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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몸은 ‘시원’, 마음은 ‘고요’

충남의 재발견(18) 공주 상원골 계곡

2013.07.15(월) 14:20:09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deun127@korea.kr
               	deun127@korea.kr)

몸은시원마음은고요 1


영혼으로 느끼는 마곡사 ‘명품 계곡’
시원히 뻗은 계곡과 울창한 숲의 조화
태화산 길을 따라 고요의 시간도 즐겨
몸의 여유와 영혼 치유를 느끼는 공간


공주 마곡천을 찾으면 몸과 영혼의 휴가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 태화산을 배경으로 한 수려한 경관과 깊고 넓게 흐르는 상원골 계곡은 여름 피서객의 더위를 잊게 한다. 몸만 즐거우랴. 바로 옆에 자리한 마곡사는 영혼의 치유도 돕는다.

충남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절인 마곡사의 깊고 차분한 분위기는 떠들썩한 피서지와 거리를 둔다. 마곡사를 중심으로 태화산에 이르는 여러 산행길은 어두운 밤하늘처럼 고요의 공간을 내어준다. 단연하건대 이곳은 몸과 마음이 함께 치유하는 축복의 장소다.

물줄기 따라 설레는 마곡천

한창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8일 오전. 하늘이 맑은 틈을 타 공주 상원골 계곡을 향했다. 대전 유성을 지나 마곡사 IC로 빠지는 길목에 하늘이 심상치 않다. 차창으로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어느새 군무를 이뤄 쏟아진다. 상쾌한 햇살이 눈 부신 날, 맑고 조용히 흐르는 상원골 계곡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갑작스러운 빗줄기로 주위가 삽시간 물안개로 피어올랐다. 마치 산신령이 강림이라도 한 듯 마곡천을 감싸 안은 태화산의 희뿌연 모습이 성스럽게 보였다. 맑은 하늘은 아니지만, 그 나름의 운치와 멋이 느껴졌다.

마곡사 IC를 벗어나 5분여 달리니 왼편으로 마곡천 줄기가 보인다. 구불구불 흐르는 물줄기를 보니 어느덧 여름철 행락객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주말이면 마곡천 줄기에 피서객이 한가득 있을 장면을 떠오르니, 왠지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해야 할 듯한 마음에 조급함이 들었다.

그렇게 9km를 달리니 마곡사 주차장이 나왔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인 것을 틈타 서둘러 주차를 하고 계곡을 찾아 들어갔다. 계곡을 발견하기도 전에 이미 귀에는 청량한 물 흐름소리로 가득했다. 비가 온 터라 계곡의 돌과 흙, 풀 냄새가 한데 어우러져 코끝을 울렸다.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던 자연의 향기와 소리였다. 서둘러 계곡에 몸을 담고 싶었다.

상원골이란 이름은 마곡사의 상원암에서 유래했다 한다. 계곡은 3.3km에 이른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물이 끊임없이 펼쳐져 여름철 폭염을 피하기 제격인 장소로 유명하다.

주차장 입구의 계곡은 돌담으로 잘 가꿔진 질서정연한 모습이었고, 좁은 계단이 설치돼 계곡 아래로 쉽게 내려갈 수 있었다. 장마로 계곡물은 거세게 흘렀지만, 깊지 않았다. 맑은 날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당한 수심이다. 발을 담으니 차가운 기운이 온 몸에 뻗친다.

그래도 장마철이라 계곡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이곳 상원골 계곡은 고당리 계곡으로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양옆은 차 한 대 지날 정도의 좁은 길이 늘어져 있다. 상류 쪽으로 산책을 나섰다. 시원하게 뻗은 계곡이 멋스럽게 펼쳐졌다.

걷다 보면 마곡사 대웅전에 이르는 돌계단이 나온다. 바로 앞의 구름다리와 무척 어울리는 풍경이다. 당장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진다.

이 지점부터 계곡 물줄기의 소리가 거세진다. 물의 흐름이 빨라진 것도 있지만, 장마로 물의 양이 급증한 이유다. 물의 흐름을 늦추기 위해 설치된 나지막한 사방댐은 이미 자신의 키를 넘은 물살에 수모를 겪고 있었다.

변덕스런 하늘이 또 갑작스런 비를 쏟았다. 빗방울이 물과 나뭇가지, 돌무더기, 흙길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빗방울이 터지며 땅의 말과 물의 언어가 온 천지에 가득해 졌다.

문득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낮잠 자던 어릴 적 기억이 선명해진다. 얼마나 많은 소리와 향기를 잊고 살았던가. 어느새 요란했던 소리가 평온함의 언어로 변해 나를 감싸 안았다. 맑은 날 계곡은 사람이 찾아가는 장소지만, 비가 흩날리는 계곡은 사람 속으로 들어오는 공간이었다.

마곡사와 태화산 길의 조화


대웅전으로 오르는 돌계단 전경.마곡사는 상원골 계곡의 숨겨진 매력이다. 이곳은 조계종 충남지역 제6교구 본사로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역에 골짜기가 많고 마가 많이 자라 마곡사란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마곡사는 충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 중 하나로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태화산과 마곡사의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몇 달씩 머물며 고시 준비를 하는 청년들도 꾸준히 모여든다.

▲ 대웅전으로 오르는 돌계단 전경.

장마철에도 마곡사 구석구석에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마곡사를 휘감은 태화산은 해발 423m로 등산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산행 코스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모두 음적암에서 출발해 나발봉과 대웅보전으로 돌아오는 길로, 각각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 사이 코스다.

등산길과 함께 명상을 ‘백범 명상길’도 있다. 1896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으로 분노한 백범 김구 선생이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몸을 피신한 곳이 마곡사다. ‘백범 명상길’은 백범길(3km·50분 소요)과 명상산책길(5km·1시간30분 소요), 송림숲길(10km·3시간50분 소요)로 구분된다.

잘 다듬어진 등산 코스지만, 굳이 산행에 오르지 않아도 좋다. 마곡사 앞마당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쉼’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원골 계곡을 따라 마곡사로 이어지는 좁은 외길은 상쾌하다. 우산 속 서로 몸을 부비며 외길을 걷는 노년부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계곡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나무와 풀들 모두 여름철 시원한 계곡을 찾아 나서는 우리의 마음과 닮았다. 극락교 밑으로 떨어지는 폭포를 닮은 작은 물줄기의 소리는 무척 청량하고 싱그럽다. 여름철 몸과 영혼의 평온을 얻고 싶다면 마곡사 계곡으로 떠나봄이 어떨까.

/박재현 gaemi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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