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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뉴스

“이런게 사는 맛”

예산군 대술면 곰실 출향인들, 십시일반 마을잔치 17년째

2013.06.18(화) 13:29:53 | 무한정보신문 (이메일주소:jsa7@yesm.kr
               	jsa7@yesm.kr)

가족별로 마을어르신들께 큰절을 올리는 시간. 엄마아빠와 함께 절을 해야 할 아기가 등을 돌려버리자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고 있다.

▲ 가족별로 마을어르신들께 큰절을 올리는 시간. 엄마아빠와 함께 절을 해야 할 아기가 등을 돌려버리자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고 있다.


해마다 6월 둘째 주 일요일이면 온 동네가 떠들썩해지는 마을이 있다.

예산군 대술면 화천3리 곰실이다. 30여가구 50여명의 주민들 가운데 90% 이상이 70세 이상으로 초고령화의 정점을 보여주는 곰실에 이날만큼은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아기울음 소리, 어린이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활기를 띤다. 이 마을 출신으로 객지에 나가 살고 있는 이들이 모두 모여 마을잔치를 연다.

곰실 출향인들이 자신들을 키워준 고향산천과 부모님, 동네 어르신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마련하는 보은행사다.

연회비 3만원에 각자 형편껏, 마음 가는대로 덧붙여 십시일반 모은 경비로 점심식사를 마련하고 장기자랑 선물을 준비한다.

벌써 17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 마을의 아름다운 전통이 올해에도 지난 9일, 어김없이 열렸다.

평소에는 남아돌던 마을회관 앞 마당의 정자나무 그늘이 턱도 없이 모자란다. 50여명의 동네주민이 모두 나오고, 외지에서 온 자식들은 두배수인 100여명에 이른다.

차양막이 쳐지고, 돗자리가 깔린다. 잔칫상이 떡 벌어진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어린 아이들도 자신들의 뿌리가 어디인지 몸소 느끼는 시간이다.

천방지축 뛰어놀다가도 가족단위로 마을어르신들께 절을 하는 시간이면 부모와 함께 공손히 손을 모으고 큰절을 한다.

냄비 같은 소박한 살림도구를 선물로 내건 장기자랑 시간, 흥겨움이란 이런 것이다. 손자손녀, 증손자증손녀들이 나와 떠는 재롱에 어르신들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모른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마을 부녀회가 중심이 되고 저희들이 도와 음식준비를 했는데, 부녀회원들이 연세가 드시면서 음식을 맞추기 시작했어요. 저희들이 준비한다고 해도 결국은 마을 어머니들 몫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아예 음식은 주문을 하고 여흥시간을 더 갖고 있습니다” 출향인 모임 박전서 회장의 설명이다.

출향인 모임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조직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17년 전 처음 이 행사를 시작한 고향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전통을 물려주면 이어받아 여러 해를 주관하다가 다음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이다.

대부분 안정적인 나이인 50살 안팎의 연배가 맡게 되는데, 덕분에 동년배 모임이 더 끈끈해진다고 한다. 이런 경우 모임이름도 고향과 연관되기 마련이어서 현재 주관연배들의 경우 ‘곰돌이회’다.

“곰실 출신이면 당연하게 받아들여요. 스스로 우러나서 웃돈을 더 내고, 잔칫날도 알아서들 오지요. 다들 바쁘게 사느라 시간내기 어렵지만 1년에 한 번 어르신들 웃게 해드리자고 서로 독려하기도 하구요. 출가한 딸들도 이날만큼은 모두 모이니 요즘 드문 일이긴 하죠?”

박 회장은 사뭇 자랑스러워하며, 앞으로 세월이 흘러도 이 전통만은 꼭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기(73) 이장은 “5월에는 모내기로 바쁘고, 장마나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날짜를 잡으니 딱 좋아”라며 자손들의 사려깊음을 칭찬한 뒤 “내가 막내축에 들어서 이장일을 볼 정도로 동네에 젊은이들이 없어. 노인들만 살다가 명절도 아닌디 떠들썩하면 사람 살맛 나지. 고맙구”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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