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전망대서 생태체험 교육하고 
한산 모시관 들렀다 소곡주 한 잔
신성리 갈대밭에선 영화 JSA 촬영

봄이 겨울을 밀어내고 있다. 남쪽으로부터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밀어내는 것은 겨울의 찬바람만은 아니다. 겨우내 월동하느라 남쪽으로 내려왔던 철새들도 동시에 북쪽으로 밀어낸다.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하굿둑 철새도래지에는 북쪽으로 밀려날 많은 철새들이 먼 길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가는 겨울이 아쉽고 그 겨울의 마지막 철새를 보고 싶다면 금강하굿둑으로의 여행을 권한다. 금강하구는 겨울철새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시베리아, 몽고,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번식하는 수많은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하여 거쳐 가는 곳이다. 지금 금강하구에서는 가창오리, 청둥오리, 비오리, 고니, 흰뺨검둥오리 등 각종 철새들이 목격되며 특히 일몰시 가창오리가 일제히 하늘을 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서천군은 많은 사람들이 철새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넓은 주차장과 휴게시설을 갖추고 철새전망대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조류공원, 철새신체탐험관, 부화체험관 등도 있어 철새 생태교육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서천은 갈대숲이 많은 지역이다. 금강변과 해안가를 따라 곳곳에 갈대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갈대숲은 철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해 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JSA(공동경비구역)의 촬영지로 알려진 이후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다. 면적이 무려 19만8000㎡에 이르는 이 갈대밭은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다. 고니, 청둥오리, 검은머리물떼새 등 철새 서식지로 유명하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갈대 7선’으로 꼽힌 바 있다.

 

지난 2월 24일 대보름날을 기해 갈대밭 서쪽부분 절반을 불태운 상태이지만 갈대체험을 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3~4월 깨끗한 갈대 새싹이 올라오도록 매년 대보름을 전후로 갈대를 불태운다고 한다.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며 갈대체험과 철새체험을 했다면 이 일대의 역사유적지와 문화체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서천군 한산면 지현리에 있는 건지산성(사적 60호)을 둘러보고 한산면 종지리의 이상재 선생 생가지(충남도 기념물 84호)를 돌아보며 역사공부도 해봄직 하다.

서천의 특산품은 단연 한산세모시이다. 지현리에 있는 한산모시관에 가면 모시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모시각, 전통공방, 전수교육관, 한산소곡주 제조장, 토속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전수교육관 내전시실에는 모시의 역사를 전해 주는 서적, 베틀, 길쌈도구, 모시제품 등이 전시돼 있다. 전통공방에서는 모시풀 재배에서 모시짜기까지 모든 공정을 재연한다. 여기에는 약 250여 점의 향토문화자료가 전시돼 있다.

서천의 ‘갈꽃비’도 특산품이다. 갈꽃비는 갈대의 꽃을 이용해 만든 빗자루로 부드러워 미세한 먼지까지 쓸어준다. 예부터 조상들이 벽걸이 장식으로 즐겨 쓰던 ‘공작선’(孔雀扇)도 이 지역의 특산품으로 부챗살이 날개를 활짝 편 공작의 모양을 하고 있어 아름답다. 

이왕 서천에 온 김에 한산소곡주도 맛볼 것을 권한다. 충남도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소곡주는 그 향과 맛이 독특하고 품격이 높아 전국적으로도 이름난 전통술이다.

맛이 좋아 홀짝 홀짝 마시다보면 저도 모르게 취해 일어서지도 못한다고 해서 일명 ‘앉은뱅이 술’이라고 부른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자연환경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서천군. 올 겨울 찬바람이 가시기 전에 여유를 갖고, 정감 있고 평온한 서천의 금강하구 일대를 천천히 돌아보며 봄맞이를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