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천안에 자주 들리다보니 천안에 좋은 미술관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안삼거리공원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한뼘미술관으로 항상 새로운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공원을 가볍게 산책한 후 들려보기로 하였다.  



가을의 절정에 온 이후 3주만에 다시 찾았는데 일정 부분 가을의 자취가 남아있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완연한 겨울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오리가 유유히 헤엄을 치던 호수에도 살얼음이 끼었고 떨어진 낙엽들은 얼음 속에 그대로 박제되어 정말 겨울임을 실감케 했다.  



선선한 가을보다는 사람들이 적었지만 가족이나 친구, 연인, 때로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여전하였다. 무엇보다 3주만의 계절의 큰 변화를 느끼며 공원 산책을 마치고 한뼘미술관으로 향했다.  



한뼘미술관은 시민들이 생활 속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천안문화재단에서 서북구청 별관에서는 <작은 갤러리>, 동남구청 별관 차량등록사업소에는 <삼거리 갤러리>를 운영중이다. 천안을 중심을 활동하는 예술인, 생활문화동호회, 학생, 일반인 누구나 대관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전시의 기회가 많아서 좋을 것 같았다. 그렇다보니 전시회 또한 평균 2주간격으로 열려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부지런을 떨어야겠지만 늘 새롭고 다양한 전시회를 자주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찾아간 때에는 11월 28일부터 새롭게 시작된 '선으로 말하다'라는 주제로 목요드로잉협회의 정기전(~2017.12.09.토)이었는데 조금 더 특별했던 것은 지난 토요일(12.02) 오프닝무대로 공개누드크로키전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연과 전시가 함께 만난 것인데 예술이라고는 하지만 '누드'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사실 그렇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 이런 상황을 처음 목격한 일반 관람자로서는 사실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남녀누드모델을 중앙에 두고 전시회의 당사자들인 예술인들이 누드크로키를 빠르게 그려나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1시간이나 진행된 공연은 모델들이 때로는 1분, 때로는 5분 정도의 포즈를 취하는 동안에 크로키를 그려야 했기 때문에 모델 뿐만 아니라 드로잉을 하는 예술인들 또한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들의 뜨거운 예술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으나 누드모델들의 초상권과 예술인들의 작품활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눈으로만 담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전시가 누드크로키이다 보니 자세히 소개하기는 그렇고 그 중에서 인상적인 몇가지를 소개한다. 크로키는 사전적인 의미로 회화에서 초안, 스케치, 밑그림 등의 뜻을 지닌 기법상의 용어로 특히 인물화에서는 인체의 균형과 형태의 특징을 단시간에 재빨리 포착해서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작품이 아주 단순화된 것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작품들 중 가장 단순화된 것 같았는데 인체의 특징을 살려서 붓으로 단 번에 그려낸 일필휘지의 작품들이었다.  



단순함에 대조적인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 비보잉 무용수의 순간멈춘 Freeze 장면을 담는가 하면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 모습을 담아내기도 하였다.  



작품들은 기본적인 연필부터 펜, 붓, 색상을 입혀내어 다양하였다.   



미술전공 고등학생들의 드로잉 작품들도 있었는데 아직은 서툴지만 훗날 멋진 예술인으로 거듭나길 바래보았다. 다른 전시회와는 조금 특별했던 공연과 전시회를 만나 충격적이고도 놀라웠지만 이렇게 좋은 전시회를 그것도 무료로 평균 2주에 한 번은 자주 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날씨가 춥다고 움츠려만 들지말고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한뼘미술관에서 미술적 소양을 넓힌다면 이 미술관이 생긴 의도를 그대로 실천할 수 좋을 것 같았다.

천안삼거리공원
충남 천안시 동남구 삼룡동 306-1

천안 한뼘미술관(동남구청 별관)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대로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