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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정책

3대가 유기농장, 어린 신부는 왜 농업을 선택했나

천안 병천면 용두리 오혜림·조경환 부부의 귀농이야기

2012.09.09(일) 18:32:41 | 충남사회서비스원 (이메일주소:https://cn.pas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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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돌보고 있는 오혜림 씨.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돌보고 있는 오혜림 씨.



충남 천안시 병천면 용두리에 사는 오혜림(28) 씨는 30도 안된 젊은 나이에 세 아이의 엄마이며 스스로 농업인의 길을 선택한 여성농업인입니다.

그녀가 농업을 선택한 것은 방울토마토가 매우 맛있어서, 그리고 농사가 너무 재미있어서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오혜림 씨의 맛있고 재미있는 유기농 농업 현장, 도시살이를 꿈꾸는 남편 조경환 씨를 귀농하게 만든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농촌에 살자는 여자, 도시에 살자는 남자

오 씨는 원래 박물관학과를 졸업하고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등에서 학예사로 일하던 도시처녀였습니다. 그러다가 캠퍼스 커플이었던 조경환(33) 씨와 결혼하고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아산에서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시댁이 있는 병천면을 오가며 시골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데요. 둘째를 임신했을 때 마침 기회가 생겼습니다. 2009년 시부모가 집을 새로 지으며 아기를 키울 동안 들어와 살아도 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출근하면 시부모가 농사지은 유기농 농산물 포장하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또 방울토마토가 얼마나 맛있던지 파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어요. 그래서 직접 농사를 지어보고 싶었죠.”

계속 머물고 싶었던 오 씨는 남편에게 시골에서 살자고 졸랐고, 그렇게 1년을 힘들게 설득한 끝에 드디어 남편도 귀농하게 됩니다.

남들은 도시에 살다가 촌에 오면 답답하다는데, 오 씨는 반대로 밖에만 나가면 답답하고 피곤하다고 합니다. 이런 오 씨를 보며 남편은 “참 남다르죠. 보통은 여자들이 먼저 농사짓자고 하지 않는데”라며 웃습니다.

밝은 표정의 유기농 가족. 인터뷰 내내 유쾌한 에너지가 넘쳤다.

▲밝은 표정의 유기농 가족. 인터뷰 내내 유쾌한 에너지가 넘쳤다.



이상한 가족? 대단한 유기농 가족

오 씨의 유기농 스토리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그녀의 특별한 시댁, 시아버지 조기형(61) 씨와 시어머니 황옥현(59) 씨를 만나야 합니다.

시아버지 조 씨와 시어머니 황 씨는 우리나라에 유기농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20년 전, 홀로 자연농업을 시작했습니다. 조 씨와 황 씨 부부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가르쳐줄 수도 없는 자연농법을 고집하며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답니다.

“정신 나갔다는 소리도 듣고, 풀 농사 짓는다는 손가락질도 받았어요.”
황 씨가 웃으며 하는 얘기 속에는 그동안의 회한과 보람이 녹아 있었습니다.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 그에 맞는 부가가치가 생겨야 하는데, 우리 집은 항상 노력하는 것에 비해 너무 힘들게 살았지요.”

그런 모습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오 씨의 남편은 ‘농사는 참으로 고단하다’는 기억이 강했고, 그래서 농사는 짓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아버지 조기형 씨와 시어머니 황옥현 씨.

▲시아버지 조기형 씨와 시어머니 황옥현 씨.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어서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아들 내외가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조 씨와 황 씨 부부는 ‘젊은 사람답게 해보라고, 생각을 폭넓게 해보라고’ 격려했습니다. 그렇게 시어머니는 자신이 20년 동안 경험으로 배운 자연농법을 며느리에게 흔쾌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황 씨는 “흔히 농사는 못 배운 사람들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농업이야말로 정말 배워야 해요. 농업이 곧 생명이기 때문에, 먹거리가 우리 생명이잖아요”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동안 듣기만 하던 시아버지도 “농과대학에 머리 좋은 인재들이 가서 배워야 창출이 높아지지, 우리도 요즘 젊은이들한테 배우는데”라고 소신을 밝힙니다.

젊으니까 농업이다, 농업독립

부모의 농사를 돕던 오 씨 부부는 올해부터 하우스 9동을 도맡으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봄 냉해와 가뭄, 폭염, 거기에 태풍까지, 올해 특히 유난스러웠던 자연조건은 농업독립 1년 차의 젊은 부부에게 만만치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낡은 하우스에서 키우는 토마토는 폭염을 견디지 못해 터져나가면서 생산량이 줄었고, 지난달부터는 아예 수확을 포기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가뜩이나 우리는 약도 안 치고 일일이 풀을 뽑았는데 너무 허무하더라고요. 시설이 안되면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또 ‘농사는 짓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얘기도 실감했습니다. 특히 유기농 작물은 아직 유통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아 더욱 그랬는데요.

하지만 젊은 부부는 새로운 파종을 계획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한 판매망을 개척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습니다.

손수 그리고 쓴 박스 포장.

▲손수 그리고 쓴 박스 포장.



‘3대가 유기농장’이라는 농장 이름도 새로 짓고, 평범한 농산물 박스는 소비자들이 친근감을 느끼도록 새로 만들었습니다. 상자 앞 그림은 오 씨가 직접 그려 넣고 뒷면에는 가족들이 쓴 편지와 사진을 담았습니다.

“유기농만으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판로가 어려워 마케팅 방법을 궁리했죠.”
전부터 하던 블로그 외에도 직거래 판매망을 만들기 위해 명함을 뿌렸습니다. 페이스북 등 SNS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3대가 유기농장’이란 이름도 여러 가지 이름 중 페이스북을 이용해 추천을 받은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올해 하우스 6동 분량을 전부 직거래로 판매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하루에 몇 통씩 방울토마토를 보내달라고 전화를 받지만, 폭염에 일찍 접어 아쉬울 따름이에요.”

현실과 맞는 지원정책 없어 아쉬움

농업독립 1년 차를 겪으면서 넘어야 할 산들이 눈앞에 닥쳤습니다. 우선 꼽는 것이 낡은 하우스를 개량하는 일입니다.

방울토마토는 올해 직거래 망을 뚫으면서 나름 인지도가 올라 수요는 많은데, 계속 재배를 하고 싶어도 시설이 열악해 겨울을 견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환풍기 등의 시설이 잘 갖춰졌으면 올해 폭염과 폭우 때 온도와 습도를 낮춰 방울토마토를 많이 살렸을 텐데 그러지 못해 1,000상자나 포기했어요. 또 보온이 필수인 겨울도 감당할 수 없고요.”

자금 여유가 없는 탓에 지자체나 정부의 농가 지원을 찾아봤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이 이 같은 노력을 발목 잡고 있습니다. 현행 친환경 농가 지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농지를 대상으로 하는데요. 오 씨네처럼 나홀로 친환경 농가나 지형상 작목반을 구성하기 어려운 독립 농가는 아예 지원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충남도가 3농혁신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친환경단지’ 조성에서도 제외되는 게 현실입니다.

“공무원들은 또 나름대로 기준에 맞는 실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친환경 농가를 곁에 두고도 조건에 맞는 일반 농가를 찾아가 친환경으로 바꾸라며 지원해주는 꼴이죠.”

이리저리 발로 뛰었지만 해결책이 나오지를 않자 젊은 부부는 내년에는 부담이 안고서라도 투자를 하려는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당근 출하를 위해 포장을 하고 있는 조경환 ·오혜림 부부

▲ 모양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만 모아 저렴하게 파는 '못난이 당근' 출하를 위해 포장중인 부부.



예쁜 것만 먹지 말고 맛있는 것 드세요

농민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 습관도 농업독립 1년 차 젊은 부부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사람들이 먹기 위해 구입하는 농산물인데 맛보다도 크기와 모양을 더 따진다는 것입니다.

“급식용을 가져갔더니 ‘모양이 이게 뭐냐’고 하더라고요. 모양 때문에 반품되기도 해요. 똑같은 크기와 똑같은 모양을 찾는데 유기농은 그렇지 못한 것도 많거든요”

또 채소에서 벌레라도 한 마리 나오면 학교 전체가 난리 난다고 합니다. 벌레가 있는 것은 그 만큼 안전하다는 것인데도 말이지요.

직거래에 따른 스트레스도 있다고 합니다. 유기농은 크기가 제각각이기 마련인데 동전을 옆에 둔 비교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소비자도 있고, 그러면 또 이를 비난하는 오해의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마케팅이 생산과 판매인 줄 알았는데, 포장에서 고객관리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그런 것들을 하나씩 배우고 있어요.”

농촌에서의 건강한 꿈을 키우고 있는 조경환 ·오혜림부부.

▲농촌에서의 건강한 꿈을 키우고 있는 조경환 ·오혜림부부.



젊은 부부는 이렇게 하나하나 배우며 건강한 유기농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편 조 씨는 ‘부농’이라고 답합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유기농으로 돈을 벌어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며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친환경도 괜찮다, 살길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같은 질문에 오 씨는 “기본을 지키는 농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젊은 사람들도 농업에 재미를 느끼고 즐기게 해주고 싶어요. 특히 아이들이 먹을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당장 힘들더라도 후손들에게 돌려줘야 하니까요.”

오 씨 부부와 시부모를 인터뷰 하는 내내 범상치  않은 가족에게선 밝은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이들이 짓는 유기농의 기운은 먹거리에만 미치는 것이 아닌듯합니다. 생활에도 깊이 밴 건강함과 자연스러움. 그 기운으로 우리 농촌과 이집 다섯 살, 세 살, 두 살 아이들의 세상은 더 좋아질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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