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나누는 여름이야기
2009.07.24(금) | 희망
(
du2cb@hanmail.net)
이른 아침, 카메라를 메고 주변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꽃들을 만날 수 있다. 덤으로 나비와 잠자리, 벌은 기본이고 운이 좋으면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방울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위해 이른 아침에 집밖으로 나설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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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방긋 웃는 능소화는 담장이나 대문을 타고 높이 올라서서 활짝 피어나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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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팔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활짝 웃던 모습을 감추고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사실 예전에 비해 잠자리는 많은데 나비는 그리 흔치가 않다. 어린 시절 숱하게 만났던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는 아주 귀한 친구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아마도 환경 탓이려니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들이 꽃들과 손짓 발짓으로 수다를 떨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게 예쁜지 관심 있게 바라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운 좋게 맑은 아침을 맞이하였다. 밤새 내린 비가 그치고 맞이한 햇빛 맑은 아침은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나에게 고마운 선물이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농촌에 살고 있는 나는 집밖으로 한 발짝만 나서도 꽃과 벌, 잠자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 하게 피어있는 꽃들과 곤충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즐거운 여름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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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산에 많이 피어있는 원추리는 농촌의 화단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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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꽃잎이 호랑나비를 연상케 하는 참나리는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으로 키가 크고 줄기와 잎 사이에 씨를 품고 있는 특징이 있다. |
그들에게 방해꾼이 되지 않고 친구가 되기 위해 조심조심 다가간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완료하고 셔터를 누르려는 찰라, 용케도 인기척을 느낀 잠자리와 벌들이 살짝 날개를 들어 옆자리로 이동을 한다. 그러기를 몇 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어느새 요령을 터득한 나는 순간 포착을 하여 빠르게 셔터를 누르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곤 한다. 그와는 반대로 꽃들은 바람이 심술을 부리지 않는 한 모델처럼 예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해준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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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피었다 진 모습과 새롭게 봉오리를 부풀려 꽃으로 피기 위한 봉오리가 조화를 이루며 멋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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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과에 속하는 구절초는 흰색과 보라색이 있으며 꽃잎을 따서 그늘에서 말려 차로 끓여먹으면 훌륭한 전통차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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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만 해도 정겨운 고향소식을 전해줄 것만 같은 채송화가 곱게 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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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호박꽃도 꽃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세히 보면 호박꽃이 탐스럽고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박꽃 속에 벌이 앉아 놀고 있는 모습은 재미를 더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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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겹이 핀 주먹봉숭아는 손톱에 빨갛게 물을 드린 모습이 첫눈이 올때까지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봉숭아물을 드리곤 한다. 아이들의 손에 물든 봉숭아 물은 참 귀엽기도 하다. |
사진을 찍다보면 그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장난을 치는 듯도 하지만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화가 나서 아예 다른 곳으로 멀리 날아가 버리기라도 하면, 공들였던 시간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귀한 아침 시간을 내어 그들을 만난 만큼 단 몇 컷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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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등을 타고 앉은 잠자리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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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색 꽃잎에 얼굴을 묻고 벌이 꿀을 따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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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그친 후 풀잎에는 유리구슬처럼 투명한 이슬방울이 맺혀있다. |
주로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과 나비, 잠자리, 벌들과 친구처럼 화단이나 길가에 앉아 지켜보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낼 때가 있다.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집으로 돌아오면 분주한 하루의 일상이 이불처럼 내 앞에 펼쳐진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나누었던 자연과의 대화, 우리들의 여름이야기는 사진으로 긴 여운을 남긴 채 다음을 기약한다. [넷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