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합검색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화면컨트롤메뉴
인쇄하기

도정뉴스

“20년 만의 귀향…후배들은 그런 일 없어야죠”

청년의 재발견 ②당진 충남산학융합원

2017.07.27(목) 19:59:17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20년만의귀향후배들은그런일없어야죠 1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온전히 살아가는 일은 축복이다. 아쉽게도 오늘날 청년들에게 이러한 축복은 사치에 가깝다. 취업과 진학을 이유로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들에 내몰린 탓이다. 당진도 그랬다. 급속한 지역발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학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청년들은 외지로 나가야 했다.

그러나 이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호서대 산학융합캠퍼스가 개교하며 청년들이 머물 공간이 생기는 한편 지역 기업체와 청년이 만나서 교류하는 기회가 생기며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석문국가산단에 위치한 충남산학융합원이 있다. 산단의 일자리와 지역 청년을 이어주기 위해 쉼 없이 내달리는 이수현 충남산학융합원 팀장<사진>을 만나 이들의 고민과 도전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방인 아닌 이방인 ‘청년’
 
수도권을 제외한 많은 지역의 청년들은 이방인 아닌 이방인이 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위해서 언젠가는 지역을 떠나야 할 것이라는 게 젊은이들의 생각이다. 청년들이 서울이나 대도시로 떠나는 것은 비단 작은 지역이나 농촌의 문제만은 아니다. 국가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급속한 도시화를 이루며 팽창하고 있는 당진에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일단 대학을 위해서 다들 당진을 떠나 외지에 뿌리를 내립니다. 그러다보니 지역에 남는 후배도 없고. 저 역시 청년 당진을 떠나 20년 만에 다시 귀향을 하게 됐지요”

당진 청년들의 지역정착 사업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수현 팀장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미소를 보였다.

이 팀장은 올해 42세다. 젊은 시절 대학 진학을 위해 외지로 나간 지 20년 만에 다시 지역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태어난 지역에 새로 자리 잡을 때까지 먼 길을 돌아온 샘이다.

이 팀장에 따르면 당진의 젊은이들은 외지로 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진학 할 대학이 없었고 일자리가 있어도 청년들을 유혹할 만한 매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최근 호서대 산학융합캠퍼스와 세한대 등이 생기며 청년들이 머물 공간이 생겼지요. 이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생긴 겁니다.”

대학이 생기자 산학융합원은 지역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청년들이 진정 원하는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설문 결과를 보면 청년들이 원하는 정책의 1순위는 역시 일자리 창출과 창업지원이 55.4%로 압도적이었다.

실업 원인으로는 청년들이 희망하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37.1%로 가장 높았다. 취업준비에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채용 정보가 부족하다는 응답이 50%로 많았고 구직정보는 잡코리아 등 온라인을 통한 구직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당진 지역 청년들이 가장 큰 요구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 일 이었다.

“당진은 석문국가산업단지 등 일자리가 넘쳐나지만 일할 사람은 찾기 어려운 묘한 구조를 갖고 있지요. 젊은 층은 일자리를 위해 외지로 나가고 오히려 외지 사람들이 당진으로 일하러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이 팀장은 현재 당진이 직면한 현실을 담담한 어조로 진단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당진 석문국가산단은 외부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산단 내 자리한 S기업의 경우 직원 50여명 중 절반인 25명이 경기도에서 출퇴근하고 있다는 게 이 팀장의 분석이었다.

“산업단지라는 어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젊은 층에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산단에 공장만 있고 3D 업종 같은 열악한 시설로 구성돼 있었죠. 도시는 발전해도 산단은 여전히 낙후돼 있고. 이러한 인식이 강해서 산단 내 일자리가 있어도 청년들이 외면하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지역의 특성을 면밀하게 살펴본 결과 충남산학융합원이 집중할 역할은 또렷해 졌다.

청년들이 막연하게 생각해 왔던 산업단지의 일자리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기업체 인사담당자와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산단에 대한 청년들의 선입견을 극복하고 그동안 미스매칭 돼 왔던 구인-구직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충남서북부기업협의회와 매달 한번 씩 정기 모임을 갖고 있어요. 협의회 분들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분들과 청년들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협의회에 참가하는 기업은 총 15곳이다. 이들 인사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하소연은 지역 청년을 고용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을 직업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했다.

“오늘 아침에도 인사담당자와 이야기 했는데 기업이 원하는 직원과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미스매칭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산업 분야가 기계 철강이니 청년들이 소위 폼 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 당진이 급하게 성장하다보니 아이들이 넉넉하게 자라서 결핍도 없는 것 같아요. 게다가 지방에서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실패한 인생이라는 인식도 큰 이유 중 하나이죠.”
 
인사담당자, 청년 만나다
 
이에 충남산학융합원이 청년학교라는 사업을 통해 당진에 어떤 회사가 있는지를 청년들에게 알리는 데 집중한다. 인사담당자를 통해 기업과 학생 간 스킨십을 높여내고 이들 회사가 어떤 곳인지 정확히 알려 기존에 인식 돼 온 ‘산단=공장’이라는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팀장은 “청년들이 산단의 겉면만 보는데,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인식이 전환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청년들이 시장에 진출할 때 실패를 최소화하는 것도 산학융합원이 주목한 포인트다.

대다수 청년들이 창업 등 시장에 뛰어 들 때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제대로 판단이 안된 상태가 많다는 게 이 팀장의 분석이었다.

“청년들이 실패를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정작 뭐를 해야 할지 모르고 창업에 뛰어들 때입니다. 창업에 있어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방향성을 가져야 합니다. 청년들의 재능과 연계한 창업 지원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좋아하는 일이 바로 ‘정답’
 
충남산학융합원은 청년의 재능이 시장에 연계되도록 창업스쿨을 운영한다. 창업스쿨 과정을 통해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에 걸맞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한다.

이를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창업 사례는 예원로봇틱스다. 예원로봇틱스는 호서대 자동화기술과 IoT(사물인터넷) 관련 학생들의 재능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창업아이템은 센서가 달린 화분으로 다양한 식물을 스스로 관리 조정할 수 있다. 예원로봇틱스의 대표인 김응주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로봇학원을 다니며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으며 로봇 분야에 대해 여러 연구를 해왔다. 그의 끈질긴 노력은 지난해 호서대와 충남산학융합원의 도움으로 결실을 맺었다.

“창업은 단순히 점포 하나를 내는 데 머무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재능을 시장과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청년들의 창의와 도전이 시장에서 생산성으로 연계될 수 있는 공간을 더욱 다듬어 갈 생각입니다.”

한편, 이 팀장은 청년들이 자신의 지역에 깊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자신이 속한 지역을 깊이 들여다 볼 때 새로운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이 팀장의 확신이었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청년들의 방향을 보다 분명히 밝혀주는 것이지요. 당진은 좋은 동네입니다. 너무 서울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진에 있는 기업을 살피고 관심을 가질 때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겠지요. 우리는 당진의 역사성과 세대를 이어가야 하고 이를 위한 도전이 필요합니다.”
/박재현 gaemi2@korea.kr


 

도정신문님의 다른 기사 보기

[도정신문님의 SNS]
댓글 작성 폼

댓글작성

충남넷 카카오톡 네이버

* 충청남도 홈페이지 또는 SNS사이트에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합니다.

불건전 댓글에 대해서 사전통보없이 관리자에 의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