꽃의 명소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각원사에 도착했을 때에는 날씨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바람도 불고 흐린데다 오후에 비소식이 있어서 조금 서둘러서 오기는 했는데 꽃이 만개할 무렵은 아니어서 꽃망울이 맺힌 것들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아름답고 황홀하였다. 특히 천불전과 산신전에 축 처진 수양겹벚꽃은 단연 압권이었다.



분홍꽃비가 내리는 듯 지붕 위로 꽃문살 위로 석등 위로 흘러내리는 그 모양새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끊임없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아, 예쁘다!" " 정말 예쁘다" "어쩜 이렇게 예쁠수가 있지?" 등등



바람이 불면 제 몸을 완전히 맡겨 이리 살랑 저리 살랑 대는 그 모습과 꽃망울이 맺힌 그 모습 또한 사랑스러웠다.  



멀리서도 보이는 청동아미타불 주변의 벚꽃들도 장관이고 청동아미타불 위쪽에서 아래 경내를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장관이다.



이제 파릇파릇 연초록의 옷을 갈아입은 태조산과 분홍 파스텔을 살짝 살짝 부드럽게 그려낸 듯한 벚꽃이 그저 좋았다. 미사여구를 다는 것 자체가 사실 무의미했다. 

머지않아 만개와 절정을 이룰 것 같다. 그러면 더욱 풍성한 겹벚꽃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경주 불국사 다음으로 가장 큰 사찰이기도 한 각원사, 1년 중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빌 때가 바로 이 벚꽃 시즌이라면 그 다음은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이 큰 경내에 연등이 달릴 때라고 한다. 그 때도 정말 장관이라고 하는데 각원사를 다시 찾아야할 이유가 또 생긴다. 하지만 아직은 겹벚꽃을 충분히 즐길 때이다.


천안 각원사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245 각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