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0여 곳의 가게가 모여있는 천북 굴 단지. 매년 11월부터 3월까지 굴 구이, 굴찜, 굴무침 등 제철 굴을 활용한 요리들을 선보인다.

굴구이·굴찜 등 10여 가지
취향 맞게 골라 먹는 재미
바가지 요금 없이 합리적 가격
인근 관광지서 서해 낙조 만끽
숯불 위에 올려진 주먹 크기의 굴은 금방 ‘탁탁’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고 뽀얀 살을 드러낸다. 구수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면 침샘이 폭발한다. 장갑 낀 손으로 탱글탱글한 굴 한 점을 입안에 넣으면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바다향이 입안으로 퍼진다. 불 위에서 입을 벌리는 순서대로 잘 구워진 굴을 하나하나 발라 먹는 재미는 쏠쏠하다.
요즘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굴 단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천수만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이곳은 예부터 굴이 많이 자랐다. 50여 년 전부터 주민들이 돌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굴을 따거나 일부 양식하면서 굴로 유명한 곳이 됐다. 이후 교통 발달로 서해안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천북 굴의 명성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졌다.
지금은 80여 곳 가게에서 굴을 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굴 단지로 성장했다. 하지만 찾아오는 이가 너무 많아 물량이 부족해지자 경남 통영 등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양식 굴을 제공하기도 한다.
굴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제철. 제철을 맞이한 천북굴단지에서의 굴의 묘미에 빠져보자.

▲굴 요리만 10여 가지…골라먹는 재미
천북굴단지는 80개 가게마다 자신들만의 굴 요리를 선보이지만 대략 굴로만 만든 요리는 10여 가지에 이른다. 굴구이, 굴찜, 굴무침, 굴전, 굴물회, 굴밥, 굴칼국수, 굴떡국, 굴보쌈, 굴젓 등.
모처럼 여러 명이 이곳으로 나들이를 왔다면 식당 주인 눈치 볼 것 없이 다양하게 주문해 그 묘미를 느껴보자.
굴구이는 대부분의 식당이 판매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주문하는 메뉴다. 특수제작된 기계와 석쇠 위에서 수북하게 올려진 굴이 하나둘씩 익어가면 ‘툭툭’ 소리를 내며 껍데기가 튀어 오르기도 한다. 화들짝 놀라기도 하지만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웃으면서 바다 향을 실컷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짭조름한 국물까지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굴찜도 번거롭지 않아 인기다.
충남 서해에서는 예부터 굴 물회를 즐겨 먹었다. 동치미 국물에 굴과 채로 썬 배, 미나리, 고춧가루, 마늘, 식초, 설탕 등을 섞어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다. 동치미 국물의 상큼함과 굴의 구수함, 그리고 식초의 적당한 신맛이 어우러지면서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맛의 진수를 선사한다. 굴 물회에 삶은 국수나 밥을 말아서 먹기도 한다. 이 밖에 굴 무침과 굴전 등도 술안주로는 그만이다. 식사로는 굴밥과 굴 칼국수 등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이곳 천북굴단지의 가격은 착하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가지요금’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굴 무회와 굴전은 2만 원, 굴전도 2만 원 정도다, 굴칼국수는 9000원 정, 굴영양밥은 1만2000~1만4000원 선이다.
요즘에는 굴과 대하, 가리비, 오징어 등 다양한 수산물을 묶은 패키지메뉴도 있는데 8만 원 선이다. 4인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굴구이는 5만 원~5만 5000원 선이다.
천북굴단지 상인회 황용현 회장은 “굴이 제철을 맞이하면 매년 수십만 명이 굴 단지를 방문하지만 지금까지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보령 오천면에 위치한 충청수영성. 보령 앞바다와 주변 경관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주변 볼거리 수두룩, 서해 낙조 일품
굴 맛을 본 뒤에는 주변에 가볼 곳도 많다. 천수만 낙조를 바라보며 인생 최고의 사진을 건지거나 서산 간월도, 홍성 속동전망대와 스카이타워, 보령 오천수영성도 가까이 있다.
승용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서산 간월도 간월암은 바닷길이 열릴 때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암자로 무학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특히 이곳은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워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굴 단지에서 9㎞쯤 떨어져 있어 15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홍성스카이타워는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다. 지난해 5월 개장했으며 7개월 동안 15만 명이 다녀갔다. 높이 65m 스카이타워 상부에는 바닥이 유리로 돼 있어 스릴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사방으로 시원한 경관을 선사하며,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낙조가 특히 아름답다.
홍성군은 기존 1000원이었던 입장료를 이달부터 3000원으로 인상하는 대신 2000원을 홍성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준다. 또 운영시간도 종전에는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오전 10시~오후 7시로 변경했다. 하절기(6~8월)에는 오후 8시에서 오후 9시로 연장해 노을과 야경을 충분히 감상토록 했다.
굴 단지를 출발해 해안가로 연결되는 천북굴따라길도 걸을만하다.
천북 굴따라길은 서해랑길 62코스 일부분으로, 굴단지가 있는 천북면 장은리부터 하파동까지 길이 2.3km에 이른다. 가까운 거리에서 겨울 바다의 낙조를 보며 트레킹을 즐기기에 최적이다. 코스 내에는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출렁다리와 데크로드, 전망대 등이 설치돼 있다.
시간이 허락되면 조선시대 수군의 본영이었던 보령시 오천면 충청수영성까지 가보자. 드라마 ‘동백꽃필 무렵’의 촬영지였던 수영성 성곽을 따라 걸으면 보령 앞바다와 주변 경관이 한눈에 펼쳐지며, 역사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관광사업본부장
