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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사람향기] 더운 이유

2014.06.09(월) 11:46:09 | 충남포커스 (이메일주소:jmhshr@hanmail.net
               	jmhshr@hanmail.net)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찜통 더위에 3명이 사망하는 등 열사병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우리나라도 역시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이어졌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따라나온 놀이터에서 그늘을 찾아 앉아서는 꼼짝도 않습니다. 땀이라도 날까, 살이라도 빠질까 그러는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동네 아이들은 절호의 기회라도 만난 것 같습니다. 7살 덩치 큰 아이가 한눈에 봐도 버거워 보이는 물총을 들어 올려 연신 쏘아대니 분수가 되었습니다. 물총분수 아래 모여들어 꼬마 녀석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젖꼭지가 훤히 드러나 보일만큼 젖었습니다. 처음에는 ‘젖었다’며 앙앙 울어대던 네 살 박이 꼬마아이는 이제 형님, 누나, 친구들이 흠뻑 젖어도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그래야 하는 것을 배웁니다.

다음날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물총 하나씩 들고 나왔습니다. 작년에 쓰던 물총우리엄마 도대체 어디 숨겼는지 찾다 찾다 성미 급한 친구는 엄마 다리미질 할 때 쓰시는 물뿌리개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마저도 없는 친구는 1.5리터 콜라병을 들고 나와 아예 친구 등에 물폭탄을 날립니다. 이날은 ‘젖었다’며 우는 친구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물총놀이를 하면서 같은 아파트 사는 친구들의 얼굴을 모조리 익히고 있습니다. 누나, 동생, 친구, 언니, 형아 할 것 없이.

7살 덩치 큰 녀석, 어제부터 오늘까지 그 큰 물총 들고 무리한다 싶더니 이내 코피를 쏟고 맙니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동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애를 쓰던 녀석입니다.

오늘은 하늘에서 천사들이 물총놀이를 하나봅니다. 물줄기가 시원하게 온 대지를 적십니다. 빨간 장미꽃 위에도, 하얗고 노오란 야생화 위에도 내립니다. ‘젖었다’고 우는 새싹이 없습니다. 이제 막 땅을 헤치고 나온 어린 싹도 온몸이 젖어야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아나봅니다. 우리동네 네살박이 꼬마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 비를 맞으며 더운 이유를 알았습니다. 더워야 7살 덩치 큰 녀석, 동네 동생들에게 몸 바쳐 봉사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될테니까요. 더워야 삭막했던 아파트가 아이들의 환호성에 생기가 돌테니까요. 더워야 오늘 내린 비가 칙칙하고 구질구질 한 것 아니고 시원하고 고마운 존재임을 알테니까요.

더 많이 더워질테지요. 그래야 시원한 바람 불어주는 가을이 얼마나 고마운 계절인가를 알테니까요. ‘왜 이렇게 더워!’ 짜증 대신, 더워야 하는 ‘고마운 이유’가 널려 있음에 감사함으로 더위를 반겨 도리어 즐겨봄은 어떨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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