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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나대숲의 새소리

나태주의 풀꽃편지 - 시인·풀꽃문학관장

2020.03.16(월) 13:45:14 | 도정신문 (이메일주소:ktx@korea.kr
               	ktx@korea.kr)

시나대숲의 새소리 1


봄이 와 요즘 며칠 문학관에 나가 꽃밭 일을 했다. 꽃밭 위에 덮어둔 검불을 거두고 낙엽을 치우고 마당 곳곳을 비질하는 일이다. 저녁 무렵까지 하는 날이 많았다.

일을 거의 다마무리하고 연장을 챙기는데 어디선가 자그만 소리가 들렸다. 짹째글 짹째글. 새소리다. 그건 한두 마리가 내는 소리가 아주 여러 마리가 어울려 내는 소리였다.

어디서 우나? 둘러봤더니 문학관 뒤뜰에 있는 시나대숲에서 오는 소리였다. 손을 멈추고 바라보니 시나대숲 속에 푸슥푸슥 이러저리 새들이 나는 것이 보인다. 참새들이다.

아주 나지막하면서도 섬세한 소리. 가슴이 싸아해진다. 아, 저 소리! 어린 시절시골에서 살 때부터 무던히도 들었던 소리다. 마음 속에 그리움 같은 것이 밀물져 온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지싶다. 외할머니와 둘이서 남의 집 접방살이로 살고있었다. 접방살이 하던 집은 완순네. 완순네 집 옆집은 가장물 할머니네. 그 너머가 의용이네.

가장물 할머니네 집은울타리도 없고 마당이그대로 한길인 아주 초라한 집이지만의용이네는 그래도 넉넉하게사는 집이다. 의용이 아버지가 고무신장사를 하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 의용네 집 뒤울안에 시나대숲이 있었다. 거기에 해가 설핏해지기만 하면 동네의 모든 참새들이몰려와 잠자리를 챙기면서 울었다. 마치 시골 장날 사람들이 모여 떠드는 소리같았다.

바라보면 의용이네 시나대 수풀 너머 서편 하늘로 질펀하게노을이 지는 날이많았다. 주황빛 노을 속에 조그맣게 몸을 흔드는 시나대숲과 참새들이 지절거리는 소리.

참새들은 해가 진 뒤에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가마솥에 물을 끓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닷물이 몸을 뒤채는 소리 같기도 했다. 새들이 햇빛을 쪼아먹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가슴이 따스했다. 분명 시끄러운 소리였지만 하나도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건 왜일까? 그 대신 편안함이랄까, 안도감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참 그것은 이상한 일이다.

어쩌면 그 때의 기억과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다니! 오늘 나는 열 살 미만의 어린아이 그대로 외할머니의 어린 손자가 된다. 사람의 정서적 기억이란 참 줄기가 길기도 하고 질기기도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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