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 동서리 이수여사댁 대문 앞에는 노란 수선화가 이국의 향기를 발산하고, 바로 옆 보일듯 말듯한 하얀 민들레는 수줍은 촌색시같다. 분단장한 수선화보다 토종 민들레꽃 위에 시선이 한참 머문다.
그런데 요것은 또 무엇인고. 단단한 꽃대궁을 밀어올린 모양새가 머위꽃이다. 잎보다 먼저피니 성질이 뜨겁고 맛은 쌉쌀해 봄의 성찬이 된다.
신암 추사고택 앞마당에 추사선생의 주련처럼 부러질 듯 꺽어진 늙은 매화나무가 분홍빛 꽃망울을 하얗게 터뜨렸다. 먼저 핀 꽃잎은 나무 밑으로 점점이 낙화해 꽃그늘을 지우고 있다.
예산여고 교정. 봄꽃들이 제아무리 향기를 피워올려도,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음짓는 소녀들만큼 예쁠 수는 없다. 그런 줄 알면서도 소녀들은 꽃을 시샘하며 한낮의 짧은 휴식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